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에만 보이는 아이의 세상

by 오로라

저희 아이의 초등학교에서는 작년부터 생존수영 수업을 합니다.


수영을 배워본 적이 없는 아이가 혹여나 힘들어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우려와 달리 아이는 즐겁게 수업에 다녀왔습니다.


첫 수업 전, 안경을 쓰는 아이에게 어떤 수경을 씌워줄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저 또한 초등학생 때부터 안경을 썼고, 20대 후반 라섹 수술을 하기 전까지 수영을 할 때마다 흐릿한 세상과 마주해야 했거든요.


물안경 속 세상은 마치 안개가 낀 것처럼 보였고, 저는 그런 흐릿함이 항상 조금씩 답답했었습니다.

아이에게는 그런 불편함을 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안경점에 문의해 도수 수경을 맞춰주었고, 아이는 "잘 보인다"는 짧은 후기를 들려주었습니다.

한마디였지만 그래도 맞춰주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 1년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4학년 여름방학을 마친 아이가 다시 생존수영 수업을 한다고 알려주었습니다.


작년에 샀던 수영복과 수모가 조금 짧아지고 꽉 끼는 듯하여 새것으로 바꿔주고, 수경은 줄만 조절해 다시 써보게 했습니다. 수경을 써본 아이는 여전히 "잘 맞고 잘 보인다"며 만족해하며 작년 수영 수업의 에피소드 하나를 들려주더군요.


"엄마, 작년에 수영 수업할 때, 다들 수경을 모자 위로 올리는데 나만 쓰고 있었더니 선생님이 지금 쓰는 거 아니라고 얘기했어."


저는 아이에게 "왜? 미리 쓰는 건 줄 알았어?"라고 물었습니다.

간혹 엉뚱한 구석이 있어, 이번에도 그런가하고 생각하던 찰나, 아이의 대답은 저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아니, 맨눈으로 보니까 잘 안 보이는데 수경을 쓰니까 잘 보여서 쓰고 있었지."


그 말을 듣고 '아!' 싶었습니다.

아이는 단지 잘 보기 위해 수경을 썼을 뿐이었습니다.


1년에 몇 번 안 되는 생존수영에 굳이 도수 수경까지 준비해줘야 하나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안경을 써봤던 저의 경험이 아이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과 없었다면 얼마나 답답했을까 생각하니 짠하더군요.


아이의 삶이 조금이나마 편안할 수 있도록, 그리고 제가 아이의 마음을 온전히 공감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가 온전히 자신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

그것이야말로 제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요?


아이의 작은 눈빛 하나, 행동 하나에 담긴 마음을 읽어주는 것. 그것이 바로 '후회하지 않을' 육아의 시작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이는 그렇게 저를 믿고, 저는 그렇게 아이를 믿으며 우리는 오늘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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