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했던 유사코의 부탁으로 수사에 실마리를 풀 문서를 몰래 손에 쥐려다 등뒤에서 들려오는 남편 아키히코의 목소리에 흠칫 놀란다.
거기서 손 떼!
기겁했다는 점에서 지금 나와닮았고,
하고 있는 모양새가내쪽이 좀 더 정신사나우니,그 점에선 대조적일 테다.지난 금요일 북클럽 발제문 3번을 보며 그를 떠올렸다.
사브작 북클럽의 2024 2번째 도서, 숙명의 발제문 중
싸늘한 인물, 아키히코 하면 남편이 생각나더니만,
모야! 저도 따라 읽더니.. 결국 빙의된 건가.
25일 스케줄을 뻔히 알면서 또 잠못이루고
미친 여자마냥 신나서 하고 있는 짓을 보아하니 저거 단단히 돌았구나~~느꼈는지도.그러거나 말거나 :(
쟤 요즘 왜저러니.
어제 이 시각에도 글을 썼었다.
하루 전엔? 레깅스를.
오늘은 옷가지를 챙긴다.
그래. 맞다. 집을 나가기 위해!
(그럼 내일은 뭘 챙길까. 이쯤에서 한 번쯤, 정신 좀 챙겨야겠지. 돌진 않도록 ㅋ)
밝은 밤, 배를 채우기엔 늦었으니 이거라도
아직 깨끗하고, 값도 나가서 버릴 마음은 도통 들지 않아 바라만 보던 옷들을 챙긴다. 도통 마음이 차지 않아 옷장만 채웠던 시기, 무얼 사두었는지도 잊은 채로 살아왔다. 지나가다 예쁜 가방이 있으면 아무렇지도 않게 지갑을 열고 그 길로 친구에게 던져주고 왔었다. 멋진 코트가 있으면 생각 없이 냅다 사고는 커서 못입는다 둘러대고 늘씬하고 키 큰 고모에게 건넸다.
그렇게 내가 물질을 거두는지, 물질이 나를 조종하는지도 모르게 살았던 때가 있었다. 사피엔스에서 말하는 농업혁명에 대한 신박한 관점과 유사하달까. 옥수수가! 밀이! 기어이 인간을 움직이도록 하듯 말이다.
열 명의 사람들을 하나하나 떠올린다.
158, 몹시 비루한 신체 사이즈라 유리구두의 주인공을 찾기야 어렵겠지만 기쁜 마음으로 스탠드를 밝혔다. 이 밤.
둘째 아이 발밑에 캐리어를 펼쳐두고, 남들은 책을 읽을 때나 밝힐 스탠드불을 빌려 차곡차곡 짐을
싼다. 아침이면 집을 나갈 여자는 이미 설렌다.
큰사이즈 캐리어에 더 이상 넣을공간이없어 드레스는 따로들고 가야겠다
대추차가 오기 전이라 잘 자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거라 위안 삼고 3일 후쯤이면 그 덕에 취할 숙면도 함께 기대해 본다. 내일 상당수의 옷들을 수거함에 넣고 올지언정 한 두개라도 누군가 기꺼이 취한다면 흡족한 귀가를 하겠지.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은 사람들에게
새것은 아니지만, 이제 막 백화점에서 사들고 온 선물처럼 전해야겠다.
뭘 입던걸 가져오고 난리냐 타박줄 이들이 절대 못되니까. 이것저것 내게 쓰임 받지 못하나 생판 '남'주기는 아까워 고이 모셔둔 것들을 가득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