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르니 Feb 15. 2022

어느 자취생의 고백

자주 돌보자. 집도, 사람도.




자취생활 중에 가장 힘든 게 뭐냐 물으면 나는 청소라고 대답한다. 그렇게 더러운 편도 그렇게도 또 엄청 깨끗한 편도 아닌 나는 일주일에 1-2번 정도 각을 잡고 청소를 하는 편이다. 그마저도 출근하는 주중에는 거의 하지 못하고, 주말에 몰아서 하는 편이다.


조막만 한 자취방에 뭐 그리 청소할 게 있겠냐 묻겠지만, 이불을 털고, 바닥을 쓸고 닦고, 먼지를 털고 닦고, 빨래하고, 화장실 청소까지 하고 나면 정말 한두 시간이 훌쩍 흘러간다. 때 되면 청소기 통세척도 해야지, 식기도 한 번씩 삶아야지, 에어컨이랑 공기청정기 필터도 교체해야지, 이불 빨래도 해야 하고, 냉장고 청소도 해야 한다. 꽤 깔끔한 것처럼 들릴 수 있지만, 하나라도 놓치면 순식간에 사람답게 사는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경험으로 부딪히며 배웠다.


최근에 코로나가 너무 심해져서 외식을 줄이고 집에서 저녁을 해 먹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요새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집이 금방 더러워질 줄 알았는데, 집이 생각보다 깨끗한 것이다. 되려 장기 출장이나 명절 연휴로 오래 집을 비우고 돌아오면 정말 뽀얗게 먼지가 쌓여있기 때문이다. 왜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사람 사는 게 다 이런 거지 싶다.


뭐든 자꾸 돌보고 들여다봐야 한다. 별거 아닌 거 같아도 집에서 저녁을 해 먹으면서 눈에 보일 때마다 먼지도 한 번씩 닦아주고 금방 차오른 쓰레기통도 제때제때 치우고, 냉장고도 비워주니 굳이 시간을 내서 쓸고 닦는 일이 현저히 줄어든 것이다.




출처: https://koreatimes.net/ArticleViewer/Article/137402




사람 사는 게 하나 다를 게 없다. 자주 챙기고 들여다보지 않으면 사람도 먼지가 쌓인다. 혼자도 좋고, 가만히 두는 것도 때론 필요하지만, 너무 오래 비우진 말자. 집도, 사람도.

매거진의 이전글 세상을 구하는 일도 아닌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