쟤는 말을 왜 저렇게 해?

가까운 사람이 말을 너무 밉게 하는 거 있죠

by 이문희


하는 말마다 참 밉게 말하는 지인이 있다.


뭐, 어쩌라고! 손절하면 되지!


그러니까 그러면 좋은데 생각보다 인간관계가 또 그렇게 무 자르듯 싹둑하고 끊어지지도 않는다. 세상에 쉬운 일, 쉬운 관계는 단언컨대 없다.




[01] 퇴사 후


나는 최근까지도 직장이 있고, 돈을 벌던 워킹맘이었다. 아이가 네 살쯤 되었을 때 퇴사를 결정했다. 나는 아이를 돌보고 가정에 집중할 수 있는 지금이 너무 좋다. 제일 힘든 것은 둘이 벌다가 한 명의 벌이가 줄어 돈이 격렬하게 없는 것!


'돈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다' 던데, 나는 돈을 벌 때도, 안 벌 때도 항상 없다.





[02] 네 직업이 전문직도 아니고


퇴사 후 지인과의 식사자리에서 나의 근황도 전해 주었다. 퇴사를 결정하게 되었다고 말이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최근 새 아파트에 입주하느라 대출이자 등등 빠듯하다. 직장을 그만두면서 그간 끌어오던 일도 두고 나온 터라 마음이 헛헛하기도 했다.


"그래 잘 퇴사했어."

"한창 예쁠 때 아들 키워야지."

"네 직업이 뭐 전문직도 아니고.."

"판매직이야 나중에 얼마든지 구할 수 있으니까."






[03] 속상한 마음


퇴사하기까지 마음이 참으로 괴로웠다. 내가 애정을 듬뿍 가지고 일했기 때문이다. 퇴사하던 날은 또 마주하기 힘들 정도의 마음이 아직도 남아있다. 그런 내 마음에 지인이 묵직한 카운터를 꽂아 버렸다.


'너의 직업은 전문직도 아닌, 나중에 얼마든지 또 구할 수 있는 판매직' 문장에 그대로 꽂여 버렸다.


이걸 어떻게 내가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나는 갈비뼈가 부러지는 듯한 큰 타격을 받았다.







[04] 까짓 거 인정하지 뭐


나는 작가 김종원 님의 말을 좋아한다.


「분노한 지점이 바로 너의 지적 수준이고, 반박한 지점에 너의 결핍이 있다.」


두고두고 기분이 나빠 후에 지인에게 그때 당신의 이런 말에 상처를 받았다고 말했더니 지인은 되려 놀라며, 내가 너무 예민하게 생각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글쎄 내 생각엔 지인도 역으로 똑같은 말을 들었다면 당연히 기분이 나쁠 거라 생각한다.






[05] 악플


나는 8년 동안 취미로 글을 쓰며 커뮤니티에 등록해 왔기 때문에, 나의 게시물에 종종 공격적인 댓글을 많이 받아 보았다.


사람들은 말한다. 문자를 주고받다 보면 상대의 표정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좋은 말을 전해도 이모티콘 없이 보내면 딱딱(?) 하기 때문에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말이다.


아니다. 이모티콘이 없더라도, 혹은 제 아무리 예쁘게 이런저런 말로 포장하더라도 악의가 담겨 있다면 글쟁이들은 단박에 알아챈다.







[06] 감정은 빼고(1)


나는 나를 향한 여러 가지 조언, 충고 뭐 일단은 다 받는다. 그리고 사실과 관계없는 악의적인 말에는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단, 내가 조금이라도 흔들리는 지점이 있다면 "왜 내 마음이 생채기가 났을까." 돋보기로 보듯 오래 들여다본다.


이 과정에는 정말 많은 에너지를 소요하게 되고, 내 감정도 엄청난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07] 감정은 빼고(2)

"네 직업이 뭐 전문직도 아니고.."

"판매직이야 나중에 얼마든지 구할 수 있으니까."


지인의 말에 긁힌 이유를 후에 직면하게 되었다.

맞는 말이라 긁힌 모양이다.


"내 직업이 전문직은 아니지만, 나 꽤 유능해. 실력 좋거든."


나 스스로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 되었다면, 나는 지인의 말에 상처받지 않았을 것이다.






[08]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1)


나는 잘함과 못함의 구분이 분명한 일에 대해서는 화살을 쏠 과녁의 위치를 정확하게 하는 편이다.


내가 소화가 어려운 말을 들었을 때는 상대의 말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사람이기에 어쩔 수 없이 멍 때리다 보면 머물러지기도 한다. 그럴 땐 빨리 알아채고 탈출해야 한다.


- 운동

- 정리정돈 깔끔하게

- 책 읽기

- 글 쓰기 등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에 더 많이 머물기로 한다. 소소하지만 나를 챙기는 행동들을 반복한다. 이는 반드시 나를 좋은 곳으로 데려다줄 준비운동이라 생각한다. 장거리 뛰려면 충분한 몸풀기가 따라줘야 한다.





[09] 나는 아직 애송이다.


어릴 적 배우지 못했다. 아빠와 엄마는 어린 남매인 우리들 앞에서 그야말로 치고받고 때려 부수며 싸웠다. 다들 알겠지만, 유년기 때 폭언, 폭력에 노출되다 보면 그 후폭풍은 방향을 종 잡기 어려운 불운한 '나비효과'처럼 평생을 따라다닌다.


나는 올해 마흔세 살의 주부다. 나는 직업이 없는 가정주부이고, 커리어도 딱히 없다. 학창 시절엔 공부도 못해 2년제 대학도 3년 만에 졸업해야 하는 꼴통이었다. 내 인생에 큰 자랑거리가 없다.




[10] 나도 할 수 있다.


나는 앞으로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간절하게 찾고 있다. 글을 쓰고 싶고, 책을 출간하고 싶다는 생각에 도달하기 까지도 많이 흔들려야 했다.


내 글엔 필자인 내 감정을 이해시키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멋지고 근사한 비유나 조금은 배운 사람인 듯 있어 보이는 단어가 없다.


나로서는 너무 아쉬운 부분이다. 더 좋은 글을 쓰고 싶어서 많이 애쓰고 있는 요즘이다.






[11]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올까?


내가 쓴 글로 많은 사랑을 받게 되는 그런 날.


내가 분노한 지점에 나의 결핍이 사라져 때론 불쾌한 말을 들어도 "어? 이건 사실이 아닌데." 동요하지 않고 어떤 상대와도 마음의 불편함이 들지 않을 정도의 실력을 갖춘 그런 날.


내가 쑤욱 자랄 그날까지 나는 조금 느리고, 조금 늦더라도, 때론 그 길에 많은 생채기와 흔들림이 있더라도 부족지만 이렇게 애쓰며 왔다고 쑥스럽지만, 은은한 미소와 함께 말할 수 그날까지 나는 결코 포기하지 않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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