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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숭아 Mar 14. 2021

저도 준며들지 몰랐어요

몇 년이 지났어도 기억에 남아있는 BBC의 해외토픽(2019년 2월)이 있다.


인도 뭄바이의 직장인 라파엘 사무엘(27)이 자신의 의사를 묻지 않고 단지 쾌락을 좇아 자신을 이 세상에 나오게 한 부모를 상대로 소송을 건다는 뉴스였다.


동의 없이 부모가 태어나게 했고, 본인이 원한대로 태어난 것이 아니니 여생을 사용하는 비용을 지불받아야겠다며 부모가 책임지라는 것이다. 그 의견은 부정적인 여론이 대세였다.


그 뉴스는 한동안 머릿속에 있었다. 다른 의미

나 역시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무로서 아예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태어난 이상 살아야 한다. 그리고 살아가야 하는 세상은 생각하지도 못했던 고통을 준다. 평생을 죽어라 일해야 하고, 때로는 질환을 달고 살아야 하고, 타인 죽음보다 더 한 고통을 안겨주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은 결코 그 누구도 선택한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삶인 것이다.      


생각이 많은 사람으로서 물 위에 번지는 물감을 막을 수 없듯 부정적인 생각이 떠오르면 순식간에 번져버린다. 막아내기 쉽지 않다. 타인에 비해 2배 이상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렇기에 필요한 것은 ‘살아감’에 있어 ‘웃음코드’을 찾아내고, 관계 속에서 긍정을 잃지 않으려 하는 노력이다.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요즘 유쾌한 내용들을 자주 보고 일부러 웃음을 만들기 위한 일들을 만든다. 그렇기에 ‘펭수’도, ‘최준’도 최애 캐릭터다.


특히 요즘 떠오르는 유튜브 대세 비대면 데이트 ‘최준'(35세, 카페 사장)’은 처음에는 힘들어도 한번 입문하고 나면 빠져나오기 힘든 긍정과 응원의 아이콘이다.


잠자리에 누워 그의 영상과 댓글을 보며 하루를 마감할 때면 '아하하' 하며 나도 모르게 웃고 있다.   

“나 에티오피아에서 유학했어요. 철이 없었죠. 커피가 좋아 유학을 했다는 게"


"우유 좋아해요? 나도... I love you.”


“어? 예쁘다! 너무 솔직했죠? 나 이런 거 숨기는 거 잘 못해요.”


“굴 좋아해요? 전 굴 좋아해요. 당신 얼굴"


“오늘도 고생 많이 했어요. 토닥토닥 쓰담쓰담.”

그가 하는 말을 들어보면 화면을 쳐다보지 못할 정도로 손발이 오그라든다. 비록 액정 화면 속의 그와 눈이라도 마주치게 된다면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를 정도다.


그러나 그 오그라드는 멘트들이 대중들에게 큰 웃음, 빅재미들로 어필된다는 것은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힘든 삶에서 원하고 필요한 것은 앞서 말했던 ‘웃음’과 ‘응원’이 아닐까 생각한다.      


“너를 알게 되어 참 좋다.”


"너는 잘 될 거다. 어느 곳, 어느 순간, 어느 때라도."


“나는 네가 더 잘할 수 있고, 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너를 진심으로 좋아한다.”   

   

최준과 같이 “냠냠했어요?” “바보야 밥도 안 먹고 뭐 하는 거야?”와 같이 민망하고 부끄러운 표현은 못하겠다. 그러나 진심 어린 상냥한 한마디 말을 통해 상대방도 나도 서로에게 그 순간만큼은 삶은 고통이 아니라 온기도 있음을 알아챘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 지금은 '최준'이 필요하다. 흐믓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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