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없는 산은 무엇일까
‘나무 없는 산’이라는 제목은 영화를 보는 내내 나를 괴롭혔다. 특히 나무와 산보다는 ‘없는’이라는 관형사에 집중을 하게 되었다. ‘없다’는 것. 부재한다는 것. 이것이 바로 사회복지사회에서 주목해야 할 문제인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이 두 소녀들은 무엇을 부재하며 살아가는 것일까. 그건 너무나도 단순하고 영화 전반의 내용에 깔린 ‘가족의 부재’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부모의 부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소녀들은 일단 아버지의 부재로서 살아가고, 결국에는 어머니의 부재로 이어진다. 부모가 없이 유년을 보내는 것. 크나큰 상처이고, 두 아이의 인생에서 그 시간들도 하나의 부재로 평생 느껴질 것이다.
그렇다면 이 두 아이에게 필요했던 것이 무엇일까. 바로 사회의 관심과 진심어린 도움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복지’의 필요성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복지는 평안히 잘 지내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가족이 최소한의 경제력으로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조건. 그것이 이 소녀들에게 필요하다.
이 두 소녀는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한 미완성의 자아라고 할 수 있다. 부모에게서 떨어진 자신만의 자아를 형성하지 못한 부모의 일부로서 존재하는 시기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때문에 독립된 생활을 하기에 너무도 부족한 경험과 인지 능력을 가지고 있는 두 소녀의 부모와의 독립은 가혹하고 잔인한 시간이다. 물론 이 소녀의 독립이 완전한 독립이라고는 볼 수 없다.
고모와 할머니에게 맡겨져 어떤 보살핌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두 소녀는 지금 가장 의지할 수 있는 자신들의 가장 큰 뿌리를 잃고 있다. 나무가 없는 산. 그것은 뿌리가 없는 흙이라고 할 수 있다. 뿌리는 하나의 생명력이다. 즉 생명이 없는 흙은 황무지라고밖에 볼 수 없다. 이 두 소녀가 황무지를 걷고 있는 시간. 이것이 이 영화의 제목과 연관성을 띄고 있는 듯하다.
말라 죽은 나무는 돌 틈에 뿌리를 내릴 수 있을까.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두 가지가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버스를 타고 떠나가는 엄마를 보고 난 후에 돌 언덕에 말라 죽은 나무를 심는 장면이다. 상당히 상징적이고 주제가 내포되어 있는 장면이었다고 보았다. 이 두 소녀에게 부모는 이제 말라버린 하나의 상징일 뿐이다. 자신들에게 크고 넓게 뿌리를 내릴 수 없는 부모는 아이들을 더욱 마르게 하고 갈라지게 하고, 삭막하게 한다. 사회복지적으로 이 두 소녀가 엄마와 함께 살던 시절에 생활수준의 문제가 있었다. 임대아파트로 근근이 생활하던 가정은 어떤 일을 계기로 뿔뿔이 흩어지면서 결국 이 두 소녀에게 유년의 상처를 주었다. 경제 생활의 불충분과 아버지의 부재로 인한 정신적인 부분의 혼란 속에서 이미 보호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사회에서는 충분히 그들을 위로해주지 못하였고, 더 큰 부재, 더 큰 혼란, 더 큰 상처를 주어야만 했다.
누가 대신 그들의 산에 살아 있는 나무를 심어줄 것인가.
이 두 소녀에게는 법적인 보호가 필요하다. 복지 정책의 과제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부모님과 함께하는 일상적인 생활과 아이들의 바람직한 발달을 위한 기반과 법의 구체적 제정, 그리고 재정 확보와 그것의 철저한 실천이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두 소녀에게 하고 싶은 말.
영화 속 이 두 소녀의 모습은 부모님의 부재하는 상황 속에서도 점점 발전해가고 있는 듯하다. 돼지저금통 저축을 하면서 돈이라는 경제적 개념을 알아가고 할머니와 살게 되었을 때는 할머니가 생계를 위한 노동에 자매를 참여시키면서 일과 대가에 대한 관계를 깨달았다. 일을 하고 나서 먹을 것을 받아 두 자매가 사이좋게 나누어 먹는 모습은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영화의 엔딩 장면은 이 두 자매가 앞으로 가야 할 길을 보여주는데 이 장면이 인상 깊었던 장면 중 하나였다. 이 두 소녀가 가는 길. 이 아이들의 미래. 절망적이기만 하지 않아 희망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 두 소녀에게 이런 말을 넌지시 건네고 싶다.
너희들의 인생에서 이 시간은 큰 상처가 될 것이고, 어딘가에 대한 큰 반감이 생기겠지만 너희들의 저런 유년 시절의 추억은 오히려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고 본다. 영화 속에서 본 너희들의 이미지를 너무 아름다워서 그럴까.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 또 부모의 부재가 다른 것으로 채워질 순 없겠지만 너희들의 경험이 의미가 없다고 볼 수는 없다. 이런 경험은 나중에 세상을 따뜻하게 볼 수 있는 시선을 가진 사람으로 너희들을 성장시켜 줄 것이다. 그러니 희망을 버리지 말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