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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저속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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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준 Oct 22. 2021

삶에도 구간 단속이 있다면

어딘가로 떠날 때면 어김없이 과속 단속 카메라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이 카메라가 별로 유의미하지 않은 것은 그 앞에서 잠깐 속도를 줄였다가 다시 높이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간 단속이라면 그런 눈속임이 통하지 않는다.

 

100km/h 구간 단속이면 시작지점 통과 후 종료지점까지 평균 속도가 100km/h를 넘으면 안된다. 카메라가 설치된 지점에서만 규정속도를 지킨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기에 달리는 내내 속도를 신경쓰며 달릴 수밖에 없다.

 

광고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퇴근도 주말도 없이 일에 치여사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한번 달리기 시작하면 200km/h로 쉬지 않고 달릴 때도 있다. 진리의 회바회, 팀바팀, 사바사 이겠지만 분명 순간 가속도가 높은 직종 중에 하나임은 분명하다.

 

구간 단속 구간을 통과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삶에도 구간 단속의 원리를 적용한다면 어떨까. 한동안 200km/h로 달렸으면 다음엔 50km/h로 느긋하게, 때로는 4km/h의 속도로 아주 천천히 나아가며 허락된 평균 속도를 넘어서지 않도록 애써 노력해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구간 단속 구간의 제한된 평균 속도를 넘어서면 날아오는 과태료처럼, 권장된 삶의 평균 속도보다 빠르게 달리게 되면 골병 들어 쓰게 되는 병원비로, 어쩐지 마음이 허전해 긁었던 카드 명세서로, 이런저런 명목으로 과태료 고지서가 날아온다고 생각하면 사는 게 좀 달라지지 않을까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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