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식 컬처의 주범, 톡식 리더
"또 나를 부르진 않을까, 아침이 두렵죠. 그래도 혹여나 있을 보복이 무서워서 공개적으로 말을 못 하죠."
최근 한 지방자치단체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 단체의 여러 내부자들의 의견에 따르면 A간부는 최근 친형이 사망한 B과장에게 관계 부처에서 주관하는 공모의 PT 발표를 이유로 모욕적인 말과 함께 장례식 참석을 미루게 했다. B과장은 PT 발표를 마친 후 늦은 저녁 장례식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고 한다.
공모 PT 발표가 끝난 후 A간부는 수행기관을 통해 B과장의 형 상가에 15개의 조화를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직원들은 이 같은 사실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주변인들에게 고인을 위로하는 자신의 '배려'를 자랑삼아 떠벌렸다는 것이다.
그의 '갑질'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 C과장은 암 말기인 어머니를 요양병원에 모시기 위해 하루 연가를 냈다. 이에 격분한 A간부는 다른 직원들을 불러 그의 연가를 문제 삼으며 욕설을 퍼부었고, A간부의 C과장에 대한 수위가 높은 욕설은 낮밤과 쉬는 날을 가리지 않았다고 한다.
A간부는 육아 문제로 연차를 쓴 한 직원이 자리에 없자,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아이가 있는 직원을 물색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들에게도 역시 인사 조치를 암시해 공포감이 조성됐다는 전언이다. (OO일보)
아마 여러분들 중에는 설마 요즘 같은 세상에 아직도 이런 상사가 있을 수 있을까 하고 의심하시는 분들도 있으실 것입니다. 하지만 이 신문기사에 보도된 사례는 가장 최근에 일어난 것입니다. 위 사례에서 조직을 두려움과 공포의 분위기로 몰아넣었던 A간부는 “업무를 긴장감 있게, 그리고 집중해서 해달라는 게 있었는데 조금 반응이 좀 그렇다"라고 항변했다고 합니다. 이 사례에 등장하는 A간부와 같은 리더들이 하는 일관된 변명은 ‘일을 더 잘하기 위해서’ 혹은 ‘높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목적이 아무리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다고 해도 성과를 무엇보다 우선시하면서 직원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거나 직원에 대한 폭언 등으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의 모든 과정이 정당화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리더는 자신이 담당하는 조직에서의 의사결정 기준이나 업무소통 방식, 협업 방식 등 일하는 방식의 대부분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리더가 조직문화를 형성하고 유지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하지만 리더의 모든 스타일이 구성원들의 몰입이나 웰빙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리더의 스타일은 구성원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열정과 몰입을 약화시키며 극도의 긴장과 불안상태에 빠뜨리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번 글에서는 톡식 리더가 어떤 사람들인지 대해서 더 자세히 알아보려고 합니다.
여러분들이 지금껏 직장생활을 해오시면서 함께 일하기 힘든 상사를 만나신 경험이 있으시다면 그 기억을 한번 떠올려보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보통 함께 일하기 힘든 상사라고 하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특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직원에게 일을 믿고 맡기지 못하고 하나하나 자신이 직접 챙기는 상사
하루에도 몇 번씩 감정 기복이 심해서 직원에게 화를 내거나 폭언을 하는 상사
직원의 개인적 상황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공감을 표현해주지 않는 상사
팀의 성과에 대해서 팀전체의 기여를 인정해 주기보다는 리더 자신의 공으로 돌리는 상사
직원이 반대의견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기에 두려운 분위기를 만드는 상사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 책임을 지지 않고 남의 잘못으로 돌리면서 비난하는 상사
새로운 아이디어나 새로운 시도를 받아들이지 않고 기존의 것만 고수하려는 상사
자신이 편애하는 특정 직원들에 대해서만 승진이나 보상을 몰아주는 상사
이 밖에도 함께 일하기 힘든 상사 혹은 이 글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톡식 리더들이 보여주는 부정적 특성들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우리가 이러한 톡식 리더들과 함께 잘 지내기 위해서는 이들의 특성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톡식 리더들이 어떠한 사람들인지를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부분은 톡식 리더가 보여주는 행동특성에만 주목하기보다는 그러한 행동이 나타나는 근본 원인이 되는 성격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성격은 한 사람이 처한 상황과 함께 그 사람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를 이해하는데 깊은 통찰을 우리에게 주기 때문입니다.
리더뿐 아니라 우리 모두는 각자 자신만의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성격이란 한 개인이 일관되게 나타내는 생각이나 감정, 행동의 고유한 패턴입니다. 성격은 그 사람이 특정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반응하는지를 이해하고 예측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개인의 선호도나 성향, 가치관 등이 모두 자신만의 성격을 형성하게 됩니다. 아마 여러분들은 MBTI 등의 성격검사를 통해서 스스로는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고 다른 사람들과는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를 이해해 보실 수 있었을 것입니다.
