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한 달이라는 방학은, 시작과 동시에 끝을 향해 달리는 것만 같았습니다.
어머니의 시절에도 비슷한 고민이 있었겠으나, 지금의 저는 아이의 방학기간동안 '무언가 이색적인 경험'을 아이에게 선물해야 한다는 보이지 않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아이가 개학후 학교에서 방학생활에 대한 특별한 기억을 이야기 할 수 있도록 말이죠.
날씨와 더위로 이미 방학전에 울릉도,독도 여행을 다녀왔지만 그래도 방학기간동안 무언가 해야하는데~ 하면서 미루고 미루다 개학이 임박해서야, 동굴 카약과 와사비 아이스크림이라는 이색적인 체험을 하자고 식구들과 휴일을 맞추었습니다.
아뿔싸, 월요일은 동굴 휴무일이더군요.
갑작스러운 계획 변경에 허둥지둥 다른 곳을 찾아보았지만, 모두 월요일 휴무이거나 당일 티켓이 매진된 상태였습니다.
결국 아이가 얼마 전부터 가고 싶어 했던 만만한(?) 롯데월드로 향했습니다. 이 무더운 날씨에 실내와 실외를 오갈 수 있는 이곳은 차선책으로 최선의 선택이었습니다. 이제 키 제한 걱정 없이 모든 놀이기구를 탈 수 있다는 사실에 아이의 눈은 반짝였습니다.
그러나 그 반짝임은 곧 기나긴 기다림으로 이어졌습니다. 아는 분의 조언대로 매직패스를 사려 했으나 가족들의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는 말에 망설이는 사이, 오전 중 몇 장 남아있던 매직패스는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최대 1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습니다. 4시 이후 입장권이 풀릴 때 다시 매직패스를 사려 했지만, 이번에도 가족들은 '너무 아깝다'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솔직히 1인당 5만원이 넘는 금액을 5식구 표를 사려니 만만치 않더라구요.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제 시선은 놀이기구 보다 주변의 다른 부모들에게로 향했습니다. 까르르 환하게 웃는 부모의 얼굴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웃는소리가 나는 곳은 젊은이들 학생, 커플 그런친구들이였죠.
우리내 부모들은 반팔에 반바지 차림의 편안한 옷, 한 손에 든 아코디언 의자 +백팩. 그들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가득했지만, 저는 알죠. 저와 그들이 무엇을 위해 피곤함을 애써 숨기며 아이와 함께 하고 있는지를.
이곳에 온 모든 부모는, 아이의 행복을 위해 열심히 버티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지친 어깨와, 아코디언 의자를 든 손에서 저는 말 없는 연대감을 느꼈습니다. 아이의 표정이 굳을까 애써 힘들지 않은 척, 밝은 표정을 지으려는 저의 모습이 그들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조용히 아이의 웃음 한 조각이라도 더 얻기 위해 긴 줄을 견디고 있었습니다.
문득 시계를 보니, 맙소사. 마지막 퍼레이드가 시작하는 밤 8시였습니다. 오전 11시 반에 들어온 것 같은데, 벌써 9시간 가까이 이곳에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웠습니다. 하나라도 더 태워주고 싶은 마음에 그 시간까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었다는게 놀라웠습니다.
길고 긴 줄 속에서 우리는 잠시 잊고 지냈던 삶의 무게를 느낍니다. 그래도 그 긴 기다림을 견딜 수 있는 원동력은 아이의 웃음으로 부터 나오는 것이죠.
사랑과 헌신으로 아이를 위해 그날 그곳에 방문한 부모님들이 다시한번 느끼지만 참으로 대단한것 같습니다.
오늘 밤, 아이가 잠든 틈을 타 어깨를 토닥여주어야겠습니다.
"오늘도 정말 수고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