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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디너리페이퍼 Jun 26. 2024

제가 하는 이 일을 사랑합니다 II

2020년 6월 #4

지난주 메일을 보낼 때는 인식하지 못했는데,

오늘 날짜와 횟수를 적다 보니 메일을 보내기 시작한 지 횟수로는 열 번이고, 시간으로는 두 달이 지났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 사이 계절도 완연히 바뀌고,

말도 안 되게 벌써 장마라는데 생각해 보면 그럴 만도 한 시기이고, 

저의 감정 상태도 변화한 것 같은데(어떻게?!),

여전히 코로나에 일거수일투족 매어 있다는 사실만은 변함이 없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무슨 새로운 소식이 있을까요,

아니면 정말 하루 확진자가 10명 미만으로 떨어질 날만을 무작정 기다려야 할까요. 가능하기는 한 걸까요. 


이 주간 레터(멋들어지게 구독자 한 명의 뉴스 레터라고 부르고 싶습니다)를 보내기 시작한 초반에는 매일매일 메일 쓸거리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중간중간 이야깃거리를 미리 적어놓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했던 것들을 순간순간 잊어버려 다시 쓰기도 하고, 

미리 써서 예약 발송을 걸어둔 적도 있답니다. 

당신과 제가 오래 머무는 사무실과 그 바깥의 어느 중간 지점에 e-메일로만 만나는 친구가 있는 것처럼 느끼면 좋겠다는 생각에 메일의 톤을 잡아보기도 했습니다.ㅋㅋㅋ 

어느 때는 토요일이 참 안 오기도 하고어느 때는 토요일이 참 빨리 오기도 합니다. 

지금은 나름의 습관이 된 것 같습니다. 아니, 매일 하는 행동은 아니니 아직 습관이라 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인가요. 그래도 습관을 만드는 데 일반적으로 1-2달의 시간이 필요하다고들 하니 1만 시간의 법칙보다 마음이 훨씬 가볍습니다.


그나저나 큰 이변이 없다면 다음 주 메일을 쓸 때는 교대 재택근무제도가 실시된 이후가 되겠네요. 

저는 7월 첫 주 출근조라 계속 출근할 예정이고, 그래봐야 재택이 3일이기 때문에 몇 명 휴가 또는 외근, 유연근무로 얼굴을 못 보는 경우들과 큰 차이는 없겠지만 말입니다. 

지금 재택근무의 경우

제도 자체가 해결방법이 될 수 없고, 

운영 방법 또한 완벽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다른 단체들은 재택근무를 해제하기도 하는 시점인지라 시작에 무리가 없는가에 대한 개인적인 의문은 다소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택근무라는 근무 형태 자체를 시도해 볼 수 있는 괜찮은 기회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실험이라고 해도 좋겠습니다. 물론 조직 내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업무에 동일하게 적용될 수 없다는 것도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번의 실험을 통해 과연 우리들의 업무가, 조직이 유연근무뿐 아니라 재택근무를 통해서도 움직일 수 있는 곳인지 아닌지 알 수 있을 테지요. 

그리고 저는 궁극적으로 주 4일 근무가 언젠가는 정착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국가적 차원의 문제지만 말입니다.


오늘 밤, JTBC 아침뉴스 기상캐스터가 퇴사하는 내용의 유튜브를 봤습니다.

근무한 지 4년 3개월, 햇수로 5년 동안 매일 아침 날씨방송을 했답니다. 입사할 당시에 이미 점심, 저녁뉴스는 아나운서와 기자들이 방송을 했고, 아침뉴스만 기상캐스터가 방송을 했다고 하는데, 이제 그마저 없어지고 동시에 계약이 종료됐다고 합니다. 집으로 가져갈 짐을 싸는데 딱 한 박스가 나오네요.


언젠가 얘기했던 적이 있는 것 같은 기억입니다. 아닐지도 모르고 :P 

저는 소속이 없이 지냈던 적이 없습니다. 학교에 속해 있는 학생이거나, 졸업 이후에는 항상 직장을 다니고 있었습니다. 직장을 몇 번 옮기지 않았지만 그마저도 운이 좋아 항상 다음이 결정되고, 출근도 바로 이어지는 형태였습니다. 그 당시에는 다음이 정해져 있어 불안할 필요가 없으니 운이 좋다고, 다만 곧바로 출근하는 것이 다소 아쉽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마침표가 될까 무서워 쉼표를 찍지 못하는 상태가 된지도 모르겠습니다. 상대적으로 남들보다 늦기는 했지만 그래도 언젠가부터 퇴사라는 단어를 머리의 한 구석에 입력은 해두었지만, 현재는 습관적으로 들추지도 않고 그 흔한 직장인의 입버릇처럼 바깥으로 꺼내지도 않습니다. 그게 저의 습성인지도 모르고, 아니면 지금 저의 상태겠지요. 

그냥 그런 유튜브를 보고 있으니, 몇 년 전의 제가 떠오릅니다. 아주 많이 지치고 진절머리 나는 일들을 눈앞에서 또는 기억으로 맞닥뜨리던 때 말입니다. 그리고 또 그런 때가 오겠지요. 

하지만, 저는 아직 제가 하는 이 일을 사랑하는 마음이 더 큽니다. 

그리고, 퇴사하는 기상캐스터의 새로운 내일을 응원해 봅니다.  


많이 웃고 다음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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