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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ganicmum Feb 27. 2024

[심플라이프] #01 생존을 위한 미니멀라이프

4인가족 구축아파트 방 2개 집에서 살아남기

정리열풍


'신박한 정리'라는 프로그램으로 한창 정리열풍이 일었다.

그리고 그 열풍은 연예인에서 일반인의 정리열풍까지 이어졌다.

코로나 때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집 꾸미기도 붐이 일었다.

정리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유튜브에 많이 등장하고 일반 주부들도 정리유튜브를 찍기 시작했다.


코로나를 계기로 사람들은 집이라는 공간에 관심이 많아졌고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

혼자 사는 사람들, 신혼부부, 넓은 집에 사는 사람들은 예쁘게 집 꾸미는 것에 포커스를 두었다.

가족이 많은 사람들, 좁은 집에 사는 사람들은 생활공간을 만들기 위해 미니멀리즘으로 라이프스타일이 변화했다.


나 역시 정리열풍에 동참했는데 유행 따라 정리열풍에 동참한 것은 아니었다. 코로나시기에 때마침 둘째가 태어나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집이 답답해졌다. 터울이 있고 성별이 다른 첫째와 둘째를 보면서 가족의 생존을 위해서 정리하기 시작했다.




선택권이 없는 작은집


우리 집은 방이 2개 있는 20평대로 30년쯤 된 구축아파트이다. 아이 둘 있는 4인가족은 미니멀리즘을 선택해야 했다.

6살 된 첫째는 장난감이 넘쳐났고 엄마의 욕심으로 책이 가득했다.

일명 '책육아'라 하는데 책을 읽어주면서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했다.


게다가 패션을 좋아하던 내가 20대 때부터 20년간 사 모은 옷, 가방, 모자, 신발이 방 한 곳을 메우고 있었다.

유학할 때 룸메이트 친구가 의상을 전공했는데 모르는 사람들은 나도 함께 의상을 전공한 줄 알았다. 둘이 함께 신나게 쇼핑하고 옷을 만들어 입었다. 지금은 입지도 않는 호피무늬부터 시작해서 옆구리가 파인 파티드레스까지 엄청난 옷들이 작은 집에 숨어있었다.


20평대 구축아파트의 특징을 보면 구조가 아주 안 좋다.

모두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우리 집은 시대에 생겨난 아파트 중에서도 유독 구조가 안 좋은 편이다.




구축아파트의 주방


우선, 가장 치명적인 구조는 주방에 식탁이 안 들어가는 것이다.

일자 주방인데 폭이 1미터가 조금 넘어서 테이블을 억지로 구겨 넣으면 2인용 카페테이블 정도의 사이즈는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렇게 두고 사용할 수 없다. 방에 테이블을 넣으면 지나다기기가 아주 불편하다.


주방의 식탁자리가 애매하다 보니 자연스레 식탁은 주방 앞으로 내야 하는데 주방 앞은 현관과 이어지는 마루 같은 공간이다. 이곳의 적절한 명칭이 없다.


우리 집은 거실 겸 방 1, 큰 안방 1, 작은방 1 이렇게 있는데 주방 앞 공간을 거실이라고 하기엔 너무 작고 그렇다고 주방으로 하기엔 현관과 화장실이 이어지는 공간이라 적절하지 않다.


처음 이사 왔을 때는 이곳에 식탁을 놓았는데

현관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면 바로 식탁이 보여서 집에 들어서는 순간 답답했다. 게다가  화장실 앞이라 손님이 와서 함께 식사를 하면 화장실을 사용하기가 상당히 불편했다.  

아이들이 오가면서 부딪히고 걸리적거렸다.


둘째가 태어나면서 더더욱 이곳에 물건을 둘 수 없어 식탁은 거실로 갔다.


<집 평면도>


주방의 폭은 아래 그림보다 훨씬 좁다.


거실


어쩔 수 없이 식탁을 거실에 두면서 거실에 있던 소파는 처분했다.

거실을 서재컨셉으로 만들었다.

거실공부방, 거실서재화로 책육아하는 엄마들에게 인기를 얻는 컨셉이긴 한데 우리집에서는 여기서 책도 읽고 밥도 먹어야 했다.

