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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osi Feb 03. 2024

나는 이제 죽을 때가 되었다

나는 이제 죽을 때가 되었다.

아무래도 그래야 하겠다.


새벽 4시 35분. 어머 이 오빠 왜케 부지런해~~

OO컬리 박스에 도대체 어젯밤 뭘 담았을지 기억이 묘연해 현관문을 열었다. 열어보니 난 아무래도 오래 살긴 글렀네 싶다. 사정이 그렇다ㅠ


토요일  이른 새벽인데ㅠ 굳이  금요일밤으로 거슬러가 기억을 짚어야 하는 불상사란.

다들 그러고사나;;   일상이 주로 이렇다 보니 자발적인 동정에 짠하다.


운동도 빡센데 이 놈에 머리가 몸을 혹사시키는 편.

지금 여기 이 순간, 하필 또다시 과거를 되짚지 않을 수가 없는 인간이 나다.



 방학이라 가사노동자로 신분세탁하고 사는 탓에 결제금액에 89999원이 찍히는 순간.. 저게 90000원에서 멈추질 못하고 설마10만원을 찍진 않기를 간절히 빌며 오랜만에 주유를 마쳤다.

나는 내일 고속도로를 밟고 가야 닿는.. 뭐 그런 저녁약속이 있는 제법 그럴듯한 아줌마니까. 흐뭇.


차도 배 불려주고, 

아이들에게도 자비 19000원으로 자비풀었으니 이제 내 차례. 


평소라면 굳게 닫혀있을 어플을 굳이 열었다.

술이 거하게 취한 아비가 검정봉지에 투게더 아이스크림을 큰 맘먹고 사 들고 귀가하 기분이 이런 건가? 엇비슷한 맘으로 늦은 시각 평소라면 아까워서 냅다 뛰었을 거리임에도 배달비 3천 원을 기부하며 장바구니를 채웠다.


내 음료.

아이들 음료(이게 메인인 양)

내일 먹을 샐러드까지(늦은 시각 푸드할인제도가 있답니다;)


어제 20시 02분의 기억이 잊히기에 오래인가봅니다


먹거리까지 이르케 배달시켰다면?


금요일 밤이니 그저 설레면 된다.

곱창에 소주, 치킨에 맥주를 주입하진 못해도, 소박하게 숙소에서 빼 돌린 우아한 티 한 앞에 두고도 배부른. 금요일은 그런 날이다.


질끈 묶었던 머리도 최대한

'나 원래 집에서도 이러고 지내~!'라고 외치듯 무심한 듯 툭 풀고 입장! 컴퓨터 앞에 정갈하게 앉는다. 내가 운동 다음으로 열심을 다하는 일, 그거 시작하면 그만인 시각. 9시 30분. 


독서모임이 있는 날이면  8시 50분이 되기 무섭게 소등을 하고, 아이들을 방으로 밀어 넣은 후,  남편 눈치를 살펴가며 구석방에 찌그러진다. 그런데.


만에 눈치 볼   없이 그를 친구집으로 마실 보내고 나니 '기혼자 신분'에서 탈출한 설렘이 좀.. 찾아왔달까. 

원래라도 잔뜩 up 됐을 심장을 부여잡고 무사히

북클럽을 마쳤다.



9시 30분~새 1시가 넘는 시각까지 북한인권을 주제로 이야기 꽃을 피우고, 늘 그렇듯 다른 날보다 햄볶하게 잠들었다. 


어젯밤이 그랬다.



새날이 밝았으니

리가 책임져 줄 아침식사를 준비하려 현관문을 연 이 새벽.. 내가 먼저 마주한 건 보라박스가? 아니다.



이건 뭔가?


고개를 감히! 갸우뚱! 하다니. 

이게 도랐나. 


낙후되어 쓰임을 잃은  우리 집 호출벨인 건?

거주자신분이다 보니 2년 전부터 익히 알고 있던 사실이고, 휴대전화가 무음인 것도 몸에 익어 사는 나인데..  너희들은 어째서 아직 현관 앞이니..

너때문은 아니야ㅠ 니가 울릴줄몰라 좋은점도 분명있단다ㅠ



죽을 때가 됐나 보다.

북클럽을 위해 주문한 메뉴를 결국 '비대면'한 채로

토요일 아침을 맞이하고 나니...


HOT으로 주문한 음료를 ICE로 먹는 영광을 누린다.


조오~~~ 켔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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