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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디너리페이퍼 Oct 06. 2024

내 방, 내 집, 내 공간

2021년 2월 #1

오늘 오전 11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시나요?

오늘이, 오늘이… 일요일이라는 사실을, 

어제가… 토요일이었다는 사실을, 갑자기! 깨달았습니다. 

금요일에는 생각했으나, 어제는 생각나지 않았던 중요한 한 가지 일을 잊어버렸다는 것을 떠올렸습니다.

맞습니다. 글을 쓰고, 메일 창을 열고 본문과 제목을 적고, 예약발신을 걸어놓는 것을 완벽하게 잊어버렸습니다. 노트북 앞에 계속 앉아있었는데 말입니다. 심지어 2시간 남짓 작성하던 업무 문서를 날려서 열도 받았더랬지요. 아마도 그 때문인 것 같습니다. 노트북의 방해공작에 열받고 막막해서. 어쨌든 그렇게 되었습니다. 당신이 메일을 확인하는 시간이야 때에 따라 다르지만, 발신시간은 그동안 쭉 지켜왔던지라 혼자만의 충격이 작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발신시간을 정확히 24시간 뒤로 슬며시 돌렸습니다. 하.


지난 일요일에는 한강으로 나가 성산대교까지 거——얻다 뛰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걷는 시야가 달라지는 것에 신나 돌아올 생각을 안 하고 무작정 걸었기 때문에, 돌아오는 길에 마지막 구간은 결국 택시를 탈 수밖에 없습니다. 그대로 유턴하기가 싫어 한강을 따라 난 길을 빠져나와 작은 길로 들어서니 골목들도 잘 모르겠고, 조금만 더 헤매면 더 이상 걸을 수 없을 것 같았거든요. 따져보니 한 달 만에 나간 거더라구요. 

그렇게 몸을 움직이며 시간을 보내고 오니,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을 쓴 것 같아 뿌듯한 기분이라 몸도 맘도 한결 좋았습니다. 격하게 걸으면 저 같은 몸치들은 속도와 숨쉬기에만 집중하느라 일 생각은 희미해지니까요. 여기에 박자감 있는 음악까지 곁들여주면 그 템포에 맞춰 다리를 놀리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요즘 가장 좋아하는 것은 마돈나 언니의 히트곡들 그리고 팔코(Falco)의 앨범입니다. 꺄악~ 소리 질러어!(가슴으로) 둠칫둠칫!(이것도 가슴으로) 

그렇게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나가자… 했는데, 이번주에는 다시 못 나갔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다음 주가 있을 테니까요.


그나저나 구상하신다는 창을 바라볼 수 있는 테이블 배치는 정말 좋은 생각 같습니다. 집안에서 상대적으로 큰 가구의 위치나 방향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큰 분위기 전환이 되지요. 혼자 사는 집인 경우에는 더욱 그렇구요. 저도 항상은 아니지만 꽤 자주 거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테이블과 피아노의 위치와 방향을 어디로 어떻게 바꿔볼까 상상합니다. 

어렸을 때는 종이 위에 사각형을 하나 그려놓고, 나중에 제 방을 어떻게 꾸밀지를 그리면서 놀았던 기억이 납니다. 어렸을 때 방이 두 개인 집에 네 가족이 살았기 때문에, 큰 방 하나를 동생과 나눠 썼습니다. 엄마가 정가운데에 낮은, 하지만 어린이에게는 낮지 않은 책장을 하나 세워서 나름 각자의 영역을 구분해 줬던 기억도 납니다. 아마 그때였던 것 같습니다. '나중에 내 방이 생기면' 어떻게 꾸밀지를 그리면서 놀기 시작했던 때가. 

정작 본격 청소년이 된 이후부터 한동안은 집이나 제 방 어디에 무슨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있어야 하는지 이사해서 짐을 들일 때 잠깐 말고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저는 가능한 원래 있던 형태의 편안한 구조가 가장 좋았고, 엄마가 오히려 제 방의 구조를 이리저리 바꿔주곤 했는데, 그래봐야 일반 가정집 작은 방에서의 움직임이기 때문에 어마어마한 차이는 없었습니다. 그래도 덕분에 기분 전환은 되지요. 

이제는 방과 거실을 온통 제 맘대로 옮기고, 바꿔놓을 수 있는데 결국은 가장 편한, 청소하기 좋은 구조를 선택하더라구요. 참 멋없습니다.ㅎ


다음 주는 설연휴가 있네요. 주말과 겹쳐서 빨간 날이 4일인 것이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습니다. 부디 알찬 연휴이기를 바라봅니다. 어제오늘 공기가 너무 안 좋더니, 해 떨어지고 추워지면서 바람이 불어서인지 공기가 맑아졌습니다. 다행입니다.


많이 웃고, 다음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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