주방과 식탁의 동선이 길다보니 밥 차리기가 불편했다.

한번 밥을 차리려면 식탁까지 몇 번을 오가는게 영 불편하지만 제일 쾌적한 테이블 위치는 거실이었기에 그대로 뒀다.




안방 : 큰 방


큰 안방은 신축아파트의 작은 방을 2개 합쳐놓은 크기이다.


커서 좋냐고요?


아니요..


실용성이 떨어진다.


아이들 물건과 옷, 책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거실을 그나마 깨끗하고 쾌적하게 보이게 하려면 방으로 물건을 밀어 넣어야 했다.  방이 2개 있는데 그중에 큰 안방을 아이들 방으로 정했다. 큰 안방의 반은 물건이 차지했고 반은 잠자는 공간으로 매트를 깔아 뒀다.

낮에는 이불을 치우고 매트에서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방이 되었고 밤에는 이불을 깔아서 침실이 되었다.




작은 방


잠귀가 밝은 남편은 작은 소리에도 잠에서 깬다.

그래서 같이 자는 사람이 불편하다.

작은 방을 남편방으로 내주었다.

방이 2개밖에 없는 집에서 한방을 혼자 차지하다니!


처음엔 잠자기에 아주 쾌적했으나..

첫째가 쓰겠다고 해서 샀던 벙커침대를 안 쓰겠다고 해서 남편이 쓰는 작은 방으로 옮기고 장롱 2짝이 작은 방에 들어가 있다. 그리고 옷을 수납하는 수납장과 전신거울 등으로 꽉 차 있다.

참.. 벙커 침대 밑에는 정리하지 못한 내 책과 옷들로 가득하다.

창고 겸 침실이라 해야 하나 드레스룸 겸 침실이라 해야 하나..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에는 이곳이 드레스룸이었고 큰 방이 침실이 되는 공간인데 아이가 둘 생기면서 작은 방은 드레스룸 겸 남편 침실, 큰방은 놀이방 겸 침실이 되었다.


홈오피스 만들기 : 거실 서재화

 

거실은 공부방 겸 다이닝룸 겸 서재 겸 재택근무를 하는 나의 홈오피스가 되어야 했다.

어느 한 공간도 독립된 용도로 사용할 수 없는 구축아파트 방 2개인 20평대 아파트에서 우리 4인 가족은 살아남아야 했다.

심지어 팬트리도 없다.

창고가 있긴 한데 깊어서 사용이 불편하고 빌트인 수납장이라고는 신발장 밖에 없다.


4년 동안 쌓여가던 물건들이 늦둥이 둘째가 태어나면서 신생아 육아용품까지 추가되어 집이 초토화되었다.

조리원에서 퇴원하고 집에 와 보니 이런 모습이었다.


이런 걸 난장판이라고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열흘을 집을 비웠다고 이렇게 된 거라고?

무엇이 문제일까..


하...


아기가 통잠을 잘 때까지는 잠과의 싸움이었기에 집을 정리할 여유가 없었다.

100일이 되고부터는 물건을 비우기 시작했다.


물건을 줄이고 또 줄였다. 2년 동안 비우기를 하면서 집을 정돈했다.


그 과정이 무료해서 블로그에 올리며 기록을 했는데 마지막에 조회수가 폭발하는 포스트가 탄생했다.

네이버리빙판에서 내 블로그를 소개한 것이다.


하핫..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었는데

남들에게 보여주기 부끄러운 집이었는데 이젠 예쁘게 보이기 시작하는구나.


<정리 후 거실모습>



심플라이프


2년 동안 집을 정리하고 집이라는 공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가족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기에 작은 집이든 좁은 집이든 구조가 안 좋은 집이든 크게 상관없었다. 그러나 둘째가 태어나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내가 재택근무를 하면서 집은 온전한 나의 생활공간이 되었다.


생활공간이 되어버리니 물건이 많은 작은 집은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생존을 위해 불필요한 물건들을 비우고 공간을 넓혀가기 시작했다. 비우고 덜 사는 습관이 생기다 보니 미니멀리즘을 추구하게 되었다.


