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은 그 새키가 했어도, 책임은 당신이 져야 합니다.
언니를 몇 년 전 처음 알게 되었다.
그녀는 장사를 하느라 바쁘고, 나 역시 나름의 이유로 바쁘다. 우리는 종종 서로가 생각날 때 뜬금없이 선물을 주고받기도 한다.
지금은 내게 이렇게 소중한 분이지만 한때 나는 언니에게 제대로 삐친 적이 있다. 나는 그때의 일을 화가 났다고 표현하지 않는다. 나에게 '화났다'는 상대의 잘못으로 인한 일이고, '삐쳤다'는 당사자의 속이 좁음으로 인한 일이다.
언니와 함께한 모임에서 언니의 지인 때문에 기분이 상한 적이 있었다. 언니의 개인적 공간에서 내 기분대로 행동하면 언니에게 실례일 수 있기 때문에 중간에 집으로 되돌아갔다.
집에 와서는 며칠간 울그락 불그락 오래도록 불쾌한 감정이 이어졌다. 그날부터 언니와 자주 연락을 하지 못했다. 언니가 생각나 전화기를 들면 뒤따르는 부정적 감정들.. 당시 언니는 잠시 통화 중이라 자리를 비웠기에 나에게 일어 난 일을 알지도 못한다.
몇 달이 지났다. 그녀와 다시 잘 지내고 싶었지만 여전히 나의 속 좁은 마음이 뒤따랐다. 스스로 소화시키기 어렵겠구나 나는 그녀의 도움이 필요했다.
"언니, 잘 지내셨죠?"
반갑게 맞아주는 목소리. 그간 잘 지냈냐고 묻는 안부...
나는 긴 안부 끝에 우물쭈물 그때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날 이런 일이 있었다. 잘 놀다 가서 무슨 말이야 언니가 오해할까 걱정되지만, 언니와 잘 지내고 싶은데 그때의 감정이 자연스레 따라와 언니를 피하게 되어 괴롭다고 말이다!
"어머, 세상에 문희 씨. 많이 속상했겠군요. 그런 일이 있는지 제가 미처 몰랐어요. 제가 대신 사과할게요."
"말하기 힘들었을 텐데.. 이제라도 솔직히 말해줘서 오히려 너무 고마워요."
그녀는 어른이었다. 나와는 다르게. 마음속에 뭉쳐있던 뜨거움이 명치에서 목까지 치밀어 오르더니 울컥 눈물이 났다. 그간의 무거움이 사라지고 나는 짓눌린 마음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그녀가 잃어버린 내 열쇠를 찾아 주었다.
통화를 마치고 며칠 뒤 백화점에 들러 케이크를 구입해 그녀의 가게를 찾아갔다. 그녀는 여전히 나를 안아주고 반겨주었다.
2025년 1월 1일 새해 첫날부터 언니의 가게에 방문했다. 예고 없던 내 방문에 언니가 깜짝 놀란다.
"문희 씨, 새해 첫날부터 어쩐 일이에요!"
"새해 첫날부터 캠핑 다녀오는 길에 박 터지게 싸웠지 머에요."
"이 시봉방거! 아이쿠 내 팔자야! 이 씨부레!"
우리는 보통 진실을 사회적 가면뒤에 숨겨놓는다.
"남편이 태워다 줬어요. 아들은 뒷좌석에서 자느라 남편이 데리고 집에 갔어요."
훼이크다. 혼신의 연기력으로 구라를 쳤으나 그녀는 프로다. (진짜 국가대표 운동선수였음!!) 눈치가 영 속지 않은 것 같다. 나도 동네 조기축구 준프로쯤은 되기에 이 작전은 실패했구나야 속으로 가늠하였다.
가게에 방문한 그녀의 친구는 나와도 안면이 있다. 반갑게 인사 나누며 이런저런 대화 중 고전문학과 영화, 올드팝에 관한 이야길 나누었다.
