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rn Apr 06. 2021

아침에 끄적끄적

소소한 리추얼

집을 구할 때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거실이 있는 것이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내 방과 구분되는 공간에서 잠을 떨쳐내고 무언가 다른 행위를 이어갈 수 있는 곳이 거실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거실이 생기자마자, 그렇게 갖고 싶었던 커다란 탁상을 놓고 출근 , 아침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


실상, 침대에서만 벗어나면 어느 정도 잠은 증발되는데요, 참, 그게 쉽지 않습니다. 알면서도 매번 스스로와의 싸움을 반복됩니다.



글을 끄적일 때마다 ‘링킹 노트 Lingking Note’에 적습니다. 무언가에 연결되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면 모든 영감에 대한 것을 적기 때문에 링킹입니다.


최근에는 링킹노트에 에곤 쉴레의 ‘나, 영원한 아이’를 적었습니다. 에곤 쉴레의 표현과 특유의 퇴폐적인 낮은 감정을 좋아했는데, 에곤 쉴레가 그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이 가슴이 아팠습니다. 표현이라는 건 온몸으로 닿았을 때 다양한 방향으로 표출되는 것인 데, 에곤 쉴레에게는 그림이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그림과 시로써 표현을 많이 했으며, 그중 감각이라는 시가 가장 좋습니다. 모든 감각이 살아있는 그가 생생히 적은 시, 요즘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감각이 아닌 건지 그의 언어가 주는 방향으로 감각을 느껴보려 노력 중입니다. 출근길 버스를 기다리는 정류장에서도 지하철을 나오는 출입구에서도요.


감각을 예민하게 곤두세우면 피곤할 수도 있지만

요즘은 감각에 집중하는 시간이 사소한 기분을 만들어 주는 것 같아 즐겁습니다.


----



감각  -에곤 쉴레-


높은 고도의 바람이 척추를 식혔다.

그래서 나는 걷기 시작했다.


장밋빛 벽 위에서 나는

계곡과, 산과, 호수와.

거기에 걸어 다니는 짐승들과 함께 산다.

세상 전부를.


나무 그림자와 태양의 흑점은

구름을 생각나게 했다.


이 땅 위에서 나는 걸었다.

내 사지를 느끼지 않고서.

내 마음이 너무나도 가벼웠다.



#온스러운일상#글쓰기#아침리추얼

작가의 이전글 뜻밖의 도자기 시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