나는 생존을 위해 미니멀라이프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집정리를 시작하면서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게 되었지만 비워야 한다는 강박이 나를 피곤하게 하기도 했다.

'소유'가 미니멀에 반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나의 소유물이 나를 피곤하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모든 소유물을 정말로 미니멀하게 비우고 살아갈 수가 없었다. 지금 당장 사용하는 건 아니지만 꼭 필요한 것들이 있고 소중한 것들이 있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하지만 진정으로 내가 추구하는 것은 미니멀라이프가 아닌 '심플라이프'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집의 규모에 맞게 가족들이 좋아하는 분야는 맥시멀 하게 간직하며 가족이 함께 꿈꾸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나에게 더 넓은 공간이 주어진다면 지금 보다는 덜 비우고 살아갈 것이고 나에게 더 좁은 공간이 주어진다면 지금보다 더 비우고 살아갈 것이다. 나에게 주어지는 공간에 맞게 심플하게 내 공간을 채우고 살아갈 준비가 되었다.


물질적인 것뿐만 아니라 시간, 돈, 관계, 생각 그 모든 것들을 심플하게 정리하는 법을 알아갔다.


삶의 기준점을 세우면 정리가 쉬워진다. 그동안 특별히 공간과 시간에 대한 기준을 세우지 않고 살았기에 집이 복잡해졌고 삶이 필요 이상으로 분주함을 느꼈다.


소유물을 정리하듯 시간을 정리하고 돈을 정리했다.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을 빠르게 분별하는 기준을 세우게 되었다. 생존을 위해 시작된 미니멀라이프로 삶의 기준점을 깨닫고  심플라이프를 추구하게 되었다.


'소유'에 대한 불편함도 사라지고 비워야 한다는 강박도 사라졌다. 나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우리 가족에게 있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분명해졌다. 그래서 '소유'에 대한 자유함을 누릴 수 있는 심플라이프로 소중한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인스타그램  @simple_life_organicmum



 목차


1부 미니멀라이프를 통한 깨달음


1. 생존을 위한 미니멀라이프


2. 작은냉장고가 풍성하다

   - 엄마의 냉장고

   - 쉐어하우스의 냉장고

   - 먹을 것이 더 많은 냉장고


3. 미니멀옷장 : 1년동안 옷안사기

   - 비우기 힘든 옷

   -1년동안 옷안사기 프로젝트

   - 사람은 얼마나 많은 옷이 필요할까?


4. 돈 버는 미니멀라이프

   - 물욕이 줄어든다

   - 예쁜 쓰레기

   - 돈 버는 미니멀라이프


5. 육아는 템빨 vs. 미니멀육아

   - 미니멀이 필요없는 신혼

   - 문제의 시작

   - 이사 vs. 집 정리

   - 2년동안 비우기

   - 미니멀육아


6. 엄마의 욕심, 책육아,엄마표영어 vs. 미니멀육아

   - 책육아 vs. 미니멀육아

   - 엄마표영어 vs. 미니멀육아

   - 미니멀이즘을 추구하는 육아


7. 공부 잘하는 아이가 사는 집

   - 공부가 인생에서 중요한가

   - 놀이도 공부다

   - 학교 공부 잘 하는 아이의 특징

   - 공부 잘 하는 아이의 집


8. 가족과 함께하는 미니멀라이프

   -가족과 함께하는 미니멀라이프

   - 맥시멀한 아이들

   - '넘치지 않는 바구니' 규칙

   -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남편

   - TV없는 거실

   - 작은 냉장고

   - 우리에게 침대는 필요할까


2부 심플라이프,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단순한 삶


9. 인생2막, 미니멀라이프에서 심플라이프로

    - 나를 돌아보는 시간 3년간의 미니멀라이프


10. 심플한 물건정리

   - 청소와 정리의 차이

   - 정리가 잘 된 집의 특징

   - 정리와 미니멀라이프

   - 심플한 정리의 순서 3단계

   - 쉽고 빠르게 정리하는 꿀팁 10가지


11. 심플한 시간정리


12. 심플한 돈정리


13. 심플한 관계정리


14. 심플라이프와 행복

이전 01화 [심플라이프] #00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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