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위성에 대하여
세상을 살다 보면 사고, 질병, 가난, 쉽지 않은 인간관계, 부당한 처우, 부조리한 사회구조 외 기타 등등.. 불행을 유발하는 수많은 외적 상황들이 발생한다. 외적인 것들로부터 오는 불행은 나름 어느 정도는 피할 수 있겠으나 대부분 개인만의 문제가 아닌 타인 혹은 사회와 연관된 것들로 전적인 통제가 어려운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내적으로 우리를 불행하게 하는 것들에는 무엇이 있을까? 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해결되지 않은 무의식적인 갈등, 자신의 의도와 관계없이 시시 때때로 올라오는 부정적인 감정들, 이상적 자아와 현실적 자아의 괴리에서 오는 고통 등 다양한 것들이 있을 것이다. 내적 고통을 일으키는 것들 중에서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아주 빈번히 일어나는 당위성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당위성의 사전적 의미는 마땅히 그렇게 하거나 되어야 할 성질이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반드시 ~해야 한다. ~이어야 한다 등으로, 우리가 자주 하는 이야기 중에 인간이라면 당연히 그래야 하는 거 아니야? 부모라면, 자식이라면, 남편이라면, 며느리라면 당연히 그래야지!!라는 개인이 갖고 있는 역할에 대한 당위성, 나는 이런 사람이어야 한다, 너는 이래야 한다, 내가 혹은 내 자식이 다니는 학교는, 우리가 사는 동네는 이래야 한다 등 어떤 기준에 대한 당위성, 그리고 내가 힘들고 아플 때에는 최소한 나의 가장 가까운 가족과 친한 친구는 당연히 나를 이해해줘야 한다는 온정에 대한 당위성, 내가 누군가에게 애쓰고 노력한 만큼 상대방도 나에게 그렇게 해야 하며 나를 알아주어야 한다는 보상이나 인정에 대한 당위성 등 당위성의 종류에도 수많은 것들이 있다.
그러나 당위적 사고는 자연스럽게 기대 심리와 연결되고, 그것들이 충족되지 않을 때 서운한 감정 혹은 더 나아가 원망, 분노와 같은 다양한 심리적 고통을 일으킨다. 이제 와 뒤돌아 보니 나 역시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빈번하게 당위적인 사고를 해왔으며 어떤 상황이나 그 누군가의 언행이 내가 만든 틀을 벗어나면 쉽게 비판적인 인간이 되었다. 그것들을 겉으로 표현하지 않더라도 마음속에서는 이미 판단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고, 때로는 그 대상을 향해 나의 불편함을 여과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이미 많은 것들을 놓치고, 크고 작은 것들을 잃어버리고 난 후에서야 비로소 진짜 나의 모습을 제대로 바라보기 시작하게 되었고 지금도 뼈아프게 반성 중이다.
그렇게 아프게 깨닫고 난 지금도 가끔 순간적으로 판단하는 마음이 들 때면 빠르게 알아차리며 '아차. 내가 지금도 이런 마음이 들고 있구나..나야말로 한없이 부족하디 부족한 사람인데,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수용하자. 누군가에게 바라는 마음을 갖지 말자.'라며 주문처럼 외워본다. 나의 깨달음이 하루아침에 행동으로 연결되고 이전과 전혀 다른 내가 되지는 않겠지만, 부단히 노력하고 애쓰는 자신을 오늘도 스스로 응원하고 격려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