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rosi Dec 27. 2024

나는 오늘 회복되었다

열 달 만에, 두 남자 덕분에


나 이걸 먼저 물어볼게.

1. 그 당시 충분히 사과는 받았나.
2. 스스로 마음 회복하고, 용서했다고 여기나.
3. 관리자로서 내가 우리 윤미 부장을 위해 유념해줬으면 하는 부분 또는 부탁할 것은 어떤 것이 있는지.


여전히 멋진 선배, 따뜻한 교감선생님이셨다.

내 집에서 받지 못한 보살핌을 남의 집 부모에게 받는 느낌이랄까.


지난해부터 계속되어 온

모 부장의 스토킹 가해로 마음이 소란했다. 그저 소란하고 말 것이지 급기야 정신 분열 상태처럼 제멋대로의 환상과 억측.. 선을 넘는 언행이 무한 반복되었고.

기어이 일상이 무너졌다. 무섭고 불안해야 했다.



이를 공론화했을 때  피해자가 살 수 있는 오해와 시선은 차치하고, 이 상황을 100여 명의 교직원 앞에서 소리 내고 싶었다. 그런 나를 붙잡아 준 건 다름 아닌 남편이었다.


본인이 더 펄펄 뛰고 교장실 문을..  회의실 문을 박차고 들어와 침을 뱉어도 이상하지 않은 고통이었을 텐데.. 그는 역시나 나보다 현명했다.


"힘들었겠다. 앞으로도 힘들 테고. 다만 침착하자.

세상엔 추측으로 일관하며 2차 가해를 하는.. 이들도 생각보다 많으니까."

오히려 피해자를 가십거리 삼아 오해할 이들의 대화를  거부하자는 의미로 이해했다. 그래, 틀린 말? 아니다.


접근금지 조치 후에도 여전히 불안했고,

그럼에도 도무지 가슴에서 화가 삭여지질 않아서 곤란했다.


학교의  미온적 대처에 또 한 번 생채기가 났고, 그럼에도 그런 내 곁엔 좋은 사람들이 진을 쳐주었다. 그래서 버틴 게 아닌가 한다.



 2024년 첫 전 직원회의..  무대 위,

예산안 안내로 마이크를 잡은 시각.

평소와는 달리 유난히 떨리는 목소리를 채 가다듬지 않고 입을 뗐다.


예산안 발표는 여기까지고요.
의문이나 요청사항 있으면
편하게 저희 교실로
연락 주십시오.

제가 이 자리에 선 김에
3월 시작하는 달,
이 말씀 꼭 드리고 싶어서요.

지난해 9월.. 교육 현장에서
우리 같이 죽임 당하듯 많이 힘드셨지요.

그런데 선생님들, 우리를 궁지로 몰아
괴롭게 하는 상대가.. 아이들도, 학부모도
아닐 수 있습니다. 의외로 나의 동료, 멀쩡했던 선배교사, 때론 관리자가
여러분들 가슴에 심각한 상처를
줄지도 모르죠.

혹시라도 벽에 부딪히는 일이 생긴다면
절대 혼자 맞서 싸우지 마십시오.
교장  교감 선생님,
또는 저희 부장교사들이
절대 외면하지 않겠습니다.
함묵하지 말고 반드시 용기 내어
목소리 내십시오.



100여 명의 교직원들이 놀라 웅성댔고,  몇몇은 무슨 일이 있는지를 염려해 주었지만...

 나의 목소리는 딱  거기까지였다.


그때 모든 걸 드러내 보였어야 했나.


결국 계절이 3번 바뀐 12월, 우연한 소식에 본의 아닌 2차 가해를 당한 셈이다.


승진을 위한 초빙 추천?


조용히 타 시도로 사라져도 용서할까 말까 한 인물이 심지어 나와 남편의 가장 진~한 인연, 존경하는 모 교감선생님 학교로..

그 사실을 은폐한 채, 초빙교사로 이동해 간다는 소식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이제라도 법적대응을 해야 하나 고민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괘씸했다. 어쩜 그 자리에..


우린 그냥 딱 하나잖아. 존경하는 선배가 그로 인해 난처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만약이라도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형님(교감샘)께서 예의주시하셔야 할 인물이란 걸 알려 드리는 도리.


이번에도 남편의 말은 틀리지 않았고.


술 한잔 기울이며 식사해도 좋을 분과

무겁게 마주 앉을 수밖에 없는 게 몹시 슬펐다.


그런 나에게.

얼마나 힘들었냐고.

차마 무슨 위로의 말을 내가 할 수 있겠냐고. 건강은 괜찮냐고.


인간으로서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을 던져 주셨다.

내 집에서 받지 못한 위로와 보살핌을 남의 집 어른에게 받는 기분이라는 표현이 꼭 맞다.

그렇게 내 상처가 단숨에 아물 수도 있나 싶었다.


다른 거 없습니다. 교감샘께
피해 안 가게 해 주세요.
저희가 느낀 실망과 상처는
저희가 돌보겠습니다. 걱정 마세요.

죄도 짓지 않은 남편이 죄인마냥

무거운 이야기를 꺼내게 되어 죄송하다며  

찬찬히 말한다. 고마운 사람.


남편을 오빠라고 부르는 건

비단  나이 차 때문만은 아닌가 보다.


내가 안전하기를.

마주 앉은 상대가 어려움에 처하지 않기를.

악에 악으로 대응하지 않는 혜안까지 갖춘 사람이 나를 붙들어 흔들림 없이 지켜주어 산다. 버틴다.


으로 어떤 절차로 괴로울지 알 수없으나 괜찮다.


나는 오늘 회복되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