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밤

by ㅇㄹㅇ

그날 밤은 이상하게도 아직 끝나지 않은 느낌이었다.
파크 하얏트 도쿄의 복도는 늘 그렇듯 조용했고, 카펫은 발소리를 지나치게 잘 삼켰다. 카드키를 몇 번이나 갖다 대는 소리에 문을 벌컥 열었을 때, 아침 조식당에서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사람이 서 있었다. 서로 동시에 아, 하고 짧게 숨을 내쉬었다. 방 번호를 다시 확인하고, 착각했다는 사과와 간단한 인사. 그 모든 과정이 너무 매끄러워서, 오히려 다음 장면이 비어 보였다.

문을 닫고 돌아섰을 때, 방 안에는 이미 샴페인이 열려 있었다. 출장의 마지막 밤이라는 핑계로 미니바에서 꺼내 둔 것. 잔에 기포가 올라오는 걸 보며 잠시 서 있다가, 괜히 문 쪽을 다시 한 번 바라봤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냥 타이밍이 그랬다.

몇 초쯤 지났을까, 문을 다시 열었다. 복도에는 아직 그 사람이 있었다. 막 방으로 들어가려던 찰나였고, 서로를 보자 동시에 웃음이 났다. “아까…”라는 말이 먼저 나왔고, 그 다음 말은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막 샴페인 열었는데 한 잔 드실래요?”

대답은 길지 않았다.
다시 열린 문, 조금은 느슨해진 공기. 샴페인은 두 번째 잔부터 맛이 달라진다. 첫 잔은 상황을 설명하고, 두 번째 잔부터는 설명이 필요 없어지는 법이다. 소파에 나란히 앉아 창밖의 불빛을 보며, 조식당에서는 하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했다. 어디서 왔는지, 내일은 어디로 가는지. 깊지 않은 질문들, 하지만 묘하게 솔직해지는 답들. 시간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음악을 틀었는지도, 잔을 몇 번이나 채웠는지도 흐릿하다. 다만 서로의 말이 조금씩 느려졌고, 침묵이 불편하지 않은 상태가 되었다는 건 분명하다. 가끔은 말보다 시선이 먼저 움직였고, 그때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았다. 밤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어떤 장면들은 굳이 문장으로 옮기지 않아도 충분하다. 손이 닿았는지, 닿지 않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그날 밤의 공기가 분명히 달라졌다는 사실이다. 호텔 방이라는 완벽하게 중립적인 공간에서, 잠시 균형이 흐트러졌다는 느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이상했다.

아침이 되었을 때, 방은 다시 원래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침대는 반듯했고,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빛은 지나치게 건강했다. 조식당에 다시 내려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대신 커피를 내려 마시며, 전날 밤의 샴페인 잔을 한 번 더 바라봤다. 기포는 이미 사라졌지만, 여운은 그렇지 않았다.

여행에서 가장 오래 남는 건 사진도, 일정도 아니다.
이렇게 정확히 설명할 수 없는 밤, 그리고 굳이 설명하지 않기로 한 장면들이다. 도쿄의 호텔 방에서 있었던

그 짧은 균형의 붕괴는, 아마 꽤 오랫동안 다른 밤들 사이에서 조용히 떠오를 것 같다. 필요할 때마다, 아주 적당한 온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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