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를 못 겪은 어른이 싸우는 방법

내 멘탈이 약해서 걱정된다고?

by 이문희


친정엄마는 문제가 생기면 술을 마시며 회피했다. 친정아빠는 문제가 생기면 매우 격분하고 파괴하는 형식으로 다 쏟아 내었다. 아직도 나는 생생하다. 엄마, 아빠가 부부싸움을 하던 날 나와 내 남동생은 새벽까지 잠들지 못했다. 아빠는 우리 앞에서 엄마를 끊임없이 비난했다. 그날은 가족 전체가 못 자는 거다.


엄마는 내가 사춘기 시절에 방황을 많이 했다며 너처럼 유별나게 사춘기를 겪은 아이도 없을 거라고 했다. 그건 틀렸다.








청소년기



나는 청소년기에 내가 누구이며, 어디에서 와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고민은 전혀 하지 않았다. 대신 엄마, 아빠의 부부사이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내가 성인이 되기 전까지도 두 사람은 치열하게 싸웠다. 왜 UFC 선수출전을 하지 않았는지 아쉬울 정도다. 바로 세계 일짱 먹었을 텐데.


두 사람이 부부싸움 하기 직전의 분위기를 누구보다 잘 감지했다. 그래서인지 주변 분위기를 동물적인 감각으로 읽는다. 내 학창 시절을 돌이켜 보면 부모님이 격렬하게 싸운 것은 내 전생애에 거쳐 다양한 모습으로 각인되어 있었다.




그리고 나는 중년의 나이가 되었다. 사춘기를 겪지 못한 채로 말이다.






불혹不惑

나이 40세를 이르는 말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었음을 뜻한다



나는 요즘 이 시기의 나를 사십춘기라고 명명했다. 나는 사춘기를 제대로 겪지 못했다. 덕분에 요즘 사십춘기를 격렬하게 겪고 있다. 나이가 들어서 나를 마주하는 시간들이 너무 고통스럽다. 내가 나를 무수한 시간 동안 동굴에 가둔 채 꼼짝할 수 없는 지경으로 만들어 끝도 없이 비난하고 날카롭게 베어버렸다. 다른 사람들이 날 공격할 때 내가 내 편을 들지 않고 나 스스로 자책하고, 비난하고 손가락질하며 내가 나를 짓밟았다.









나는 종교가 없지만...


요즘 들어서 누군가 종종 나에게 기회를 줬나 싶은 생각이 든다. 내가 사십춘기를 이렇게 격렬하게 겪는 이유는 아들이 내 인생에 찾아와 주었기 때문이다.


"문희야 너에게 두 번째 기회를 줄게."
"학창 시절에 겪지 못했던 사춘기를 제대로 겪어봐."

"아들이 청소년기를 맞이하면 그땐 부모의 무게를 고민하는 아이가 아니라 오롯이 자신의 무게만 고민할 수 있는 그런 아이로 성장할 수 있게..."







<데스노트라는 교도소>



내 마음에 데스노트라는 교도소가 있다. 그동안 각종 잡범들도 '구속' 했더니 교도소가 터져 나가는 중이다.


요즘 인간관계 에서 골머리를 썩으며 내가 택한 방식은 내 데스노트에 장기복역 중인 죄수들 중 모범수들은 가석방 한다. 물론 가석방이다. 또 사고 치면 무기징역이다. 요즘 경범죄 이런 놈들은 그 자리에서 바로바로 뚝배기 깨버리고 훈방조치 하고 있다. 전에는 용서가 뭔지 모르고 어떻게 해야 나를 지키는 것인지 몰라서 못 해봤던 '용서'를 하며 살고 있다.







<군자보구 십년불만 君子報仇 十年不晩>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지나도 늦지 않는다. 이 말은, 복수도 중요하지만, 완벽한 복수를 위해 오랜 세월 지나가도 개의치 않는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복수 혹은 천하의 계샹놈의 새기들과 싸우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복수3 (復讐)

[명사] 원수를 갚음.

[유의어] 대갚음, 보복2



나는 그중 <당신들과 다른 인생을 살 것>을 택했다. 그래서 요즘 내가 나랑 화해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힘들어할 때 죽길 바라는 마음으로 공격해서 미안해"

"일어나라고 손 잡아주지 못해서 미안해"

"너의 노력과 수고를 무시하고 짓밟아서 미안해"


나는 나에게 진심 어린 마음으로 매일 사과하고 있다.






요즘 인간관계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의리義理

1. 명사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

2. 명사 사람과의 관계에서 지켜야 할 바른 도리.

3. 명사 남남끼리 혈족 관계를 맺는 일.



대체로 나에 대한 주변의 평가는 의리 있고, 용기 있다. 또 멘탈이 약하다 이 세 가지가 있다.


내 라운드에 들어온 모든 순간들에 최선을 다했다. 그게 일이던, 인간관계이던 그렇게 하였다. 나는 아직도 '회복탄력성'이 낮다. 남동생은 내가 멘탈이 약하기 때문에 '온라인 활동'을 하는 것을 매우 우려스러워한다.




나는 '밑 빠진 독' 같은 사람이지만..


내게 주어진 어떠한 문제도 조금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았다. 요리를 하면서도, 커피를 먹다가도 나는 때때로 괴로워하고 답을 쓰고 적어야 했다.


부족한 나를 믿어주는 힘


부질없어 보이는 사사로운 순간도 늘 최선을 다해 마주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노력하는 이의 길에 실패는 있을 수 있어도, 틀림이라는 길은 없었구나 나는 내 경험으로 알 수 있다.


실패 (失敗)

일을 잘못하여 뜻한 대로 되지 아니하거나 그르침.






남동생의 말에 나는 조금도 고민 없이 대답해 주었다.


"나는 멘탈이 약해."

"그런데 단 한 번도 포기하고 도망친 적 없어."

"느리지만 결국 더 나은 상황으로 나를 데리고 왔어


남동생은 내 말에 안도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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