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들

딱딱하고, 차가운.

by 고행복


부드럽고, 따뜻한 것을 좋아한다.

이불이라던가.. 슈크림 같은 것.


‘딱딱하다’라는 말은 왠지 나를 경직되게 만들고,

‘차갑다’라는 말은 나를 긴장하게 만든다.


딱딱한 무언가와(사람이든, 사물이든, 음식이든, 상황이든) 마주하면 나도 같이 딱딱해지는 기분이 들고

차가운 무언가와(단어라던가, 문장이라던가..+ 추운걸 극도로 싫어한다) 만나면 뼈마디까지 으스러지는 고통이 있다.


이런 편견으로부터 탈피시켜준 소중한 존재를 만난 기념으로 적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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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커피는 무조건 아이스 아메리카노다. 추워도 얼죽아!

아메리카노를 차갑게 해주는 것은 시원한 생수도 아니고, 원두도 아니고 다름 아닌 얼음이다.


얼음에 관하여.

너무나도 익숙하고 친숙하지만 차마 그 소중함을 들여다본 적은 없는 존재.


얼음이 없었다면 우리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먹지 못했을뿐더러

더운 날 시원한 생수, 아니 얼음물이라는 것을 생각도 못했을 거다.


아이스크림이 30분 동안 녹지 않게 해주는 것도 결국 얼음이고

뜨거운 위스키를 시원하게 해주는 것도 결국 얼음이다.


문제는 이 위대한 일을 하는 얼음이 ‘딱딱하고 차갑다는’ 것이다.. 내가 극도로 두려워하는.

그러나,

딱딱하다고 해서 나를 경직되게 하지 않는다. 차갑다고 해서 나를 긴장하게 만들지 않는다.


시커먼 연탄이 나를 따뜻하게 하듯

스스로 경직된 이 얼음은 나를 시원하게 해 준다.


그러니까,

예쁘든 못생기든, 시커멓든 하얗든

차갑든 뜨겁든


모두 필요하다.


당신이 얼음이든, 연탄이든

소중하다.



오늘은 여기까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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