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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함께 크리스마스의 악몽을 꾸지 않으실래요?

브런치 매거진 [크리스마스의 악몽] 축사

by 오로지오롯이



처음엔 브런치 프로젝트인 [크리스마스의 악몽]를 소개하는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참여한 프로젝트이니 어떻게 멋지게 소개할까 하는 마음이 자연스레 앞섰죠. 하지만 서로의 문장을 오래도록 들여다보고, 몇 번이고 고쳐 쓰고, 합평 속에서 미세한 뉘앙스 하나까지 붙잡던 참여 작가님들의 노고를 떠올려보니, 이건 그냥 단순히 소개할 프로젝트가 아니라, 축하받아 마땅한 창작의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축사를 쓰고 있습니다. 브런치에서 이런 시도가 있었던 적이 있나? 물론 비슷한 프로젝트들은 많았겠지만, 기획부터 작가 모집, 합평, 발행 조율까지의 일련 과정을 작가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글 창작 챌린지는 흔치 않을 겁니다. 어쩌면 브런치의 새로운 창작 문화를 여는 1세대 실험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축사를 참여 작가가 쓰는 게 조금 어색하지 않은 건 아니었죠. 보통 이런 글은 기획자나 책임자, 혹은 문학적 무게감을 가진 누군가가 맡는 자리니까요. 하지만 이번 매거진은 애초에 그런 정상적인 흐름을 따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조금 뻔뻔하게, 제가 포함된 이 프로젝트에 자화자찬을 이어가려 합니다.


생각해보면 숫자부터 기묘하게 재미있습니다. 예수에게 12명의 제자가 있다면, [크리스마스의 악몽]에는 12명의 작가가 있습니다. 특히 크리스마스의 악몽이라는 주제라서 그런지 이렇듯 12명이 자연스럽게 모였다는 사실이 기이하고 신기하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열두 제자들이 서로 다른 목소리와 사연을 품고 하나의 길을 따랐던 것처럼 우리도 각자의 문장과 기억을 들고 이 프로젝트로 모였습니다. 기적을 행하는 사람들은 아니지만, 저마다의 문장으로 크리스마스를 다른 빛으로 그리려는 마음은 이상할 만큼 닮아 있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꺼내온 이야기들은 정말 다양했습니다. 누군가는 파편처럼 흩어진 어린 시절의 크리스마스를 다시 꿰어냈고, 누군가는 부모가 되고 나서야 이해하게 된 어떤 표정을 기록했습니다. 그래서 이 매거진의 모든 작품들은 하나의 이야기처럼 곧게 이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서로 다른 방향으로 아주 얇게 금이 난 유리창 같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그 금이 풍경을 망치는 건 아니죠. 오히려 그 금 때문에 세계가 다른 모양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크리스마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꼭 밝기만 한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완전히 어두운 것도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그 애매한 밝기와 기묘한 감정의 결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적었습니다.


그렇기에 이 매거진의 제목에 ‘악몽’이라는 단어가 붙었다고 해서, 슬픔이나 부정적인 감정만을 말하는 건 아니라는 걸 예상하시겠죠? 오히려 너무 많이 기대하게 되는 계절이고, 너무 많이 바라보다 보니 그 화려한 조명 아래에서 더 또렷하게 보이던 균열들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마음에 가까웠습니다.


그래서 이 매거진을 대하는 당신의 크리스마스가 어떤 모습이든 상관없습니다. 설렘이 가득하든, 피곤함이 앞서든, 아무렇지 않은 하루이든, 혹은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맞는 날이든. 저는 다만 이 매거진이 작게나마 당신의 숨을 고를 틈이 되어주면 좋겠습니다.


읽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스칠지도 모릅니다. 아, 나만 이런 마음을 품은 게 아니구나. 이렇게 기억해도 괜찮구나. 크리스마스는 꼭 밝기만 할 필요는 없구나. 그렇다면 12명의 작가가 이 ‘악몽' 같은 마감과 편집을 끝까지 버텨낸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주 작은 목소리로 건내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그래도 살아서, 또 하나의 겨울을 이렇게 건너가시는군요.

그렇게 당신의 크리스마스의 악몽에, 이 매거진이 조용히 동행하기를.





그리고 혹시 이 여정의 출발점을 궁금해할 분들을 위해 한 가지 더 덧붙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어둡기만 한 이야기를 만들자는 마음에서 출발한 게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크리스마스를 둘러싼 감정의 폭, 그 넓이를 그대로 품어보자는 시도에 가까웠다고 전 생각합니다. 어느 한쪽으로 단정하지 않고, 누구의 크리스마스도 배제하지 않으려 했던 마음들이 모였다고 할까.


그 시작을 열어준 분은 Ubermensch 님이었습니다.
누구나 자신의 크리스마스를 꺼내놓을 수 있도록 불을 켜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문으로 12명의 작가가 차례로 들어왔습니다. 각자 다른 기억과 목소리를 안고서.

그 시작을 만들어준 용기에 찐한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고 참여해주신 모든 작가 분들에게도 한 말씀 올리고 싶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분량을 채우고 마감을 지키는 일은 쉬워 보이지만, 그 안에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마음과 시간이 들어갑니다. 합평 때마다 서로의 문장을 끝까지 들어주고, 때로는 자신의 글을 거의 처음부터 다시 써 내려가며, 이 프로젝트가 단순한 매거진이 아니라 12명이 함께 만든 하나의 결이 되도록 힘을 보태주셨습니다.


그 과정들을 곁에서 지켜보며, 저는 이 프로젝트가 소개글 하나로는 도저히 담기지 않는 무게를 가진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축사의 마음이 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함께 글을 고치고 기다리고 맞춰가며 이 행복한 악몽을 완성해주신 모든 작가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매거진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자세히 알고 싶거나, 앞으로 어떤 순서로 발행될 예정인지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프로젝트 소개 글과 발행 계획표를 확인해 주세요.




12월 1일부터 25일 크리스마스가 올 때까지,

이 매거진은 여러분께 꾸준히 기묘한 악몽을 선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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