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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로라 Jan 10. 2023

배움에 왜 돈을 아끼고 싶어 할까.

아끼고 싶다면서 알고 싶은 마음.

나는 좀 고지식한 편이다. 

2녀 중 맏이로 태어나 경상도 황 씨 어머니 아래서 예의와 어른공경에 대해 빡. 쎄. 게. 가르침을 받아서인가 어릴 때부터 활기참과는 거리가 좀 멀었고, 어릴 때 참하다, 착하다, 차분하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자랐다. 부모님, 선생님, 동네 어르신이 시키는 일은 무조건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하루에 두 번을 만나던 세 번을 만나던 만날 때마다 인사를 했다. 


그렇게 커서인지 사회에 나와 일을 할 때에도 그 성향은 바뀌지 않았다. 고지 곳대로 융통성 없이 일만 했다. 어릴 때부터 안경을 썼는데 열심히 일을 하다 보면 안경이 코에 걸려 있을 때도 있었다. 정수기 물통 하나를 갈아야 할 때도 남에게 먼저 도움을 요청하기보다 내가 해보고 안될 때 가서 조심스럽게 함께 도와달라 요청했다. 내가 해보지 않은 일은 지시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 뭐든 내가 먼저 해보고 직원과 함께 일했다. 그리고 어떤 일이 됐든 내가 더 일하려 노력했고, 해결해 주려 노력했다. 미팅을 해야 하고 업무상 새로운 사람들과 일을 해야 할 때에는 소심한 성격을 버리려 난 지금 연기를 하고 있다 생각하고 성격조차 바꾸려 노력했다. 활기차 보이려 대담한 척 보이려 노력했다. 


나는 일상 얘기도 길게 못하는 편이다. 학창 시절부터 그런 성격이 있었던 것 같다. 교실을 둘러보다 친구들과 섞이질 못하고 앉아 있는 친구가 있으면 그게 신경 쓰여 말도 걸고 장난도 치고 하다 보니 내 주위에는 항상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여럿 하고는 잘 지내도 한 사람 한 사람하고 깊은 우정을 쌓아가기엔 나는 항상 바빴다. 


내 옆엔 늘 읽고 있는 책이 있거나 도전해야 할 과제가 있었다. 친구들의 일상얘기 부모, 형제, 이성, 피부고민 등등 그런 고민들이 나에겐 길게 얘기할만한 관심거리가 되지 않았다. 성격하나도 계속 더 나아지려 노력해야 했기 때문이고 내 부족한 면(업무든 시간관리든 배움이든)을 갈고닦을 방법을 찾고 실행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했다. 


나의 관심은 항상 자기 계발, 독서, 새로움에 꽂혀 있었다. 글을 쓰면서 생각해 보니 정말 늘 그랬던 것 같다. 20대에 대학을 휴학하고 사회에 나온 뒤로는 급여를 더 높이기 위한 자기 계발에 몰두했고, 일에 열중했다. 사람사이의 관계가 쌍방이어야 오랜 세월 길게 갈 수가 있는데 나는 지인들에게 먼저 연락하는 성격이 아니었고, 그들은 그런 나에게서 조금씩 멀어져 갔다. 가끔 나에게 안부인사를 건네는 이는 늘 무언가를 나에게 물어봤다. 그래서 정말 친한 몇을 제외하곤 점점 더 사람들을 멀리했다. 


브런치를 시작하고 대나무 밭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치는 것처럼 내 이야길 두서없이 떠들다 보니 간혹 같은 생각을 하는 작가님이나 공감해 주시는 작가님들을 몇 분 만나면서 한여름 하염없이 길을 걷다 달달한 작은 사탕하나 깨문 것처럼 아주 살짝 갈증이 가시는 느낌이 들었다. 생각하는 게 똑같진 않아도 사는 모습이 비슷하진 않아도 글을 쓰는데 관심이 있다는 것, 책을 읽는 걸 좋아하다는 것 그런 사소한 하나만으로도 뭔가 나랑 비슷한 사람들을 만난 것 같아 반가웠다. 


그러던 어제 일전에 구매대행강의에서 만난 B라는 대표님의 카톡메시지를 받았다. 


예전 구매대행 강의에서 만났던 그분은 내가 수강한 다른 강의 후기를 물었고, 얼마의 돈을 줄 테니 그 내용을 알려달라고 했던 분이다. 그분은 사업 매출도 어느 정도 있었고, 직접 강의도 하고 있다고 했다. 강의를 직접 들어보시라 권했더니 그 돈을 내고 듣고 싶지 않다고 했었다. 


싫었다. 남이 몇 년의 시간을 들여 쌓아 온 노하우를 돈 몇 푼에 넘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첫날부터 그분을 멀리했다. 엮이고 싶지 않았다. 그 강의 후에 강의에 참여했던 대표님들이 단톡창을 만들어서 가끔 모임도 가지셨는데 아이와 어머니 거동문제도 있어 나는 참여하지 못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B대표님의 카톡을 받은 것이다. 


나보고 요즘은 어떤 강의를 듣고 있냐고 물었다. 설마 싶었다. 한 번의 경험으로 색안경 끼고 보면 안 된다는 생각도 했다. 반갑게 톡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내가 최근 들은 강의는 이것이고, 안 그래도 어느 정도 이뤄놓은 대표님들이 들으면 좋을 수 있겠더라 말해줬다. 설마 했다. 정말 설마 했다. 그는 또 나에게 녹화본이 있냐고 물었고 일정의 돈을 주겠다고 했다. 


사람이 변하긴 쉽지 않다더니 그 말이 맞나 보다. 이미 그는 다른 대표님에게서 내 이야길 듣고 그 강의에 대해 알아보고 나에게 연락을 준듯했다. 강의 첫날 이야기 몇 마디 나눈 뒤로 한 번도 연락이 없다가 뜬금없이 개인톡으로 강의를 물어보니 말이다. 


그렇게 넘기고 싶지 않다고 했더니 혼자만 알고 싶은가 보다는 말이 돌아왔다. 계속 몇백만 원짜리 강의를 듣는 내가 대단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런 그에게 나는 내 인생을 바꾸려는데 그 돈은 하나도 아깝지 않다고 했다. 가진 것 없고 인생이 바뀌길 원하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배움뿐이다. 그래서 할부로 강의를 듣고 있고 아깝지 않다고 했다. 맨날 부모탓, 환경 탓, 답도 없는 이 고민, 저 고민하면서 시간을 낭비할 순 없지 않은가? 탓을 할바에야 배움을 선택하고 실행을 선택하지 말이다. 


그 이후로도 그는 그럼 질문 몇 개를 해도 되냐며 톡을 이어갔다. 기분이 나쁘다기보다 차분히 가라앉았다. 우스웠고 핸드폰 번호를 바꾸고 싶은 마음이 잠깐 들었다. 하지만 이내 다 부질없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사람들은 앞으로도 계속 나타날 거니까. 내가 좀 더 단단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마음에 생채기가 최대한 오래 남지 않게 계속 단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명확해지진다. 



오늘도 감사일기와 해빙노트를 쓰고 명상을 하고 자기 계발에 열심히인 사람들의 성공스토리를 듣고 상품을 등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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