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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osi Dec 09. 2023

13년 만의 파리

여행지로 먼저 보낼 마음

당신은 이제 여행자다.

누군가를 여행자라고 부르려면, 거주지가 아닌 낯선 곳, 혹은 계획한 목적지에 이미 닿은 상태라야 한다고 말할지 모른다. 틀렸다.


정의를 내리는 일과 마음을 먹는 일에는 간극이 있다. 다만 결정을 내린 다음이라면, 누구든 미리 여행자가 되어 봐도 좋다.


중요한 건.

거리도 아니요. 방문 유무도 아니오.

장소가 어디인지 역시 no. 여행자의 자세다.

온갖 결정을 나열해 두고 불평불만하는 노고는 관두는 편이 낫겠다. 오히려 몸이 가지 않은 그곳에 마음을 먼저 보내봐도 좋다.


13년 만의 파리다.

강산이 변해 그곳의 무엇이 변해 있을는지.

홀가분했던 내 모습도 어떤 변화를 담고 떠날지.

마음부터 보내어 둔다.


새벽 6시의 퐁네프다리도.

시테섬의 기이한 조류정육점도.

내 돈 네 돈 구분이 없던 형님들도.

모두 안녕하신지.


열세 살을 더 먹은 터라  

젊음이 내려앉았을 우리가

그곳에 닿으면 왠지...


다시 새롭게 사랑할 것 같다.


오랜만이야.

 

파리도.

사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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