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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ganicmum Feb 01. 2024

작은냉장고가 더 풍성하다

소비를 줄여주는 작은냉장고

엄마의 냉장고

나는 늦둥이라 우리 어머니는 친구 엄마들 보다 10살 정도 더 많으셨다.

즉 곧 80을 바라보는 옛날사람이라는 의미이다.


아이들은 심심하면 냉장고를 열어본다.


'맛있는거 없나?'


내가 어릴 때 냉장고는 맛있는 음식이 별로 안보이는 식품저장창고였다.


요즘 엄마들처럼 아이들의 간식거리를 냉장고에 사서 넣어두는 문화가 아니었고 할머니와 함께 살아서 그런지 할머니의 반찬재료들이 가득했던 기억이 난다.


요즘 친정에 가 보면 냉장고에 음식이 그득하다.

냉동실은 검은 비닐봉다리가 가득가득하고 냉장실은 반찬통이 가득가득하다.

정체를 없는 반찬통들.


밥차리는 걸 도와드리려 해도 뭘 꺼내야할지 몰라서 손을 놓고 주방을 외면한다.

오랜만에 만난 엄마한테 잔소리하기 싫어서.



쉐어하우스의 냉장고

처음 유학을 떠났을 때 학교 기숙사에 살았는데 각 방에 침대3개, 옷 행거3개, 냉장고1대가 있었다.

조금 큰 원룸같은 공간에 침대와 행거, 싱크, 그리고 냉장고가 있었다.

먼저 그 방에 살던 사람이 냉장고 규칙을 알려준다.

제일 윗쪽 선반은 저사람 음식, 두번째 선반은 내 음식, 세번째 선반은 비어있으니 그곳을 사용해라는 것이다.

별로 크지도 않은 냉장고에 규칙을 만들어서 나눠서 사용하고 있었다.


함께 살기는 했지만 음식은 각자 해 먹고 각자 정리했다.

나는 학교가 끝날 때면 슈퍼에 들러서 점심 반찬거리를 사와서 만들어 먹고 아침엔 학교 가는 길에 빵같은 것을 사 먹었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는데 아르바이트 하는 곳에서 저녁을 주었다.

쉬는 날엔 친구들과 장을 봐 와서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한인마트에 가서 떡볶이 떡과 고추장을 사와서 떡볶이를 만들면 기숙사 친구들이 모여와서 함께 먹는 떡볶이파티가 시작된다.

어느 날은 불고기, 어느날은 샤브샤브, 어느날은 스파게티..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가며 친구들이 모여 먹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식재료는 항상 필요할 때 사서 먹었던 것이다.



먹을 것이 더 많은 작은 냉장고

작은 냉장고에는 지금 먹을 식재료나 음식이 들어있다.

나중에 먹을 음식이나 식재료는 거의 없다.

나중에 먹을 음식까지 넣으면 지금 먹어야 할 재료가 들어가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큰 냉장고에는 지금 먹을 것과 나중에 먹을 것이 함께 들어있다.


장에 옷이 많지만 입을 옷이 없는 처럼 냉장고에 식재료가 많지만 먹을 것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같은 이유이다.


지금 필요로하는 것이 잘 안 보이기 때문이다.


옷을 입으려고 옷장을 열면 뭘 입어야할지 모를 때가 있다.

날씨에도 안맞는것 같고 분위기에 안 맞는 것 같고 왠지 어색하고 안 어울리게 느껴진다.

분명히 예쁘다고 생각한 옷인데 어느 날 이 옷이 안 예뻐질까?


음식도 마찬가지다.

먹을 것라고 샀고 맛있겠다고 생각하고 샀는데 막상 큰 냉장고를 열어보면 지금 먹고 싶은 음식이 눈에 안 들어온다. 뭘 만들어 먹어야할지 고민이다.


작은 냉장고에 들어있는 음식은 대부분 일주일 이내에 산 음식과 식재료들이다.

즉, 옷으로 따지면 신상이다.


신상 옷을 사고 나면 그 계절을 아주 잘 입는다.

다음 해 같은 계절이 되면 사용빈도가 떨어지지만 산지 얼마 안되었을 때는 아주 마음에 드는 옷이기 때문에 자주 입게 된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내가 산지 얼마 안된 식재료는 구매할 때 분명히 목적이 있다.

무엇을 만들지 생각하고 언제 먹을지도 생각하고 산 식품들이다.


'우리 집에 감자가 없네'라고 생각하고 감자를 사 두면 파란 싹이 올라올 때까지 못 먹고 버리기 일쑤다.

