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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디너리페이퍼 May 26. 2024

치기 어린 편지의 시작

2020년 4월

안녕하세요,

편지를 보내겠다고 했는데 무슨 이야기로 시작을 열어야 할까요.


아주 오래전에, 

예전에는 오래전이라고 하면 1,2년 전이고 그것마저 아득했는데,

어느 순간 오래전이라는 말을 꺼내고 시간을 헤아려 보면 

기본 5년, 때로는 10년을 훌쩍 뛰어넘는 정말 오래 전이더군요. 

시간과 세월은 그리 다른 것 같습니다.


다시 아주 오래전에,

미래에게 자주 편지를 썼습니다. 매일 아니면 이삼일에 한 번.

지금 생각하면 낯이 붉어지고 손이 오그라들지만 

미래에게,라는 말로 시작하는 일기였습니다.

어렸을 때 아이들이 한 번쯤은 하는 그런 거 있잖아요.

왜 그때 굳이 미래라는 이름을 수신자로 했는지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 글들이 어린 내가 나중의 나에게 보내는 메시지 같은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나래에게 편지를 보낸다고 하니, 기억의 구석에 남아있던 흔적이 불쑥 튀어 오릅니다.

그 일기가 어딘가 남아 있을 텐데. 

부모님 집에 가면 한 번 찾아봐야겠습니다.

물론 지금이야 이런 마음이지만, 이 편지를 닫고 나면 그 생각은 다시 사라질 가능성이 크지만 말입니다. 


외롭다,라는 말 한마디에 

매주 편지를 하나씩 보낼까,라고 물었던 저의 치기 어림을 받아주어 고맙습니다.

어쩌면 이 글들은 저의 생각을 허술하게 끄적거리는 내용이 되겠지요,

또는 그렇고 그런 시시껄렁한 내용이 되겠지요. 

그런데 그럼 뭐 어때요. 편지인걸요. 

어렸을 적 전학으로 헤어진 친구에게 자주 보내던 손편지와 같은. 

하지만 나래라는 수신자의 이름을 보면,

왠지 나의 글이 작은 날개를 달고 여전히 조그만 내 세상의 바깥과 만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다만 한 가지 우려가 있다면 글을 읽는 시간이 아깝거나 지루...

하지만 그러면 또 어때요. 제가 앞에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닫아 버리면 그만인 것을 ;)


많이 웃고, 다음에 만나요.


PS. 이 편지는 나래특정적 서비스입니다. 때문에 언제든, 어떠한 이유로든 희망할 때 로그아웃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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