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과 2분의 1
내가 가장 자주 클릭하는 화면은 늘 예측 불가능한 ‘카테고리’가 잔뜩 달린 사이트다.
페이지마다 생소한 태그가 붙어 있고, 그 태그들은 때론 서로 충돌해 보이지만 묘하게도 무궁무진한 조합을 만들어낸다. 처음엔 “도대체 이런 것도 있어?”라며 기막혀했는데, 한참 뒤에는 “이런 것도 있구나” 하고 무덤덤하게 쳐다보게 되는 내가 있다. 인간의 호기심은 대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 걸까?
우린 흔히 욕망을 이야기할 때, 특정한 틀 안에서만 안전하게 다루고 싶어 한다.
하지만 SNS라는게 그렇나? 누군가는 꽃 향기 같은 순수 로맨스에 눈을 떼지 못하고, 또 누군가는 완전히 다른 굴곡과 움직임에 압도당한다. 내가 보기에, 정답이라는 건 애초에 없다. 그저 어떤 영상이 내 안쪽을 더 빠르게 두드리고, 어떤 장면이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감정을 자극하는지 살피는 일일 뿐이다. 그리고 여기에 ‘좋다’ 아니면 ‘잘 모르겠다’ 정도의 간단한 판단만 더해지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시간이 흐를수록 취향은 미묘하게 변하거나 확장된다. 어떤 날은 별 관심도 없던 요소에 깊이 끌리는 내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내가 이런 부분에서 전율을 느낄 줄은 몰랐는데?” 하고 놀라다가도, 또 다른 날은 서늘할 정도로 딱히 감흥이 없을 때가 온다. 그러니 이 쪽저 쪽 편 가르기보다는, 그냥 흘러가는 대로 관찰하는 편이 좋겠다. 누군가는 날 두고 “이쪽이야, 저쪽이야?” 묻기도 하지만, 실은 그런 질문 자체가 지루하다.
보고 싶으면 보고, 아니면 안 볼 뿐이니까.
물론 어느 순간은 스스로 조금 긴장되기도 한다. “혹시 너무 빠져드는 거 아냐?”라고 고개를 드는 죄책감 비슷한 감정 말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그럼 뭐 어때?”라고 시니컬하게 되받아치기도 한다. 매일 아침 온갖 뉴스와 광고 속에서 무의미한 정보를 쓸어담느니, 차라리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는 쪽이 낫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결국, 사람은 자신을 잘 모를수록 더 방황하게 마련이니, 취향이라는 게 드러나면 오히려 마음이 편하기도 하니까.
가끔은 화면에 묻어나는 감정이 현실로까지 번져 나오는 경험을 한다. “이런 장면, 실제로 경험해볼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아주 단순한 호기심이 피어나는 거다. 하지만 막상 현실에서 매끄럽게 구현되긴 어렵다. 결국 우리는 대부분 상상의 영역에 머무르고, 거기서 찾아오는 짧은 열기와 허무를 반복하며 살아간다. “이게 나를 더 풍요롭게 하는 걸까, 아니면 외롭게 만드는 걸까?”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도, 답은 매번 제멋대로 달라진다.
일상의 한가운데서 억지로 얌전해지기보다, 스크린 너머 펼쳐지는 무수한 풍경들을 가끔씩 엿보며 날 것 그대로의 욕망을 접해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내 취향의 지형도가 조금씩 바뀌고, 예상치 못한 감정들이 피어오르기도 한다. 어차피 인생 자체가 끝없이 변하는 건데, 취향 하나 바뀌는 게 무슨 대수란 말인가.
결국 이 모든 행위는, “내가 지금 어디쯤 서 있는 사람인지”를 조금 더 파악하기 위한 일종의 탐험이 아닐까. 사소하지만 은근히 중독적인 탐험 말이다. 혹은 단순한 오락일 수도 있고. 어느 쪽이든, 내가 즐겁고 만족스러우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리고 내 안에는 아직 못 봤거나, 안 봤거나, 혹은 언젠가 보고 싶을 수도 있는 풍경들이 무수히 많다. 아마도 그건 꽤 오랫동안 나를 지루하지 않게 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