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로 태어나 여자로 자란 데이비드 라이머 실화
도서 <타고난 성 만들어진 성>의 주인공 데이비드 라이머는 일란성쌍둥이 중 첫째로 태어났습니다. 그는 분명 남자로 태어났으나 어른들의 선택에 의해 여자로 자라게 됩니다. 하지만 그의 부모와 담당 의사가 아무리 그를 여자아이로 키우려 해도 그는 남자아이처럼 자랐습니다.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며 자란 데이비드는 14살에 본인의 선택으로 원래 타고난 성인 남성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데이비드 라이머는 1965년 캐나다에서 일란성쌍둥이 중 첫째로 태어났습니다. 생후 7개월 때 형제는 포경 수술을 받았고 이때 데이비드의 성기가 다 타버리는 사고가 발생합니다. 걱정에 사로잡힌 부모는 우연히 TV에서 어느 의학박사를 보게 됩니다. 그는 존스 홉킨스 대학 교수이자 인간의 성적 행동과 성별에 대한 연구로 유명한 존 윌리엄 머니였습니다. tv 쇼에서 "성 역할은 후천적인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라고 말하는 박사를 보고 데이비드의 부모는 그를 찾아갑니다.
존 윌리엄 박사는 데이비드를 보고 "성 역할은 후천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자기의 주장을 증명할 좋은 연구 대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부모에게 몇 mm 남지 않은 성기를 아예 제거하고 여성의 성기를 만들자고 설득합니다. 부모는 '아무래도 우리보다는 TV에도 나오는 의사가 더 잘 알겠지'싶어 그의 말을 따르기로 합니다. 결국 생후 22개월 때 데이비드의 고환은 제거되고 이후 브렌다라는 여자 아이로 길러지게 됩니다. 하지만 아무리 여자처럼 머리를 기르고 원피스를 입고 브렌다라고 불려도 브렌다는 전형적인 남자아이의 특징을 보였습니다. 인형 놀이보다는 칼싸움을 좋아했고 목소리도 행동도 그냥 남자아이 그 자체였습니다.
한편 브렌다가 된 데이비드가 원래 타고난 대로 남자아이처럼 자라는 게 확실함에도 불구하고 존 머니 박사는 그걸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본인의 주장을 꺾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데이비드가 성공적으로 브렌다가 된 것처럼 보이기 위해 증거를 조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존이 어린 브렌다(데이비드)와 브라이언에게 행한 짓은 너무 끔찍해서 차마 적지 못했습니다. 어른이 한 번만 겪어도 트라우마가 평생 남을 일을 데이비드와 브라이언은 그 어린 시절 주기적으로 몇 년 동안 당했다는 것만 말씀드립니다.
당연히 이 형제는 존 머니 박사를 만나러 갈 때마다 강력하게 거부했습니다. 하지만 존 머니 박사는 아이들에게 보였던 강압적인 모습과는 반대로 부모에게는 한없이 친절하게 굴어 부모는 존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의학계에서도 존의 연구가 실패했고 아이들을 학대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학계에서 존의 입지가 워낙 견고했기에 아무도 대놓고 존을 반대할 수 없었습니다. 어른들이 이렇게 알면서도 모르는 척 외면하는 시간만큼 아이들의 고통은 더 커져만 갔습니다.
10대가 된 데이비드는 에스트로겐을 투여받기 시작했습니다. 유방 발달을 유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때까지도 존은 계속 데이비드가 성공적으로 브렌다가 됐다고 연구 결과를 조작하고 있었습니다. 사춘기에 접어든 데이비드는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었습니다. 13살에 자살 시도를 했고 우울증 판정을 받았습니다. 데이비드가 부모에게 존을 다시 보게 하면 자살하겠다고 말하자 데이비드의 부모는 내분비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의 조언에 따라 데이비드에게 모든 사실을 알려주었습니다. 모든 일을 알게 된 데이비드는 자신을 다시 데이비드라고 부르며 남성 성 정체성을 되찾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뒤 테스토스테론 주사, 가슴 성형수술, 남근 성형술 등 잃은 것을 되찾기 위해 여러 시술을 받았습니다.
1990년, 데이비드는 결혼을 했습니다. 겉으로 볼 땐 문제없어 보였지만 어렸을 적 존에게 당한 학대로 인해 데이비드의 마음은 엉망진창이었습니다. 데이비드를 통해 존의 주장이 실패했다는 것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때까지도 존은 '성 역할은 후천적으로 정해진다'는 주장을 계속 고수했습니다. 의학계에서 그의 입지도 여전히 단단했습니다. 그래서 무려 30년 동안이나 남자아이를 여자 아이로 바꾸는 수술이 계속 행해지고 있었습니다. 왜냐면 기술적으로 남성을 여성으로 성전환 하는 게 더 쉽기 때문입니다.
1997년, 오랜 시간 존의 연구에 의문을 품고 추적하던 한 학자가 용기를 냈습니다. 그는 존의 주장이 틀렸다는 것을 밝히도록 데이비드를 설득했습니다. 마침내 데이비드도 용기를 내어 그가 경험한 일을 세상에 공개하였습니다. 데이비드의 이야기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래도 끝까지 존은 자신의 주장을 고집했습니다. 그나마 그의 주장이 이미 진작에 틀렸다는 게 의학계에 암암리에 퍼져 있었기에 존의 주장은 점차 무시되었고, 멀쩡한 남자아이를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여성으로 바꾸는 성전환 수술이 사라지게 됐습니다.
이렇게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온 것 같았지만 형제는 어린 시절 겪은 연구를 가장한 학대의 흔적에 계속 시달렸습니다. 결국 동생 브라이언은 36살에 약물 과다 복용으로 죽었고 형 데이비드는 38살에 자살을 하였습니다.
만약 데이비드가 용기를 내어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세상에 알리지 않았다면, 존 머니 박사의 "타고난 성을 바꿀 수 있다"는 주장이 틀렸다는 것을 밝히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여전히 남자아이를 여자로, 여자 아이를 남자로 바꾸는 수술이 행해지고 있었을 겁니다. 그럼 그 아이들은 데이비드처럼 혼란을 겪다가 자살로 생을 마감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사실, 진실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지식이나 상식도 언젠가는 거짓으로 밝혀질 누군가의 주장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너무 믿지 말자구요. 그게 뭐든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