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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서울 촌놈이라 그냥 촌놈이 부러울 때가 많다

나는 자연 호소인이다

by 오로지오롯이


나는 서울 촌놈이다. 서울에서 태어났고 자랐다. 그렇다고 해서 서울이 전혀 내게 친숙한 공간은 아니었다. 어릴 적부터 언제나 내가 사는 동네는 뭔가 딱딱하고 회색빛이 돌았다. 빌딩과 자동차 소리,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 그리고 언제나 시끄러운 공기. 나는 이런 도시적인 풍경 속에서 살고 있었지만, 내 마음 한 구석에는 늘 고향과 같은 따뜻한 자연에 대한 그리움이 자리잡고 있었다.



시골에서 찾은 나의 또 다른 고향


매년 여름 방학이면 외갓집이 있는 남원으로 내려가곤 했다. 그곳에서의 나날은 정말 특별했다. 서울에서 살던 나에게 시골은 마치 다른 세계 같았다. 처음엔 단순히 그곳의 공기와 풍경이 신기하게 느껴졌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곳에서 나는 마음의 평온을 찾을 수 있었다. 서울 촌놈인 내가 본 시골은 그저 아름답고, 편안하고, 순수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화장실이 불편해 3일 내내 배변을 참기도 하고, 논두렁에 빠져 허우적대던 일이었다. 그저 사소한 일상 속에서조차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자유로움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자유로움 속에서 내가 내린 결론은 단 하나였다. 자연 속에서의 삶을 꿈꾸게 된 것이다.



스콧 리어닝, 그의 삶에서 얻은 교훈


내 고향은 시골이 아니지만, 그곳에서의 시간이 나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그리움과 아쉬움,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추구하는 삶에 대한 고민이 그 시절부터 시작되었다. 나는 그때부터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삶을 내 제 2의 고향으로 삼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 결심을 확고히 다지게 해준 인물이 있다. 바로 스콧 리어닝이다. 자연주의자인 그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고, 자본주의의 모순을 비판하며, 결국 자연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는 아내와 함께 숲으로 떠나 손수 돌집을 짓고, 농사를 지으며 자급자족의 삶을 살아갔다. 그는 100세까지 그곳에서 살며 “당신과 함께할 수 있어서 좋았고 좋았고 또 좋았소.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것이오”라는 말을 남기며 생을 마감했다. 그의 삶은 나에게 큰 감동을 주었고, 자연 속에서의 삶이 단순히 꿈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었다.



현대 문명 속에서의 불안과 자연으로의 귀환


하지만 나는 이미 문명에 너무 길들여져 있다. 자동차와 컴퓨터, 편리한 생활이 제공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 너무나 익숙해져 있었다.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사실 상상만으로는 결코 쉽지 않다. 나는 가끔씩 이런 생각에 빠지기도 한다. 과연, 현대 문명을 떠나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삶이 정말 행복할까? 불편한 점은 없을까? 문명이 만들어낸 편리함을 놓아버리고, 물리적으로는 힘들 수 있지만, 정신적으로는 더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을까?



자연 속에서 찾은 나만의 삶


그런 질문들은 늘 내 마음속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돌아가곤 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걱정을 이겨내기로 결심했다. 나는 결코 겁먹지 않기로 했다. 사실, 현대 사회에서 너무 편리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점에 불안을 느낄 때가 많다. 광우병, 인플루엔자, 환경오염 등 우리가 지금껏 살아온 방식이 과연 옳은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나를 자주 찾아왔다. 물론 자연 속에서 살면 불편한 점도 많고, 어려운 일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 어려움 속에서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고 싶었다. 모든 것을 버리고, 자연 속에서 다시 태어나는 것 같은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5년째, 주말농장에서 배우는 자연의 법칙


그런 생각은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구체화되었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벗어나, 주말마다 자연을 찾기로 했다. 사실 나는 지금도 여전히 서울 촌놈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시골의 매력을 점차 더 가까이에서 느끼고 있다. 5년째 주말농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조금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가는 것 같다. 매주 토요일마다 일찍 일어나 농장에 가서 흙을 만지고, 씨앗을 심고, 자라나는 식물을 돌보는 일은 내 삶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일주일 동안 도시에서 고된 업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보면, 자연 속에서의 시간이 내게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자연 속에서의 삶을 꿈꾸며, 나아가는 길


주말농장을 하면서, 자연의 흐름에 맞춰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그만큼 행복한 일인지 깨닫게 되었다. 처음에는 어렵고 힘들었지만, 점차 익숙해졌다. 땅과 씨앗을 돌보며 느낀 것은, 우리는 자연의 일부분이라는 사실이었다. 자연의 일부가 되어 사는 것, 그것이 바로 내가 꿈꾸던 삶이었다. 서울 촌놈으로 시작했지만, 점차 나는 나만의 자연 속 삶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서울에서 떠나지 않더라도, 주말농장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나는 자연을 가까이 할 수 있었다. 그 작은 밭에서 나는 싱싱한 채소들을 키우고, 자연의 순리대로 사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이곳에서 나만의 작은 숲을 꿈꾸며, 나는 조금씩 조금씩 자연 속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렇게 자연을 가까이하고, 자연을 느끼면서 나는 비로소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문명 속에서 살아가며 내가 가질 수 있는 것은 편리함과 효율성일 뿐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나는 무엇을 잃어버리고 있었을까? 때때로, 나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싶어 자연 속에서의 삶을 꿈꾼다. 그리고 나는 그 꿈을 점차 현실로 만들어 가고 있다. 그렇게, 조금씩 내 삶의 방향을 자연 속에서 찾고 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삶이고, 그것은 결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매일 조금씩 만들어 가는 것임을 깨닫고 있다. 나는 오늘도 숲에서, 밭에서, 자연 속에서 나만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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