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맞는 취미를 찾아서
과속방지턱이 될 만한 게 뭐가 있을까.
속도를 줄여 부드럽게 타넘으며
기분 좋은 느슨함을 느껴볼 만한 무엇이.
한해를 돌아봤을 때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완전히 뚜렷하게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구분되어 기억할 수 있을 만한 것이 뭐가 있을까.
계절을 날씨 앱에서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에어컨과 히터 작동유무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두피로 살갗으로 코끝으로 느껴볼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그런 생각이 계속되던 끝에,
예전에는 즐겼지만 한동안 발길을 끊었던
산이라는 존재가 떠올랐다.
계절마다 다른 색감과 느낌으로 다가오는,
혼자여도 좋고 함께여도 좋은 산이라는 존재가
빠르게 걷고 있는 내 앞에 과속방지턱처럼 나타났다.
그렇게 산이라는 과속방지턱과
물길따라 걷는 우회로 건설 공사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