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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osi Nov 23. 2023

1kg, 인생이 버거운 이유

고통감내 기간 탓. 횟수 탓. 상황 탓

26kg.

모유, 이유식, 삼첩반상. 뭐 하나 예외 없이

저렇게 먹다간 죽을 수도 있겠다 싶던 아이.

간만에 체중계에 올라간 깡마른 첫째의 중량에 사뭇 놀랐다. 사람 됐네. 사람 됐어. 부모마음이란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

분기마다 한두 번쯤 볼 법한 다정함을 담아 물었다.


오랜만에 엄마가 좀 업어줄까?


울 엄마 왜 이러지?라는 낯선 눈빛이었지만 슬쩍 웃고 끄덕. 사랑스런 내 새끼가 남편도 안 해주는 백허그를 한다. 예상외로 묵직할지라도 스탠덥!


'그래, 요즘 운동도 빡씨게 하는데 고작 26킬로? 거 뭐 별거라고!'

굳이 버얼건 대낮, 길바닥에 아름답게 몸을 낮추던 사랑, 그거 어디 갔니. 그 엄마 지금, 몇 걸음이나 딛었을까.


아이씨. 내려.


의미 있는 깨달음을 얻었다.

돈 내고 무게를 견디는 것과 아닌 것은 이토록 다르구나! 

홀로 숨을 고르고 민망함에 다만 봤을 뿐인데, 아이는 신나게 고개를 주억인다.

'이럴 줄 알았어요'라거나 '뭐 굳이 여기서 애쓰고 그러셨어요' 정도의 위로였을까.




만삭의 몸. 품고 있는 태아? 고작 3킬로그램.

26킬로와 비교하자면 껌이다. 다만 태아는 24시간 내려놓을 틈 없이 한 몸이고, 여덟 배가 족히 넘은 지금 이 무게? 버겁긴 해도 매일같이 버텨내진 않아도 좋다.

상대적으로 가벼울 무게도 얼마나 오랜 시간 또는 여러 번 견뎌야 하냐에 따라 다른가 보다.

그렇게 따지면 나 같은 워킹맘보다 가정양육하느라 하루종일 온전히 아이를 곁에 둔 엄마들의 피로도가 더할지 모른다. 갑작스레 응원을 전업맘들께!


호기롭게 아이를 업으려다 얻은  뜻밖의 교훈.

요즘 나사 빠진 삶을 사는 를 위해 하늘이 날 잡았나? 저녁운동을 갔다가 또 하나 곱씹고 왔다.


버텨낼 시간,  횟수 못지않게 인생무게를 결정하는 또 하나의 변수. 고통에 대한 체감은 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이다. 


벤트 오버 레터럴레이즈. 

몸을 숙여 벨을 들어 올리기도 하고 벤치에 앉아 할 수도 있음에도, 쌤은 날더러 곤장을 때려 맞듯 엎드리란다.

잔뜩 엎어진 자세로 상체 후면 긴장감을 유지하며 준비자세만 취했는데 벌써 숨이 가쁘다.



1kg.

내 손에 쥐어주신 덤벨. 쳇! 1킬로그램이라.. 몸무게만큼의 바벨로 데드리프트를 지도하던 그분이 맞는지 싶어 살짝 자존심이 상하려다 한 세트 끝나기가 무섭게 마음을 고쳐먹었다. 상황에 따라 1킬로그램의 무게. 이토록 고운? 입을 거칠게 돕구나.


1.일반적인자세2.3.자세가 불안정한 경우 벤치에 앉아 무릎위에 상체를 밀착시키고 진행하란다  출처.다음백과


오늘받은 벤트오버 레터럴레이즈 피드백


서서하냐, 앉아서 하냐, 철퍼덕 엎어져서 하냐에

따라 신체 다른 부위의 개입정도가 달라지나 본데, 빡센 놈부터 만나고 나니 1킬로 덤벨도 원망스러운 것. 황이 고통의 크기를 결정하는 건.. 뭐 운동이나 인생이나 다름없음~!



스탠딩상태에서 몸만 숙였더라면?

불안정하니 벤치에 앉아서 했더라면?



만일 ~라면.

사람들은 종종 if를 덧붙여 자신이 처한 상황이 아니었더라면 현재보다 더 나았을 거라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세상천지, 내 사정이 가장 불리하고, 괴롭기로 작정이나 한 듯 저마다 힘들다.


운동하다 말고, 여러 가지 생각이 몰아친다.


상황이 나를 괴롭게 하는 . 

정녕 ~맞나?

혹시..

지금 내 몸처럼 마음자세도 고립되어 있기 때문은 아닐까? 달리 생각하면 이 또한  선택이다.



기간. 횟수. 중량. 상황? 탓.

모두 틀렸다.


버겁기로 선택한 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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