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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디너리페이퍼 Jun 23. 2024

제가 하는 이 일을 사랑합니다 I

2020년 6월 #3

이번 한 주는 그 어느 때보다 퍽이나 힘든 시기였습니다. 

벌써 6월도 반을 넘어섰고,

드디어! 라고 기대했던 일들, 당연히 공연을 올리는 것과 관련한 일들이 다시 좌절되었습니다.

반복되는 일이라 덜 충격적일 거라 생각하던 것들이

오히려 적응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상실감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초반에는 어안이 벙벙한 상태에서 상황을 수습하고 추스르는데 집중하느라,

또 예기치 않게 생긴 빈 시간을 저 개인을 위한 시간으로 뭐든 시도하느라

오히려 무사히 그간의 시간을 지나 보냈나 봅니다.

너무나 오랜만에 혼자만의 시간을 귀히 보내느라, 어쩌면 당연하고 무심하게 지나쳤던 것들을 지금쯤 되어서야 다시금 인식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지난 목요일 오랜만에 무탈한 공연준비를 기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였는데, 순간 뭉클하더군요. 

하는 일도 각각 다르고 목적은 다를 수 있어도 목표는 같은 좋은 마음과 간절한 마음들이 함께 있다 보니, 이 사람들과 이 사람들의 마음 때문에 제가 이 일을 하고 있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8할(9할은 아무래도 너무 많은 느낌적 느낌?!)의 시간을 피로와 애달픔, 괴로움과 긴장 속에서 지내면서도, 물리적인 시간으로는 단지 2할의 순간이지만 정서적으로는 8할을 넘어서는 애정과 만족감으로 이 일을 놓지 못하고 이어가는 건가 싶었습니다. 

언젠가는 끝이 나겠지만 말입니다. 


어젯밤에는 tvN 미래수업이라는 방송을 찾아봤습니다. 

코로나19에 대한 내용으로 기대보다 특별할 건 없었지만,

결국 코로나는 암처럼 감기처럼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인류와 함께 조심하며 살아가야 하는 존재가 아닌가 하는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바이러스에 존재라는 단어를 쓰는 것조차 우습지만, 달리 사용할 수 있는 단어가 없네요.


이번 한 주 코로나로 인한 상실감 외에도 저를 지배하고 있는 게 하나 있는데, 바로 기억력입니다.

갑자기는 아니지만, 한 주 내내 저 자신의 기억력에 대해 의심하는 중입니다. 

그렇게 의도와 무관하게 무언가에 꽂혀버릴 때가 있잖아요. 

심지어 어젯밤에는 맞바람을 위해 작은방 창문을 살짝 열어놨었는데, 

오늘 아침 일어나자마자 화장실에 앉아, 어젯밤 창문 닫은 기억이 없다는 사실을 불현듯 생각해 냈고, 설마… 하는 마음에 가봤더니 창이 열려 있더라구요. 잠자리에 들면서 베란다 쪽 창은 닫고 작은방 창을 열어놓은 채로 자버렸던 겁니다.(참고로 저희 집은 복도식 건물이에요)

맙소사! 

천년의 약속이었나… 수애가 젊은 나이에 알츠하이머에 걸리는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였는데, 그 드라마 방영 이후 3,40대 치매가 있다는 사실이 한참 이슈가 됐었죠. 그때부터 치매, 알츠하이머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인간도 동물인지라, 더더욱 각종 질병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하잖아요. 의학의 발전과 인간 수명의 연장 속도가 부디 자연의 질서가 수용할 수 있는 만큼 발맞추어 가길 바라는 마음은 몇몇 만의 욕심일까요. 


그나저나 오늘은 오랜만에 주말 저녁 약속이 있었습니다.

한 달은 족히 전에 잡아 놓은 약속이라 변경 없이 만났습니다.

인연이란 참 신기합니다.

대학로 극단에서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만난 사람들인데,

한 명은 배우를 그만두고 카페를 오픈했구요,

한 명은 여전히 다양한 뮤지컬 무대에서 배우로 활동하며 보컬 레슨도 하고 있고,

한 명은 연극 일을 하면서 이제 뮤지컬은 거의 보지 않고(바로 저예요),

한 명은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음향 엔지니어입니다. 

제가 이곳에 이사를 오면서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 친구들은

요즘 세상엔 동네친구가 참 좋다는 생각을 다시금 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왔다 갔다 하며 특별하지 않은 오늘의 안부를 묻고, 올 초 독감으로 명절 때 집에 못 가고 혼자 있던 제가 유일하게 잠깐 방문해 커피 한 잔 한 카페이기도 하거든요.ㅎ 

저녁 한 끼 하고 헤어지리라 생각했던 친구들과 11시가 훌쩍 넘어 헤어졌습니다.

이 메일을 늦게 적고 있는 이유가 되었죠. 

그렇게 주말이 지나갑니다.

다음 한주는 또 어떨까요.


많이 웃고 다음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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