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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를 지탱하는 힘

코로나와 사회적 약자

by 토리가 토닥토닥

20대에 원하던 것이 있었다. 운전면허 취득과 독립이다. 하지만 자신이 없었다. 자동차를 사거나 독립하는 데는 ‘목돈’이 필요했고, 목돈을 쓰는 데는‘용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용기’까지 내야 하는 일인가 싶을 수도 있겠지만 내게는 그랬다.

신용카드 사용이 곧 빚이라 생각해서 지금도 신용카드 하나 없다. 그런 내게 운전면허 학원 등록에 드는 비용, 독립을 위한 비용을 지출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운전면허를 꼭 가지고 싶다는 욕망(!)에 휩싸이게 됐다. 집에 계신 장애인 분들과 어르신들께 도시락을 가져다 드리는 '업무'가 매력적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배달의 시작은 병원 입원 및 장기간 외출하신 분들의 명단을 재확인하는 것부터 시작이다. 도시락을 가져다 드리고 전날 드신 도시락을 수거한다. 오후에는 수거한 도시락통을 확인하고 세척 지원 인력이 없을 경우 마무리까지 진행했다. 보통 10시부터 배달을 시작했다. 그 시간에 출발해야 점심시간 전까지 완료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비게이션이 없던 시절, 오로지 지도만을 의지하며 다녔다. 다세대주택 밀집지역의 경우 주소와 경로를 사전에 꼼꼼히 확인하지 않으면 배달이 늦었다. 당시 운행차량은 수동 기어 변속 15인승 스타렉스였다. 한겨울 살얼음이 있는 경사로에서 시동이 꺼뜨렸다. 결국 차는 밀리기 시작했고 바로 뒤 최신형 세단이 클락션을 마구 울려 식은땀이 등까지 났던 기억이 난다.




도시락 배달처럼 보이지 않게 각자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 사회가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 코로나 발생 이후 사회복지사들은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어제는 코로나로 2배 이상의 식사를 배달한다며 전보다 지금이 더 바쁘다는 다른 복지관 사회복지사의 연락을 받았다


출처 : 2020-03-07 뉴스투데이

https://imnews.imbc.com/replay/2020/nwtoday/article/5669430_32531.html


코로나의 경계가 본격적으로 시작한 2월 중순부터 복지관의 모든 프로그램들은 중단되었고, 대신 마스크 배분, 지역주민 가정 방역, 서울시 특별 재난지원금 신청과 관련된 파견 지원을 나갔다. 모든 일에 사회적 거리두기는 당연하게 되었다.


그러나 주변을 돌아보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어려운 사람들이 너무 많다. 중증장애인, 거동이 힘든 재가독거어르신들 등이 포함한 사회적 약자들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로 인해 그들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지원에 최선을 다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우리의 공동체를 받쳐주는 사람들의 작은 힘 하나하나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여름은 시작되었고 코로나는 장기적 일상이 되었다. 앞으로도 코로나는 쉽지 않은 문제가 될 것이다. 나와 우리,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서로 조심하고 개인 방역에 힘썼으면 좋겠다. 그리고 함께 힘내자고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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