성격은 좋고 나쁨이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보통 성격의 밝은 면에 대해서 익숙해 있습니다. 성실성이나 외향성, 개방성 등 한 사람의 성격을 나타내는 표현은 개인마다 일관되게 나타나는 선호나 경향성을 나타내며 저마다의 강점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성격은 밝은 면과 함께 동시에 어두운 면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모든 일에서 성실한 성격은 밝은 면이지만 한편으로 그러한 성격으로 인해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디테일에 지나치게 매몰될 수 있는 완벽주의적 성격은 어두운 면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성격의 어두운 면이 마냥 단점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수술을 하는 의사와 같이 한 번의 실수가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상황에서처럼 완벽주의적 성향이 어느 정도는 필요한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누구나 성격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지만 성격의 어두운 면이 지나칠 때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남들 앞에서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서 잘 보이고자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평소에는 이러한 성격의 어두운 면이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또한 우리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본연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기보다는 조직에서 기대하는 역할이나 조직이 중요시하는 가치에 따라 행동하는 경향이 더 큽니다. 그래서 직장에서의 자신의 모습과 가정에서의 모습은 다를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업무 데드라인이 임박한 상황이나 여러 업무를 동시에 진행하는 상황, 그리고 성과 달성에 대한 압박이 심한 상황과 같이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상황에서는 평소에 좋은 인상을 형성하려는 인지적 노력이나 사회적 기대에 따라 행동하고자 하는 의식이 우리 자신도 모르게 약화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자신이 가진 성격의 어두운 면이 그대로 드러나서 어떤 사람은 평소와 달리 화를 참지 못하고 갑자기 강한 분노를 표출하면서 감정조절이 되지 않을 수 있고 또 어떤 사람은 큰 그림을 보기보다는 작고 디테일한 일에 더욱 매몰되어 버리는 완벽주의 성향을 평상시보다 더욱 강하게 나타낼 수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리더의 성격이 톡식 컬처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점은 리더가 성격의 어두운 면을 너무 많이 그리고 너무 자주 드러낼 때 의사소통이나 의사결정, 갈등 해결과 같은 일하는 방식과 조직의 전반적인 분위기에 심각하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놀랄만한 사실은 기업에서 성공한 리더들 중에는 뒤에서 소개될 나르시시스트형 리더나 완벽주의형 리더, 그리고 감정 단절형 리더들이 많으며 모든 리더들이 이러한 성격의 어두운 면을 조금씩이라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모든 리더는 조직에서 톡식 리더의 성향을 나타낼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물론 자신이 가진 성격의 강점을 잘 활용하면서도 자신의 잠재적 약점을 잘 인식하고 의식적으로 관리하면서 자신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리더들도 많습니다. 또한 이들이 완벽하게 일을 처리해서 조직이 기대하는 성과를 내는 모습과 어려운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으면서 자신감 있게 밀어붙이는 모습은 리더에게 기대되는 자질을 잘 보여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업무량이 많은 상황과 같이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이러한 리더로서의 자질이나 강점이 오히려 약점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성격적 약점을 스스로 인식조차 하지 못하거나 혹은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면서도 성과달성을 자기 정당화의 구실로 해서 악질적 성향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구성원들을 힘들게 하는 리더가 바로 진정한 톡식 리더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제 톡식 리더에는 어떠한 유형들이 있는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톡식 리더라고 하면 보통 ’ 어두운 성격 3요소 (Dark Triad)’라고 해서 3가지 특성을 가진 리더들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3가지 특성을 가진 톡식 리더는 바로 나르시시스트형 리더와 마키아벨리형 리더, 그리고 사이코패스형 리더입니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3가지 특성을 가진 톡식 리더 외에도 조직에서 관찰되기 쉬운 톡식 리더의 유형을 더 추가해서 다음의 10가지 유형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나르시시스트형 리더 : “자신만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독불장군 같은 리더”
마키아벨리형 리더 : “자신의 목적 달성이라면 수단 방법을 안 가리는 권력추구 리더”
사이코패스형 리더 : “멋진 슈트뒤에 숨은 독사 같이 교활하고 냉혹한 리더”
완벽주의형 리더 : “작은 디테일까지 집착하는 마이크로 매니징 리더”
히스테리형 리더 : “돋보이고 인정받고 싶은 무대체질의 리더”
감정 폭발형 리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리더”
감정 단절형 리더: “얼음처럼 차갑고 냉담한 리더”
수동 공격형 리더 : “도대체 속을 알 수 없는 리더”
회피형 리더 :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는 분석마비형 리더”
의존형 리더 : “모두에게 상냥하지만 줏대 없는 리더”
이러한 10가지 톡식 리더 유형들 각각을 자세히 살펴보시면서 여러분이 지금까지 함께 일했던, 혹은 현재 함께 일하고 있는 리더는 어떤 유형에 가까운지 생각해 보면서 읽어보시면 톡식 리더란 어떠한 사람인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실 것입니다. 그렇다고 여러분들이 지금까지 경험한 리더를 이 10가지 톡식 리더의 유형에 무조건 맞춰서 이해하려고 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현재 여러분과 함께 일하는 리더들은 톡식 리더가 아닐 수도 있으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만약 현재 여러분이 속한 조직에서 구성원들의 몰입이나 에너지가 고갈되고 있고 출근 전부터 한숨만 나오는 분위기라면 조금 더 주의 깊게 읽어보시고 여러분의 리더가 어떤 유형에 가까운지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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