나의 과거 경험이다.


'오늘 아이들 감자튀김 만들어줘야겠다' 생각하고 감자를 사면 그날 저녁에 감자를 사용하기 때문에 냉장고에 몇개 남지 않는다.

다음날 된장찌개를 끓일 때 사용하면 감자라는 식재료는 나의 작은 냉장고에서 사라진다.


다음 날은 '새우랑 애호박을 볶아서 반찬을 만들어야지'라고 생각하고 애호박을 사면 애호박을 산 날 냉장고에서 사라지기 때문에 먹고 남은 새우애호박볶음 반찬으로 남아있거나 작은 냉장고에서는 애호박이 남아있지 않는다.


매일 장을 보는 것은 아니다.


일주일에 한번 장을 보고 다음 주는 남은 식재료와 함께 먹을 식재료를 또 구매한다.

중간에 두부가 없으면 두부하나, 무가 필요하면 무 하나 이런 식으로 소량의 필요한 것만 구매를 하기 때문에 냉장고는 작아도 별로 불편하지 않다.


우리집 냉장고를 열면 아이들간식, 주스, 우유 등 반찬 이외의 식품을 보관하는 서랍이 있고 그 아래 채소를 보관하는 서랍이 있다.

냉장고 제일 윗 선반에는 고추장, 김치, 양념류가 있다.  그 아래 2,3개의 선반에는 반찬, 밥, 국 들이 통에 담겨져 있다.


<우리집 냉장고>


냉장고에 써 놓지는 않았지만 넣는 자리가 정해져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냉장고 문을 열면 첫번째 서랍만 열어서 보면 되고,

남편은 요리를 할 때는 두번째 서랍을 열어서 보면 된다.

그리고 간단하게 있는 반찬으로 밥을 먹을 때는 두번째 세번째 선반의 반찬과 밥, 국 등을 꺼내서 데워서 먹으면 된다.


작은 냉장고에도 규칙이 있고 자리가 정해져 있는 것이다.


우리 엄마의 큰 냉장고도 분명히 규칙이 정해져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규칙은 엄마만 아는 규칙이라 다른 가족들은 냉장고를 열면 음식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한다고 작은 냉장고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큰 냉장고가 필요없기 때문에 작은 냉장고를 선택한 것이다.


한국사람들의 생활양식을 보면 선입견이 있는 것 같다.

가족이 함께 사는 집은 양문형냉장고가 있어야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내가 처음 한국에서 살았던 집은 구축아파트였고 두번째로 이사간 집은 신축아파트였는데 주방에 냉장고 자리가 있었다.


양문형냉장고가 들어가는 큰 사이즈의 자리가 가벽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나처럼 작은 냉장고를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냉장고자리가 거추장스러웠다.

그런데 더 놀랐던 건 어떤 사람이 우리집을 보더니 김치냉장고자리가 없는게 아쉽다는 것이다.


어머나!

여기에 하나더 냉장고자리를 만들어라고?


김장도 하지 않는데 김치냉장고가 왜 필요한가.

식재료를 보관하기 좋다는데 나는 보관할 식재료도 없다.


친척이 시골에서 농사를 지어서 신선한 채소와 쌀을 보내주는 것도 아니고 우리 어머니가 김장을 하는 것도 아니다.

나 역시 김치를 만들어서 먹지 않는다.


가족이 사는 집에는 양문형냉장고, 김치냉장고, 대용량의 세탁기와 건조기가 있어야한다는 생각에 많이들 구매한다.


미니멀라이프를 한다고 하는 분들을 보면 큰 냉장고에 음식이 조금 들어있다.

다음에는 작은 냉장고를 사 보는걸 추천한다.


냉장고가 작아지면 주방에 공간이 많아진다.

그리고 그때 그때 필요한 것만 구매하는 습관이 생겨서 큰 냉장고를 가지고 있을 때보다 식재료를 적게 구입하게 된다. 그래서 생활비가 절약된다.

그리고 전기요금이 적게 나온다.


우리집에는 작은 냉장고와 11kg의 세탁기가 있고 티비와 건조기가 없다.

비오는 날에는 건조기 대신 제습기를 사용해서 옷을 말리는데 잠자는 동안 거의 다 말라있다.

가전이 적어서 전기요금은 같은 아파트의 다른집 보다 절반정도만 나온다.


미니멀라이프를 하게 되면 소비가 줄어들게 되고 자연스레 지출이 줄어들게 된다.

보다 더 적은 소유로 풍요로운 삶을 산다는게 그런 이유이다.




작가소개 및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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