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민감자로 살아가기
@출처: 나는 초민감자입니다._ 주디스 올로프
초민감자란?
심리학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초민감자(HSP, Highly Sensitive Person)라고 부른다. 초민감자는 단순히 예민한 사람이 아니다. 세상과 사람, 사물에 대한 강렬한 수용력을 가진 존재다.
나는 초민감자인가? (나의 에피소드)
내가 처음으로 ‘나의 감각이 남들과 다르다’는 걸 느낀 건 중학생 때였다. 어느 날 저녁으로 엄마가 구워준 소고기를 먹었는데, 고기 맛이 아니라 우유 맛이 강하게 퍼졌다.
고기 한입을 배어 문 순간 생각이 스쳤다.
“이건 황소가 아니라 젖소의 고기일지도 몰라.”
나: “엄마! 이거 젖소야, 우유 맛이 너무 강해서 못 먹겠어 “
엄마: 유난 떤다는 눈빛으로 나의 주장을 짜증 난 표정으로 무시
나는 육질을 씹을수록 눈앞에는 푸른 초원이 그려졌다.
젖 내음, 풀잎을 흔드는 바람, 소의 삶이 내 입 안에서 이어졌다.
엄마는 이상한 눈빛으로 나를 보면서 쓸데없이 특이하다고 취급했다.
나는 이건 단순한 특이하고 이상한 아이가 아닌 내가 세계를 감각하는 방법인 것을.. 그리고 내 성향에 대해 30년 뒤 이 책을 통해서 깨달았다.
초민감자 유형
-신체적 초민감자 : 타인의 신체 증상을 자기 몸처럼 느낀다.
-정서적 초민감자 : 타인의 감정을 흡수해 쉽게 휘말린다.
-직관적 초민감자 : 꿈, 동시성, 식물·동물과의 교감을 경험한다.
-음식 초민감자 : 음식, 카페인, 첨가물 등에 강하게 반응한다.
-관계 초민감자 : 관계 속에서 쉽게 소진되고 혼자만의 회복 시간이 필요하다.
한 사람이 여러 유형을 동시에 지닐 수도 있다.
내 경우는 음식·정서·직관형 초민감자에 가까운 듯하다.
초민감자의 선물과 위험
초민감자는 작은 자극에서 큰 이야기를 끌어낸다.
맛은 풍경으로 확장되고, 타인의 한숨은 내 가슴에 박힌다.
이 민감성은 공감·직관·창조성의 씨앗이다.
그러나 동시에,
-감정적 과부하,
-만성 피로,
-불안과 우울로 이어지기도 한다.
특히 나르시시스트나 분노중독자와의 관계는 초민감자를 쉽게 무너뜨린다.
그래서 초민감자가 배워야 할 첫 번째 기술은 경계 설정이다.
삶에 민감한 사람은
둔감한 사람보다
훨씬 자주 고통을 받습니다.
하지만 이런 고통을 이해하고
뛰어넘는 순간,
놀라운 것들을 발견할 수 있죠.
-자두 크리슈나무르티
초민감자를 위한 자기 보호 전략
-기대치를 낮추라 : 모든 이가 나를 존중할 거라 기대하지 않는다.
-관계를 정리하라 : 필요하다면 연락을 끊고 내면에서 ‘끈을 자르는 상상’을 한다.
-회복 루틴을 만들라 : 명상, 자연 산책, 호흡 같은 자기 회복 습관을 심는다.
-몸의 지혜에 귀 기울이라 : 음식과 수면, 리듬 속에서 내 몸의 언어를 듣는다.
초민감자 선언
나는 내 몸이 주는 지혜에 귀 기울일 것이다.
나는 건강한 식사를 할 것이다.
나는 스스로를 돌보며,
중독을 치유하고,
신체적·정서적·영적 균형을 지켜나갈 것이다.
세대의 민감성
돌아보면, 내가 10대 때 겪은 이 감각은 나만의 독특한 경험이 아니었다. 자녀 역시 비슷한 민감성을 가지고 태어날 수 있다.
-여러 감정을 강렬히 느끼고,
-소음과 스트레스에 쉽게 자극받고,
-영화의 슬픈 장면에 격렬히 반응하며,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기보다 혼자 있을 때 회복하는 아이.
만약 내 아이가 그렇다면, 나는 더는 “예민하다”라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그 예민함이 가진 힘을 알아보고 응원해 줄 것이다.
초민감자로 살아간다는 건
세상의 상처에 쉽게 다가가 버리는 동시에,
그 누구보다 선명하게 삶의 결을 느낀다는 뜻이다.
나의 10대 경험에서 시작된 이 감각은,
이제는 살아가는 방식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다짐한다.
초민감자로 살아가기.
상처와 선물 사이에서 나를 지켜내며.
부록 | 초민감자 자가 진단 체크리스트
- 아래 문항에 하나씩 체크해 보세요.
-지나치게 민감하고 수줍음이 많다거나, 내성적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자주 압박감을 느끼고 불안해진다.
-말싸움이나 고함을 들으면 불편하다.
-무리에 섞이지 못한다는 기분이 자주 든다.
-군중 속에 있으면 녹초가 되기 때문에,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기운을 차려야 한다.
-소음이나 불쾌한 냄새, 설레 없이 떠드는 사람을 견디기 힘들다.
-화학물질에 민감하거나 따끔거리는 옷을 잘 못 입는다.
-어디를 가든 일찍 나오고 싶을 경우를 대비해 본인의 차를 가져가는 편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과식을 한다.
-친밀한 관계로 인해 숨이 막히게 될까 두렵다.
깜짝깜짝 잘 놀란다.
-카페인이나 약물에 과민하게 반응한다.
-작은 고통도 참기 힘들다.
-사회적 고립을 택하는 편이다.
-다른 사람의 스트레스나 감정, 신체 증상을 흡수한다
-멀티태스킹을 감당하기 힘들어서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하는 게 편하다.
-자연 속에서 재충전을 즐긴다.
-어려운 사람이나 ‘에너지 뱀파이어’를 상대한 후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대도시보다 소도시나 시골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여럿이 모이는 것보다 일대일이나 적은 인원과 교류하는 게 좋다.
결과 해석
• 1~5개: 부분적인 초민감자 성향이 있습니다.
• 6~10개: 초민감자 성향이 중간 정도입니다.
• 11~15개: 초민감자 성향이 강합니다.
• 15개 이상: 완전한 초민감자입니다.
저와 비슷한 성향으로 세상살이가 힘에 부치는 분들을 위해 자신을 알아가고 지켜내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클레어 데인즈, 스칼렛 요한슨, 짐 캐리 같은 해외 셀럽들도 자신이 극도로 민감한 hsp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초민감자라는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읽었는데 브런치 원고로 작성하기 위해 다시 책을 읽으니 조금 더 책의 내용이 진동함을 느낍니다. 심리학책은 읽을수록 다가오는 문장의 뜻이 다르게 전해지네요. 이렇게 글을 써서 공감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