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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생각난 김에 드로잉 수업을 신청했다.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

by 오로라

출퇴근 시간 = 나만의 일탈 시간.


출근해서는 회사에 충실하고, 저녁에는 엄마, 딸, 아내 코스프레 하면서 정신없이 살던 어느 날.

문득 아이패드를 그림그리려고 샀다는 것이 생각났다.


엣시에서 파일판매하는법, 이모티콘으로 수익내는 법 그런강의를 들으면서 아이패드+펜슬을 사놓고 전직장 여직원과 퇴근 후 카페에서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그리던 기억이 소록소록 나면서 그 시간이 참 즐거웠구나 싶은 날이 있었다.


바쁘게 사느라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생각난 김에 머릿속에서 해보고 싶다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일단 알아보자 하는 충동적인 마음에 드로잉 수업을 찾아봤다.


마침 회사근처 집가는 방향으로 수업이 가능한 강사님을 찾아냈다.


일주일에 1번 수업을 받기로 하고 결제를 해버렸다. 퇴근하고 강사님의 작업실로 향했다. 작은 오피스텔이였는데 예쁜 고양이 3마리가 함께였다. 수업을 하면서 생각보다 그림그리는 센스가 좋다고 했다. 알려주면 금방 비슷하게 잘 따라그린다고.


솔직히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강사님과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강아지같이 애교가 많은 고양이와 함께 보내는 그 시간이 그냥 좋았다. 투박한 삶에 오아시스 같은 느낌이였달까.


3번째? 4번째였나? 이직을 준비하던 차였다.

그날도 어김없이 이야기를 하며 그림을 그리면서 내가 먼저 이런 이야길했다.


"강사님, 저 이직할 것 같아요. 벌써 회사생활한지 18~19년되가는데 힘드네요."

그 이야길들은 강사님이 이렇게 대답했다.


"00님은 그래도 회사생활이 잘 맞으시나봐요. 전 초반에 다니다 안맞아서 프리랜서 생활을 선택했어요. 회사다니는게 성격상 힘들더라구요."


"?"


맞긴 뭐가 맞냐 호호호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지하철안에서 정말 머리가 멍했다. 그 다음날, 그 다음날, 한달 뒤, 두달 뒤, 일년 뒤 그 강사님의 그 한마디가 심장을 강하게 내리쳤다.



'뭐야? 안맞으면 안다니고 다른 일 찾아보면 되는거였잖아?'


난 여태 안맞으면 다른 회사를 찾아야하는 줄 알고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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