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낮과 밤의 경계가 모호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세상이 잠든 새벽에 들어와, 동이 트는 시간에야 비로소 눈을 붙입니다. 정해진 스케줄에 맞춰 움직이는 삶. 연달아 쉬는 날이 없어 하루의 휴일은 온전히 잠에게 양보해야 합니다.
나이는 들고 체력은 떨어져, 새벽에 들어와 쪽잠을 자고 오전에 무언가 활동을 한다는 것은 이제 감당하기 버거운 일이 되었습니다.
아이는 그런 엄마를 묵묵히 기다려주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오래 잠들어 있으면, 이내 입을 삐죽 내밀고 제게 묻습니다.
"엄마, 코노."
이번에는 코인노래방이었습니다. 더는 아이의 간절한 눈빛을 모른 척할 수 없어, 아빠와 함께 동네 코인노래방으로 향했습니다.
제가 아이와 함께 노래방에 온 것은 난생처음이었습니다.
아이는 미리 준비한 노래 제목들을 휴대전화에 메모해 왔더군요. 그 작은 열정에 저는 웃음이 터져 버렸습니다. 아이가 고른 곡을 최대한 예약해주고, 아빠와 저도 한두 곡씩 함께 불렀습니다.
그런데 아이의 목소리는 마치 고양이 야옹거리는 것처럼 마이크에 닿을 듯 말 듯 했습니다. 두세 곡을 불러도 점수는 27점, 31점을 맴돌았죠.
저는 아이에게 소리 질러 노래하는 법을 알려주기 시작했습니다. "서서 불러 볼래?", "배에 힘을 주고 불러 볼까?" 아이는 제 말을 따라 해보더니, 이내 97점이라는 놀라운 점수를 받았습니다. 점수가 중요한 것은 아니었지만, 노래 부르는 아이의 모습이 처음보다 자신감이 가득했습니다.
저는 마지막 곡으로 마야의 '진달래꽃'을 불렀습니다. 온 힘을 다해 소리를 지르며 노래하는 모습을 본 아이가 나중에 제게 이렇게 말하더군요.
"엄마가 아닌 줄 알았어."
아이의 말에 저는 한참을 웃었습니다.
그때만큼 고음이 나오지도 않았고 썩 잘 부른 건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온 힘을 다해 노래하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주었죠. 자신감있게 이렇게 부르면 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아이는 저의 어릴때와 비슷한 기질을 닮았습니다.
내성적이고 소심한 듯 보이지만, 동시에 발랄하고 활발한 기질을 가진 저의 어린 시절처럼 말이죠.
우리의 삶은 늘 변하고, 때로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들이 찾아옵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우리는 아주 작은 행복을 찾아내고, 잠시 잊고 지냈던 우리 안의 진짜 나를 마주하게 됩니다.
지금의 저는 어릴 때가 상상되지 않을 만큼, 옆에 앉은 모르는 사람과도 아무렇지 않게 대화를 나눌 만큼 쾌활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아이도 그런 저처럼, 늘 자신감을 가지고 매사에 임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노래를 통해 배운 작은 용기가 아이의 삶에 작지만 큰 울림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