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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마뱀마법사 Jan 18. 2023

검은 천을 두른 식당

   라마단은 무슬림의 금식 기간이다. 약 한달간 이어지는 라마단은 해가 떠 있는 동안은 아무것도 먹지 않고 아무것도 마시지 않는 종교적 의식이다. 때문에 무슬림이 대부분인 중동 국가들을 이 시기에 많은 식당들이 문을 닫는다. 해가 뜨기 전, 해가 진 후에만 식사를 하기 때문에 식당을 방문할 일이 현저하게 떨어지기도 하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단식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식당들도 문을 닫으며 라마단에 동참하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중동 국가를 방문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라마단 기간은 피하려고 한다. 그런데 나는 라마단 기간에 아부다비를 찾았다. 

   나에게 대단한 이유가 있었다거나 내가 대단히 무지해서는 아니었다. 회사에서 여러 계열사들이 참여하는 제법 큰 컨퍼런스를 진행했는데, 라마단 기간이 관광 비수기이기 때문에 여느때보다 좋은 조건으로 호텔과 컨퍼런스 홀을 대여할 수 있었다. 그런 이유로 라마단 기간에 진행하게 된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두바이에 가게 됐고, 그런 김에 아부다비도 들르게 됐던 것이다.

   두바이 지사의 직원이 몇가지 주의점을 사전에 알려주었다. 대부분 옷차림에 관한 것이었고 나머지 하나가 식당에 관한 것이었다. 컨퍼런스 기간에는 행사를 비롯한 식사를 모두 준비해두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염려할 것은 없었지만 이를 전후해서 개인 일정을 보내는 사람들을 위해서 정보를 주었던 것이다. 라마단 시기에 다수의 식당들이 문을 닫기는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여전히 관광객들도 있고, 또 무슬림이 아닌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그들을 위해 문을 여는 곳들이 있다. 그렇다면 문 여는 식당과 그렇지 않은 식당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식당가나 쇼핑몰에 가게 되면 검정색 천으로 입구는 물론이고 모든 창문을 가려놓은 식당들이 있다. 반짝이는 쇼핑몰 분위기와는 전혀 다르게 마치 공사라도 하는 것 마냥 막이 처진 어두운 식당들, 이들이 바로 영업을 하는 식당들이다. 무슨 말인가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영업을 하는 식당이라면 문을 활짝 열어두어도 모자랄 것이 없을텐데 검은 천을 두르고 있다니. 영업을 하는 식당에서는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을텐데, 이 모습을 금식 중인 사람들이 보게 된다면 그것은 고문에 준하는 일이 될 것이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금식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인간의 본성인 배고픔이 사라지는 것은 아닐테니 말이다. 하루 종일 물도 음식도 먹지 못하는 사람들 보란듯이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있는 것은 양쪽 모두에게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닐테니 영업을 하지 않는 식당들은 그 외관이 여느때와 마찬가지인 반면 라마단 시기에 영업을 하는 식당들은 그 외관을 검은천으로 둘러싸는 배려를 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이 외지인의 눈에는 완전히 문을 닫은 식당처럼 보일 것이기 때문에 두바이 직원이 사전에 팁을 준 것이다. 음식을 먹을 곳을 찾을 때는 이런 식당으로 가야 한다고.

   알고 있었다고는 하지만 어두운 천으로 둘러싸인 식당으로 들어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마치 들어가서는 안된다고 막을 처 놓은 곳을 꾸역꾸역 들어가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식당 앞을 이리 저리 서성이다 용기를 내서 검은 커튼을 열고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갔다. 당연하지만, 긴장한 나에게는 뜻밖이게도 직원은 더할나위없이 친절하게 맞아주었고 나는 무사히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그 다음부터는 조금 수월해지긴했지만 식당에서 근무하는 직원들도 단식 중일거라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이 들어 식당안에서 먹기 보다는 사서 들고나오는 쪽을 택하게 됐다.

   라마단이라는 여행 비수기에 중동 국가를 방문해 다소간의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그게아니었다면 알지 못했을 그들 문화를 경험하고 돌아왔다. 여행이라는 것이 내가 사는 익숙한 곳을 떠나 낯설음을 경험하는 일이라 생각하면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시기에 방문해보는 것이 어쩌면 그 지역을 더 제대로 볼 수 있는 일일 수도 있겠다. 그렇게 나는 조용하고 한적한 아부다비를 때로는 낯설게 때로는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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