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작은 고민에 귀 기울이는 일

by 오로라

저는 아이의 성적에 대해 관대한 편입니다.


굳이 아이가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에 시간과 비용을 쏟기보다, 아이가 진심으로 좋아하고 경험하고 싶은 것들에 마음껏 투자하고 싶습니다. 거창한 목표를 세우기보다, 아이의 기질을 먼저 이해해보고자 최대한 노력하는 편입니다.


평소 얌전하고 내성적인 성격이지만 집에서는 깨발랄한 모습으로 바뀌어가는 아이. 90점, 100점을 받아올 때는 우쭐해하지만, 80점대 점수에는 금세 의기소침해지는 아이. 그런 아이의 마음을 살피며 지내던 어느 날, 우연히 아이와 함께 TV에서 학업 관련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습니다. 부모에게 학습의 어려움을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는 학생의 이야기가 나왔죠.


순간, 아이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또르르 흘러내렸습니다.

"엄마… 사실, 나 …"


‘응? 뭐지? 학교에서 무슨 큰일이 있었나?’ 순간 걱정이 되었습니다.


“나눗셈이 좀 헷갈리고 어려워요. 뿌잉~~”


아이는 마치 큰 비밀을 털어놓는 것처럼 나지막이 속삭이며 눈물을 보였습니다. 그런 아이의 모습이 애처롭기도, 한편으로는 너무 귀엽기도 했습니다. 얼마나 혼자서 고민하고 끙끙 앓았을까. 저는 그 작은 고백에 아이의 마음이 담겨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이기에 제가 늘 아이 옆에 붙어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수학 학원에 보내자니 안 그래도 바쁜 아이의 일상에 또 다른 짐을 얹는 것 같아 망설여졌습니다.


아이 혼자서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저는 밤늦도록 인터넷을 검색했습니다. 그리고 나눗셈만을 위한 세 권짜리 문제집을 찾아냈습니다. 문제집마다 QR 코드가 있어 영상으로 개념을 잡아주는 시스템이었죠.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아이에게 어떻게 학습해야할지 순서를 알려주었습니다.

아이가 따라오지 못할만큼의 분량이면 금방 손을 놓을것 같아 같이 시간을 재보기로 하고 20분내로 문제를 풀수있는 분량정도로만 아이에게 함께 해보자 설명했습니다.

아이가 문제집을 다 풀어내지 못해 쓴경험이라 해도 무엇이든 느낄것이라 생각하고 하루 못풀어서 건너띄어도 닦달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아이의 고민리 조금이라도 실마리를 잡고 풀렸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큰 기대없이 시작했습니다.


매일 아이에게 과하지 않은 할당량을 주고, 아이가 그날의 분량을 스스로 공부하도록 독려했습니다. 새벽에 퇴근해 들어온 저는 잠든 아이의 문제집을 채점하고, 틀린 부분은 쉬는 날 몰아서 설명해주었습니다. 그렇게 들인 노력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지만, 아이는 금세 나눗셈의 개념을 완벽하게 이해했습니다.


놀라운 변화는 그 이후에 찾아왔습니다.


한번 좋은 경험을 한 아이는 이제 스스로 판단하고 먼저 손을 내밀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전에는 "엄마, 분수가 좀 헷갈리는데 저번처럼 할 수 있을까?"라고 물어왔죠.


아이에게 무작정 '잘해라'라고 닥달만 하거나, 혹은 모든 것을 과하게 시키는 것은 아이를 위한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저는 아이에게 늘 편안하고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그런 엄마가 되고 싶습니다.


때로는 방향을 알려주는 코치처럼, 때로는 함께 고민하는 친구처럼 아이의 곁을 지켜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언제든 힘들 때 '엄마' 하고 부를 수 있는, 안전한 버팀목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아이는 그렇게 저를 믿고, 저는 그렇게 아이를 믿으며 우리는 함께 성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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