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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범한기적 Apr 01. 2021

강해지는 건 바라지도 않아

부드럽게 단단하게, 생활 밀착형 페미니즘

나는 종종 두 개의 상반된 이야기를 듣는다.     


"언니! 언니는 저에게 독립투사 같은 존재예요!" 또는

"페? 페미니즘? 네가 페미니스트인 줄은 몰랐는데?"     


뭐, 아무래도 좋다. 둘 다 부정할 수 없는 나의 모습이니까. 사실, 두 번째 말을 더 많이 듣긴 한다. 그 두 번째 말과 함께 자주 듣는 말은 바로 이 말이다. “참해 보여요.” 물론 좋은 의도인 건 안다. 그런데 사람들은 알까?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앞으로도 참해야 한다고 즉 성격이 찬찬하고 얌전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는 것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같은 감정을 느끼기 때문인지, 나보다 더 참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 동생을 만나면 우리 둘 사이 대화가 폭포수처럼 쏟아진다.     


“언니 저는 정말 그 말이 이제 지긋지긋해요!”

“나도 너무 답답해.

 마치 가슴에 꽉 끼는 브래지어를 한 것 같은 느낌이야!”     


참해 보이는 겉모습 속 내 안에 하지 못한 말은 늘 많다.

“그건 좀 아니지 않나요?”, “지금 선 넘으셨는데요?” 이런 말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 표현은 좀 불편해요.”, “저는 안 하고 싶어요.”라고 말하고 싶다.


나도 남들만큼 강단이 있다면 좋겠다. 꼭 필요한 상황에서 하고 싶은 말을 똑 부러지게 하는 그런 내가 되기를 언제나 바란다. 아마 내가 그런 사람이라면 누군가에게 “참해 보여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쓴웃음 짓지 않을 테니까. 그렇게 말하는 사람의 의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환하게 미소 지을 수 있을 테니까.     


그래서 시작해본다. 부드럽게 단단해지기 위해 꾸준히 실천하고픈 생활 밀착형 페미니즘 이야기를. 강한 사람만 페미니스트가   있는  니다. 누구라도 이야기하고 함께 나누다 보면 ‘상식’, 그러니까 '사람들이 알아야 하는 지식' 점점 퍼져나가게  것이다. 외모로 성격을 정형화하고 그것이 마치 칭찬인듯 말하는 일도 불편감을 유발한다는 상식과 "칭찬인데 왜 이래?" 라고 되묻는 사람에게 원래 칭찬의 범주에 외모는 포함이 아니라는 지식을 말하고 싶다. 그럼 결국에는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의 일상이 좀 더 편안해질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 우리 일상에서부터 페미니즘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고 믿는다.

     

오랜만에 만난 동생을 앞에 두고, 나는 앞으로 달라지겠노라,   강단이 있는 사람이 되겠노라, 자기맘대로 기대를 품고 나에게 무언의 압박을 주는 사람에게 시원하게 말 펀치를 날리겠노라 목소리 높여보지만, 달뜬 나에게 동생은 일침을 날린다.


"언니, 여기 차 안에서 우리끼리 이래봤자 소용없어요!”     


그러자 가슴  깊은  침묵하고 있던 강단 이번만큼은 굽히지 않고 외친다.     


“강해지는 건 바라지도 않아.

 앞으로는 지고 싶지 않을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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