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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마뱀마법사 Jan 08. 2018

아름다운 서점,
엘 아테네오 그랜드 스플렌디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El Ateneo Grand Splendi

   딱히 부에노스아이레스를 갈 생각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가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대한 아무런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내가 알고 있었던 것이라고는 ‘엄마 찾아 삼만리’의 배경이 됐던 곳이라는 것 정도.마침 내가 가려고 하는 곳이 아르헨티나에서 출발해야만 하는 곳이라 약간은 어쩔 수 없이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들르게 됐다. 그리고 그곳은 어쩔 수 없이 다시 들르고 싶은 곳이 됐다.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여행을 시작하기 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대한 연구를 해야만 했다. 다른 여느 도시와 마찬가지로 볼거리가 많은 곳이었으나, 내 마음을 특별히 당겼던 곳은 엘 아테네오 그랜드 스플렌디드(El Ateneo Grand Splendid)다.  여행이 끝날 때까지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해 나를 내내 버벅대게 했던 이 거창한 이름을 가진 곳은, 높은 타워도 아니고, 화려한 거리도 아니고, 아름다운 궁전도 아닌, 서점이다. 

엘 아테네오 그랜드 스플렌디드 외관.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엘 아테네오 그랜드 스플렌디드 내부.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놀랍겠지만, 사진속의 이곳이 바로 서점이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으로 불리는 곳, ‘엘 아테네오 그랜드 스플렌디드’. 정면에 보이는 무대와 커튼, 발코니에서 알 수 있듯이 이곳은 1919년 오페라극장으로 문을 열었다. 그러던 것이 영화관으로 바뀌었다가 2000년부터 현재까지 서점으로 사용되고 있다. 

엘 아테네오 그랜드 스플렌디드 발코니.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우리나라를 비롯한전 세계적으로하락하고있는 출판업계를생각하면이 서점이과연 성공할수 있을까생각할수도 있겠지만,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서점의 도시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숫자의 또 그만큼 다양한 서점들이 도시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방문객 수도 적지 않은데, 엘 아테네오 그랜드 스플렌디드의 평균 일일 방문객 수는 3,00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물론 그 숫자에는 나처럼 그저 구경 온 관광객도 포함되겠지만, 실제로 내가 방문했을 때 대부분의 방문객들은 나처럼 셀카 찍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책장 앞에서 책을 고르고 있는 현지인들이었고, 직원들도 영어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을 보면 이곳은 그야말로 현지인들을 위한 서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아르헨티나 인들이 얼마나 책을 사랑하는가를 방증하고 있어, 이런 서점을 가질 수 있는 그들이 부러웠고, 한국이 이런 서점을 가질 수 없게 만든 이들 중의 하나인 내가 부끄러웠다.

엘 아테네오 그랜드 스플렌디드 카페.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서점의 정면에보이는무대는카페로운영되고있었는데, 식사나차를 마실 수 있는 곳으로그곳에서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도쉽게 볼 수 있었다. 양측 발코니앞쪽에도소파를놓아 누구나앉아서책을 볼 수 있도록해 두었다. 나도 그곳에앉아서책 한 페이지읽고 오고 싶었으나, 갈길 바쁜 여행객의신분이라그런 여유가허락되지않음이안타까웠다. 언젠가이곳을다시 찾으면, 세상에서가장 아름다운서점에느긋하게앉아, 차 한잔과책 한 권을 가진, 세상에서가장 행복한사람이되어보아야지…라고 맘 속으로다짐하며돌아섰다. 그렇게발길을돌리며나는 또 나의 바보 같음에속으로머리를쥐어 박았는데, 그런 행복은이 멀리 부에노스아이레스까지 오지 않아도 근처 책방에서 누릴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사는 이들이 동네 책방인 ‘엘 아테네오그랜드스플렌디드’에서 누리는것처럼.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서점의 도시로 만든 것은, 이 웅장한 서점이 아니라,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그 기꺼운 ‘누림’이라는것을 깨닫고서야비로소나는 아름다운책방을나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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