"어릴 적 아빠가 올드팝 CD를 정말 많이 사주셨어요. 싸이먼과 가펑클을 그때 알았는데 더 복서, 미시즈 로빈슨, 엘 콘도 파사 아직도 너무 좋아해요."
"오.. 그거 아세요? 가수 SG 워너비 팀명은 싸이먼과 가펑클에서 따온 이름이에요."
그녀의 주변엔 좋은 친구들이 정말 많다.
07. 그녀의 칭찬
가게 문을 닫고 그녀가 나를 집까지 데려다주었다. 송파에서 경기광주 까지 퇴근 후 피곤했을 텐데 내 택시비를 걱정하는 그녀이다.
"문희 씨는 관찰력 참 뛰어난 사람이구나 느껴져요."
"나는 문희 씨 글이 정말 잘 읽혀서 좋아요."
나는 멘탈이 좋은 편은 아니기에 공자의 논어 풀이책을 무기처럼, 방패처럼 읽고 또 읽는다. 어제는 '여지하 정신'에 관해 또 읽었다. 공자의 가르침은 '일희일비'는 지양하라 하지만 나의 하루엔 일희일비가 득실득실 거리는걸?
예전에 몹시 무례하고도 좟! 같은 경우를 당하였으나 당혹감에 어버버 반박도 못하고 집에 와서 시름시름 앓아누운 적 있다. 사실 해결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 죄지은 놈으새끼는 당장 석고대죄 조사리기
- 하지만 대게 인생에 그런 경우는 없다.
- 가해자들은 진즉 내 인생을 떠났다. 시부엉 ㅠㅠ
이때부터 꼴이 우스워진다.
잘못은 그 새끼가 했는데 내가 쫓아다니며 '제발 나에게 사과해 달라'며 징징거리는 꼴이 발생한다.
잘못은 그 새끼가 했다. 이것은 팩트다.
그러나 그 뒤로 발생하는 모든 감정은 내 책임이다!
처음 이 가르침을 만났을 때 나는 몇 번이나 뒷목을 잡고 쓰러져야 했다.
"가해자가 잘못했는데 책임은 피해자에게 지라니..."
받아들이기 매우 곤란하였다.
어떤 상황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나도 모르게 상대의 탓을 하기도 한다. 조금도 도움이 안 되는 감정이다. 나는 문제발생 시 스스로를 엄히 문책한다. 내 감정의 열쇠(Key)를 상대에게 쥐어주면 엉뚱한 방향으로 끌려간다.
내 감정의 열쇠는 타인에게 넘기지 않는다. 이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된다. 시간도 많이 걸린다. 남들보다 조금 느리고 조금 늦게 목적지에 도착하게 한다. 그래서 지금 할 일 없는 백수건달로 살고 있다! 읭???
나는 본디 지랄 쌈뽕 맞은 인간이다. 그런데 또 논어 이런 가르침을 좋아하다 보니 현실의 나와 내가 지향하는 내 모습의 간극이 크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나의 모습에 괴리감으로 우울하다면 보통 내가 나를 믿을 수 있는 근거들이 부족하진 않은지 점검해야 한다.
- 아침 첫 끼니를 잘 챙겨 먹기
- 매일 1일 1팩 하기
- 레몬수랑 종합비타민 먹기
- 정리정돈 작살나게 하기
내가 나를 돌보는 일을 매일 반복적으로 한다.
이는 괴로움으로부터 나를 끄집어내는 속도를 달리지게 한다.
나는 괴로움 혹은 고통에 끌려다니던 사람인데, 요즘엔 빠른 속도로 다시 방향을 잡고 달린다.
우리가 아는 길에서든 모두 롯시(이탈리아 모토 GP 세계 챔피언) 아닌가! 누구나 아는 길에서는 쌉고수 처럼 다니지 않는가?
나는 참 운이 좋다. 내가 해답을 구하는 길에 너그러운 마음으로 나를 품어주신 분들이 너무도 많다.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 글은 내 절친한 언니의 따뜻함이 지난밤 생각이 나 밤새 격렬하게 끄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