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2
토요일인 오늘은 공기가 아주 안 좋았습니다.
창밖으로 몇 겹의 건물들을 건너 저 멀리 누런, 하지만 해가 좋은 날이면 빛을 받아 분명한 금빛으로 보이는 63 빌딩이 희뿌연 공기 때문에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운동과 산책의 중간 어디쯤인 아침 외출을 하려고 별렀는데 관두고 유튜브를 틀고 짧은 요가를 했습니다. 언젠가부터 아침에 일어나면 커튼을 열고 가장 먼저 저 자그마한 63 빌딩이 보이는 정도로 그날의 공기질을 가늠하곤 합니다. 미세미세 공기질 예보에 따르면 아마 내일도 나가지 못할 것 같습니다. 세상에… 뉴스에서 알려주지만 뜨거운 여름 한정으로 그마저도 가끔만 관심을 갖던 자외선지수도 아니고,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수치를 확인하면서 공기질을 따지는 매일 아침과 밤을 상상이나 했을까요. 매일 하는 행동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현실감이 없습니다.
따뜻한 날씨 때문인지, 사람들의 활동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벌써 봄날의 황사와 미세먼지를 걱정하게 됩니다. 지난 한 해 코로나로 근심걱정을 일삼으면서도 아이러니하게 찾아온 맑은 공기를 반가워했던 것을 우리 모두 기억하잖아요. 코로나는 끝나지 않았는데, 맑은 공기는 다시 행운처럼 드문드문 우리를 찾아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음력설이 지나고, 제 맘대로 미루고 제쳐두었던 정말 2021년이 됐습니다.
새해를 맞아 세웠던 계획이나 실천들을 마음먹은 만큼 하지 않았어도
스스로 용인할 수 있었던, 핑계 댈 수 있었던, 다시 한번 마음먹을 수 있었던
1월 2일부터 약 한 달 반 동안의 유예기간이 지났습니다.
지난 한 달 반을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니, 어떻게 보냈는지는 알겠으나 무슨 정신으로 살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시작한 올 한 해는… 진심으로 신나는 마음으로 맞이하고자 합니다.
자칫 실망을 불러올 수 있는 막연한 기대를 하는 것과는 다른,
어떤 상황이든 하나씩 하나씩이라는 마음가짐으로,
그 안에서 어떤 재미나 의미를 찾아낼 수 있는 자세로 지내려고 합니다.
결국 어떤 시간을 사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개인의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너무도 상투적이고, 너무 피상적이지만,
하루하루의 감정은 높고 낮음이 있음에도 그 총합은 분명 평균 이상일 것이라는 믿음으로.
세상살이가 사람마다 너무나 다르지만,
결국 인간으로서 받아들여야 하는 순간들은 모든 사람에게 동등하게 주어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너도 사랑하고, 너도 진심으로 사랑해…라고 남들은 이해할 수 없는 얘기를 서로 다른 상대에게 말하는 주인공처럼
행복하고, 또 슬퍼…라고 말하고 싶은 심정이 매 순간 찾아올 것 같은 그런 느낌입니다.
이상하지요?
좋기만 한 일도 없고, 나쁘기만 한 일도 없다는 것을 또한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이 웃고, 다음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