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인이 엄마가 되어간다는 것 #8

사랑의 3가지 종류 : 아기가 주는 사랑, 착각의 힘

by 오리별

부모님 밑에서 29년을 자라오다 남편과 결혼해 아기를 만난 지금, 사랑에는 3가지 종류가 있다는 것을 느낀다. 어릴 때는 드라마처럼 남자와 여자가 만나 뜨겁게 사랑하는 것이 사랑의 전부인 줄 알았다. 하지만 누구와 사랑을 나누느냐에 따라 사랑의 모습은 달라진다. 첫 번째로 나에게는 부모님에게 받았던 헌신적인 사랑이 있었고, 두 번째로 남편을 만나 불나방처럼 연애했던 뜨거운 사랑이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아기와 나누는 순수하고 완전한 세 번째 사랑이 있다.


이 3가지 종류의 사랑을 모두 경험하면서 나는 조금 더 성숙해졌다. 더 이상 사랑에 결핍을 느끼지 않고 더 많이 사랑받기 위해 집착하지 않는다. 내가 아는 것이 세상의 전부일 수 없고, 내가 원하는 방식을 상대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그저 서로에 대해 잘 알기 위해 노력하고 각자의 방식을 존중하는 것이 어른들의 사랑 방식인 것 같다. 무엇보다 새로운 것은 아기가 가르쳐준 세 번째 사랑이다. 육아를 하다 보면 엄마가 아기를 사랑하듯이 '아기도 엄마를 정말 사랑해 주는구나' 느껴질 때가 있다. 처음에는 생소하기도 했던 이 느낌은 그동안 어딘가 비어있던 내 마음을 꽉 채워주었다.


나는 친가에서 10년 넘게 키운 강아지 두 마리가 있는데 '이리 와'하면 오지 않는다. 나름대로 애정을 쏟으며 키웠지만 내 말을 잘 듣지는 않는 것 같다. 그런데 '유주야' 부르면 엉금엉금 기어 오고, 내가 다른 걸 하고 있으면 '엄마 엄마' 소리를 내며 온 힘을 다해 따라다니는 이 작은 생명체는 매 순간이 신비하고 경이롭다. 나는 별로 대단하지 않은 평범한 사람인데, 아기는 나를 세상의 전부로 알고 혼신의 힘을 다해 사랑해 준다. 내 실체를 잘 알고 있는 나는, 가끔 이 무조건적인 사랑이 황송하고 감사한 마음이 든다. 이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기도 한다.


아기가 주는 사랑은 곧잘 내가 대단한 사람인양 착각에 빠지게 한다. 나는 그 착각에 힘입어 지금까지 이런저런 핑계로 미뤄왔던 것들을 해보기로 했다. 피곤함과 두려움으로 저만치 밀어냈던 꿈에 도전하는 것이다. 책을 쓰는 작가, 그리고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되어 앞으로 나아간다. 다만 육아를 하는 일상 또한 소중하고 해야만 하는 일이기 때문에 엄청난 도약보다는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의 나'를 목표로 매일매일 꾸준히. 그렇게 살아간다.


"육아하면서 그걸 다 어떻게 해?"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내 입장에서는 '육아를 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다. 임신-출산-육아를 거치며 '나'를 잃어가는 것 같은 엄마들에게 내 사례가 작은 참고가 된다면 좋겠다. 아무리 작고 사소한 꿈이라도 손 놓지 말고 계속 키워가기를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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