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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osi Nov 15. 2023

놀이터에서 그네 타기를 그만두면 생기는 변화

대역죄인의 궁리

구미가 당기면 해 보는 편이다.

해보면 안다.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맞는지!

해보길 잘했다 싶은 순간도 물론 있다.

대개는 한계에 직면 또는 외면ㅠ 낙심도 여러 차례.

이쯤이면 그만 둘 명분을 만들 법한데도 아쌀하게 지속할 궁리다.

" 죽기밖에 더 하겠어?"

전에 없던 뱃살을 염려하거나, 고지혈증 약을 노려보면 남편의 대답이 이렇다.

나도 슬쩍 따라 해 본다. '행잉레그레이즈'를 할 때면 어김없이 구시렁.

아직 이거 하다 죽었다는 사람은 못 봤으니까. 안심이다.



손을 뻗어 봐도 닿질 않고 상, 하체 모두 약속이나 한 듯 눈물겹다. 스텝박스의 도움을 받아 하루의 죗값을 치르는 그 곳. 단두대에 오른다.

어떤 죄(과식,폭식,먹먹먹)를 지었나 오늘을 돌아볼 새도 없이 마음은 늘 야심차다.

1단계 : 동공발사. 거울을 노려보는 기본자세. 눈빛이 열일해보지만, 시작부터 측은한 하복부를 달랠 길이 없다.

부르르.. 르르르르.. (겨울이 와서 그렇다 치고)


레그 레이즈>>
웨이트 트레이닝에서 하복부를 단련하는 대표적 운동으로 주운동 근육부위는 복직근 하부.  누운 상태로 다리를 뻗어서 들어 올렸다 내렸다 한다. 복근의 힘이 약한 상태에서 운동하게 되면 허리가 지나치게 바닥에서 떨어지게 되어 무리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누운 상태로 다리를 들었다 내렸다? 라니.

뭐 이쯤이야. 

헌데 말은 쉽고 행동은 어려운 상황이다. 전방경사가 심한 나로서는 바닥에 몸을 눕혀도 허리만은 기립한 듯 붕붕 떠있으니 레그레이즈를 할 때 허리에 부담이 가는 건 어찌할 도리가 없다.

한술 더 떠 "행잉"이라!(사실상 행잉레그레이즈는 나 같은 오리궁둥녀들에게 허리부담을 줄이고도 하복부를 단련시키기에 안성맞춤, 훌륭한 운동 맞다. 다만 무게를 지탱해야 한다는 또 다른 과제가 따른다.) 

인클라인, 디클라인, 오버그립, 언더그립, 해엥~~잉까지.

웨이트에 한계란 없다더니, 꼭 맞는 말이다.


1. 호호호 여유로운 근자감.
2. 불같이 뿜어대는 욕지거리.
3. 호호호 다시없을 굴욕.

                         [운동에 있어 호.불.호의 정의]

마치 행잉레그레이즈의 절차를 설명한 느낌이랄까.






죽으러 갑니까 지금? 매번  왜케 쫄려;;;;



두 팔을 자발적으로 결박시킨다. 이왕이면 정성껏.

포승줄에 묶여 연행되는 심정으로 나를 마주한다. 비장하다.





어려움 없이 해낼 것처럼 자신 있게 오르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마치 내 다리가 남의 다리가 된 듯한 신비를 경험하게 된다. 신박한 방법으로 그네를 타보지만 그게 다다.

도통 레이즈될 생각이 없는 레그들 같으니라고. 게을러터져 가지고.



복부 힘으로 다리를 끌어올려야지, 그래야 맞는데. 어느새 춘향이로 빙의되어 연신 그네만 타고 있다.



여기 놀이터예요?



허허, 그러게 말입니다ㅋㅋ

거울에 비친 나. 나도웃겨ㅠ 언젠가는 제법 봐줄 만한 '그날의 간지'를 꿈꾸며.

일단 관둘 생각은 없으니 낙심은 짧게 한다.


그렇다. 꿈보다 해몽이라더니 현실은 희한하게 사극 속(왕과 나) 어우동의 그것과 묘하게 닮아있다.

다름 아닌 대. 역. 죄. 인.


이쯤에서 생각한다. 계속할 수 있을까ㅋ

나의 언행은 어찌 이리도 경솔한가. 이러다 김장철이라며 포기부터할까 싶어 터진입으로 뱉어둔 증거자료를 다시 본다. 엄청 잘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으나, 작심이란 고요히 할 것이지 방정맞기 짝이 없다.


'이 결심 잊지 않으셨죠?'

잊지 않고 폰을 들어 보이는 스승님을 향해 감사를 전하며 오늘도 단두대에 오른다.








운동하다 쌍욕은 할지언정

아직 너. 헤어질 용기는 없으니까.


일단 해보자.

그만 둘 명분을 찾기 전까지는 말이다.


[오늘의 건강수명 TIP]
행잉 레그레이즈 : )
어깨가 힘이 빠져 거상 되지 않도록 하강. 힘을 주고 상체가 흔들리지 않게 주의해주세요! 그네 타기를 관둘즈음, 상체힘이 강해진다면 수월하겠지만 지금은 하체에만 집중!

호흡을 내뱉으면서 후방경사를 해주고 무릎 아래의 신체는 본인 몸보다 앞쪽에 위치한다는 걸 염두에 둘 것.

그네는 놀이터에서. 아이들에게 양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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