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라는 이름의 잔소리

by 오로라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바로 '나중 가면 후회해'라는 말인 것 같습니다.


아이가 어린이집, 유치원을 다닐 때쯤부터 주변에서 이런 이야기들이 끊이지 않았죠.

"지금 한글 안 시키면 후회해,"

"나중에 잡으려면 힘들어, 지금 안 하면 후회해."


솔직히 흔들리지 않았다면 거짓말입니다.

'그래? 하는 게 좋은가?' 하고 잠시 고민했지만, 저는 이내 중심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아니야, 무리하게 시키지는 말자.' 아이의 성적을 올려 좋은 대학에 보내는 것보다, 아이의 마음을 지켜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아이가 말이 늦은 편이라 4살이 되어서야 자신의 표현을 언어로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린이집에서 선생님 말을 잘 듣는 태도라도 기르려면 방문 학습지라도 접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구몬을 시켰죠. 아이의 컨디션에 따라 학습량을 조절하며, 아이의 속도에 맞춰 함께 걸어갔습니다. 다행히 아이는 점잖은 성향이라 잘 따라와 주었습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니 '후회해'라는 말은 더 다양한 버전으로 진화했습니다.

"수학, 영어를 꼭 해줘야 해,"

"역사를 모르면 나중에 힘들어,"

"내신, 수행평가가 중요해."

"논술 대비는 하고 있어?"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죠.


저는 아이의 이야기를 더 귀담아듣기 시작했습니다. 하교 길에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다 미술 시간이 너무 짧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이의 의사를 물어 미술학원 시간을 늘렸습니다.

비사교적인 아이의 성향에 맞는 운동을 찾다가 검도를 가르쳤고, 아이가 힘들어하는 것 같아 잠시 쉬게 하고 관심 있어 하던 뜨개질을 배우게 했습니다. 아이의 흥미가 닿는 곳이라면 무엇이든 함께 했습니다.


'나중 가면 후회해'라는 말은 아마 아이가 커갈 때마다 계속 들릴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제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어떤 것을 포기할때 우리가 후회하게 될지 말입니다.


물론 더 먼 훗날이 되어봐야 알겠지만, 지난 11년 동안 아이에게 필요한 것을 제때 해주고,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는 노력을 해왔습니다.


세상이 말하는 기준에 맞춰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속도와 관심에 맞춰 함께 걸어가는 것. 그 속에서 아이가 스스로 빛나는 것을 발견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후회하지 않을 가장 확실한 길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이가 흥미가득한 재미있는 세상을 살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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