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의 1등

思春期 봄이 찾아오는 시기, 그게 사춘기니까

by orosi

1등을 했다.

상장은 아니어도 꽤 쏠쏠 하달 만한 상품까지 쥐어졌다. 학기 말 본의 아닌 초과근무에 마음까지 춥던 저녁. 반대 편 복도에 긴 생머리 그녀가 허옇게 차려입고 서 있지나 않을까 섬찟해, 방광도 달래 가며 열일했다. 얼른 끝내고 가자. 히터는 왜 안돼. 씨부렁.



까똑!


에이~씨. 깜짝이야!

웬만하면 모든 알림을 꺼두는 편이라 이 시간에 울릴 만한 '간만의 발신자'를 예상 못해 놀란다. 요즘은 귀신들도 카톡하나... 처녀라 그런가 등등. 둘이 일 하듯, 혼자 말한다.



1등이라니.

이걸 어디다 자랑해;;

병상에 눕던지 방황하던지.

개근이란 묘연했던 유년시절, 출석률은 보장받기 어렵게 살았고, 1등이라... 중고등학생 때의 학업 이외엔 또 언제가 있었더라.


외모가 고운 친구들은 삼삼오오 소개팅하느라 뒷전이었을 대학공부란 걸 신나게 한 덕에?

대학원 졸업을 마지막으로 아줌마 인생에 1등이랄 게 없었다. (그래봐야 식욕 1등. 뭐 그런 거..)




요즘 웨이트의 매력에 빠져 필테를 거르는 일이 다반사였는데.. 원장님께 미안한 마음에 두어 달 전 건강이력(코로나, 독감 블라블라..)까지 끄집어내어 핑계를 둘렀음에도 무한 격려를 보내주신다.



음마~~ 나를 따라올 자 없는가~~!!

새삼 기쁘고, 흠칫 민망하다 ㅋㅋ

이게 얼마 만의 1등인가 말이다.


자기만족에 머리를 쓰다듬어 가며 신나게 글을 써봐도.. 필력? 쳇! 이렇다 할 발전이 깜깜하고.

그렇다고 내가 육아란 걸 제대로 하나.

책 읽기마저 동면에 돌입한 듯 온갖 권태기를 겪고 있던 시점에 이게 뭐라고 손 내밀어 날 일으켜준다.




나이 마흔은 그런 나이가 아니다.

자신의 성취를 뚜렷이 알고, 가정에서도 사회에서도 당연히 안정적이기에 충분한 나이.

그간 잘 해온 일과 잘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명확히 구별해 내며, 앞으로의 삶을 척척 계산해 낼 줄도 아는 현명한 나이.

마흔의 나이란 그러질 못한다.



주춤하거나

잔뜩 바닥에 웅숭그려있는 나이가 마흔이다.

공연히 별거 아닌 게 다 별거가 되어 버려 괴롭고, 일도 육아도 모두 내 탓인 듯 버거운 그런 나이다.

남들의 실수는 너그러이 눙치고 넘겨도 내 것에는 깊게 낙심하는 가여운 나이다. 그간 바라보지 못해 온 나를 마주하며 간만에 자신과 대면하는.. 새삼스런 나이 맞다.


내가 좋아하는 게 뭘까, 난 뭘 잘할 수 있지?

10대, 20대 때 차마 묻지 못했던 질문을 겨우 꺼내 이제야 자문하는 나이, 40.


이 탓에 마흔의 여자들은 대수롭지 않은 격려에 몸을 일으키고, 체온만큼의 온기로도 마음을 회복한다.


마흔의 아내들이, 마흔의 엄마들이!

그저 마흔의 여자 되기를 서두르기 바란다.

그녀들이 자신의 인생에서 1등으로 좋아할 만한 하나를 꼭 찾길 응원한다. 집안일, 육아, 직장일 할 시간 챙기듯 우선순위로 "나의 그것 할 겨를"을 만들어 두기 바란다. 나를 크게 넘어뜨릴지 모를 그것조차 내게 털고 일어날 힘을 줄 테니까.


미친 척 잔망스럽게 살자. 한 지붕 사람들이 질겁할 것도 천연덕스레 저지르고 보자. 짐짓 겁먹지 말고 40의 용기를 나라도 달갑게 반겨주잔 말이다^^

나에게만 대단할 일이라도 좋다.



여자인생의 사춘기, 40대.

40대 여! 사춘기의 본뜻을 기억하라.

思春期. 사춘기란 "봄을 생각하는 시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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