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1
재택근무를 시행한 지 일주일, 정확히 말하면 3일이 지났습니다.
저는 이번주 출근조였고, 다음 주 월요일과 화요일에 재택근무를 할 예정입니다.
약 반의 수가 자리를 비우니,
사무실 내 인구밀도가 딱 적절하게 느껴졌습니다.
컴퓨터의 소음도, 불필요한 긴장감도,
사람이 꽉 찬 사무실에서 오후쯤이면 느껴지는 가슴을 답답하게 만드는 공기 중 뭉글거리는 숨 덩어리도 확연히 옅어졌습니다.
대면업무가 조금은 줄어들면서 어쩌면 어느 순간 외로움을 느끼게 될지도 모를 일이지만, 지금은 그 차분함이 좋습니다.
드디어 다음 주 초에는 저도 거실에 있는 책상, 컴퓨터 앞에 앉아 일을 하며, 점심식사를 챙겨 먹으며, 또 다른 긴장과 편안함을 왔다 갔다 하고 있겠지요. 어제 노트북 한 대와 업무수첩 챙기고, 달력 사진 찍어서 퇴근하는데, 아휴 무겁더라구요. 아이패드 미니를 사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했답니다.ㅋㅋㅋ 핑계김에.
이번주에 저에게 가장 이슈였던 뉴스는 O 관련 기사였습니다.
업무적으로 매니저를 만난 경험도 있고, 가까운 지인 중에 매니저를 하는 이도 있어서 낯설지만은 않은 영역인데, 다소 씁쓸합니다. 관행이라는 말로 괜찮다 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기사화된 몇몇 행동이 잘했다는 것도 분명 아니지만, 동시에 매니저라는 직업 그리고 상당히 많은 직업의 업무환경에 대해 짚어야 할 사건이 한 개인에게 집중 포화하는 사건으로 변질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연예인은 매니저와의 관계가, 회장은 운전기사와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비단 이뿐만이 아니지요. 결국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말이 나고 굳이 생기지 않으면 좋을 일이 생깁니다.
동시에 한 해 한 해 나이가 들어가며, 이제 어느 순간 기성세대가 되어버린 사람으로서 일 년은 고사하고 한 달 단위로 다르게 변화해 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세상에 적응한다는 것이 정말 쉽지 않다는 생각을 합니다. 감각하지도 못할 하루 단위가 아닌 게 얼마나 다행인가 라고 생각했다가 움찔했습니다. 이 순간도 세상은 변화하는 중입니다! ㅎㅎ
제가 노년이 되었을 때의 세상은 상상이 되지도 않고, 일상생활에 있어 얼리 어답터의 극단적인 반대쪽 끝에 있는 저는 어떻게 살 수 있을까요. 하나의 점처럼 존재하는 커다란 사회에서는 멀찍이 바라보면서 속으로 알아차리고 깨달은 척하면 되지만, 직접 발을 담그고 있는 작은 사회에서는 바라보기만 하거나 내숭 떠는 걸로 넘어갈 수는 없잖아요. 온몸으로, 온 맘으로 부딪히며 살아가는 사회와 사람들이니까요.
하루하루 조심스럽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간순간 현타를 맞을 때가 있는데, 이제 홀로 방구석에 앉아 있기 직전까지 이래야 하는 건가… 싶습니다. 저보다 먼저 기성세대 가 된 이들도 이런 생각을 하셨겠지요.
오늘은 퍽이나 갑작스러운 만남이 있었습니다.
‘친구의 친구의 아내’와 ‘남편 친구의 친구’로 관계를 시작한 언니인데, 당시 깊고 짧게 만나다가 연이 끊어지고 10년 남짓 만에 다시 만나게 됐습니다. 꽤 오랜 세월 동안, 변하지 않은 것도 있고, 너무나 변한 것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시나요?
어렸을 적에는 1년도 너무나 긴 시간이지만, 어느 정도 나이가 든 이후부터 1년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감각된다는 사실 말입니다. 어떤 의미에서 시간의 농도가 옅어지는 것인지, 분명 평이하지만은 않은 시간을 살아냈을 텐데 몇 배는 되는 어른의 시간이 쌓이고 농축되어야만 어렸을 적 1년만큼의 임팩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말인즉슨, 10년 남짓 만에 만났는데 1년 전에 만났음직한 관계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아니면, 과거의 그 평화롭던 시간 속에 우리가 그대로 남아있길 바랐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분명 관계의 공백이 길게 존재하는데, 인간은 과거의 어느 시간으로 순식간에 돌아갈 수 있는 탁월한 능력이 있습니다.
그 사람에게서 과거의 인연에 대한 그리움을 느꼈습니다. 그게 참 애틋했습니다. 관계는 또 이렇게 불붙어 이어지겠지요. 다시 언제 옅어져 버릴는지 알 수 없지만. 언제나처럼 현재와 지금의 인연에 최선을 다합니다.
많이 웃고 다음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