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무엇인가에 푹 빠져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은 부모에게 큰 기쁨입니다.
아이는 초등학교 2학년 겨울, 대바늘로 목도리를 뜨며 처음 뜨개질의 세계에 발을 들였습니다. 처음 며칠은 잘되지 않아 짜증을 내더니, 이내 서툰 손으로 삐뚤빼뚤한 첫 작품을 완성해냈죠.
그 삐뚤빼뚤함이 아이의 뜨거운 열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 같아 저는 마음이 벅찼습니다.
그렇게 아이의 뜨개 세상이 시작되었습니다. 유튜브를 보며 키링과 북마크를 만들고, 작은 파우치에 이어 이제는 옷까지 도전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의 넘치는 열정을 응원해주고 싶어 뜨개 아카데미를 등록했습니다.
버스로 몇 정거장을 가면 되는 곳이라 20주에 걸쳐 매주 토요일마다 남편이나 저, 혹은 아이 할머니가 아이를 데려다주고 2시간을 기다렸습니다.
아이는 즐거워했지만, 아이의 열정만큼이나 저희의 체력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특히 괜찮다고 하시지만 나이가 지긋하신 할머니가 2시간을 앉아 기다리는 일이 무리가 될 것 같았습니다.
결국 아이에게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우리 아카데미는 잠시 쉬는 게 어떨까?" 아이는 큰 아쉬움없이 괜찮은듯 했습니다.
그러다 며칠 전, 아이가 지나가듯 툭 한 마디를 던졌습니다.
"엄마, 토요일 일기에 쓸 게 없어졌어."
"왜? 전에는 뭘 썼는데?"라는 제 물음에 아이는 답했습니다.
"전엔 아카데미 가서 뭘 뜨는지 썼는데, 이제 안 가서 쓸 게 없어."
아이의 그 한 마디에 제 마음 한쪽이 불편해졌습니다. 활활 타오르던 아이의 열정에 제가 찬물을 부은 것만 같았죠.
'괜찮다'는 아이의 말은, 사실 '엄마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싶다'는 배려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미치자, 미안함이 밀려왔습니다.
아이는 여전히 집에서 뜨개바늘을 잡고 자신의 세상을 엮어가고 있습니다만 이제 초보단계를 살짝넘어 다양한 뜨개를 하고 싶어하는 아이에겐 옆에서 조언해줄 뜨개 선생님이 필요하겠죠.
사실 뜨개 아카데미를 종료하는 시점에 집근처에 뜨개공방을 수소문해 두었습니다. 여차하면 알아보고 아이에게 배움의 시간을 줄 수 있도록 말이죠.
이 잠깐의 멈춤의 시간이 아이에게 새로운 시작을 위한 숨 고르기를 할 수 있는 도약의 단계이길 바랍니다.
아이의 뜨개 열정이 계속된다면 그때까지는 열심히 응원하며 다양한 길을 찾아주고 아이의 곁에서 묵묵히 응원하는 엄마가 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