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rosi Apr 07. 2023

드라마와 소주 덕에 우는 여자들

찌질하게 울다보면 덜 찌질하게 사는 힘이 생겨!

저녁이면 따스하게 감싸주지않는
힘겹고 뜨겁기만 한 낮은 없다.
무자비하고 사납고 소란스러웠던 날도
어머니같은 밤이 감싸안아 주리라
_헤르만 헤세_


딸과 함께 머문 시골 책방.

난롯가 가장 후미진 책꽂이에서

'생'없이 꺼내든  한권이 나에게 '생각'을 준다.

그후로 오랜시간 삶을 견딜만한 어떤 힘을 내 손에 꼭 쥐어준 걸 보면.

이 책

제목 참 잘 지었다.


힘겹고 뜨겁기만 한 낮,

무자비하고 사나운 날들 다음엔 마땅히 따스함과 고요함이 뒤 따를 것이다.

그런 기대가 생겼다.


소란스러웠던 날들을 무 원망으로만 곱씹지 않도롭 나를 돕는다.




사람들은 우연한 기회에

뜻밖의 위로를 건네 받으며 산다.

상대는 주기를 의도하지 않은 말과 행동에서도

스스로 의미를 찾는 걸 보면

위로란 건 결국  자기가 자신에게 전하는 게 아닐까?




오랜만에 소주를 진탕 마시니

알딸딸 눈물이 났다. 또 르 르.



나의 주사란

참 흔하고 썽사납다.


남들은 맥주 한 모금의 찌릿.짜릿.한 시원함이 참 좋다지만 난 잘 모르겠다. 배불러서 안주를 실컷 먹지 못한다는 타격이 좀 싫어서다.

이래서 '배불러불쾌한' 맥주론 목만 적신다.


기회가 온다면? 쏘주지!

힘든 이벤트를 겪은 날, 애쓴 스스로를 보상해도 좋을 날, 남편의 멀고도 긴 술자리가 예정되어 있는 즈음이면 간만에 나도 한 잔.


뼘도 채 되지 않는 높이의 소주잔을 택하는거다. 안주를 마음껏 먹을 수 있어서 참 좋다.

시작부터 정점을 향해 한 없이 치솟는 기분이란 겉잡을 수 없이 즐겁다.



다만, 어느 순간부터? 그래. 정점을 찍고나면

영락없이 '사납고, 무자비하며, 소란스러웠던 내 일상들로' 주변 공기입자 하나하나.

무차별하게 내리 꽂는다. 자기연민이 시작된 거다.

내가 나를 이토록 사랑했구료. ㅋㅋ

소주마시고 우는거랑 드라마보고 우는거랑

뭣이 다르오. 도찐개찐.





는 원래 눈물이 많다.

오랜만에 나를 만난  작은아버지는 여전하시다.

다리밑에서 주워온 아이라며 울 때까지 조카 놀려먹는 맛에 명절만 기다리시던 분이었다.

그의 나이 70을 향하는 지금도 그 기력 여전하다.


내 그럴줄알았다. 그 큰 눈이 어쩜 그리도 쪼그라들었냐. 툭하면 울기 바쁘더니 왕방울이 콩만해졌네. 에이~~못생겨졌어!




물이 많고 지나치게 감성적인 나는


1. 슬픈 노래를 듣고 따라부르는 일

(드라마는 보고울고싶어도 TV가 없다)

2. 소주를 마시며 사람들과 신나게 떠드는 일


40이되니 이 두 가지 행위에 대한

두려움? 긴장감이 생겼다.

술이 거하게 차오르고나면 어김없이 울고 마는 것. 


쩝.  이게 도랐나.



오랜만에 울었다.

다행히 오래 울지 않고 훈훈하게 오뎅탕을

흡입했다. 다소 식상하게 마무리하며 화제를 돌리는 수습센스를 사람들은 기다렸을거다.


힘들었으나 모든 건건에는 인생의 교훈이 숨어있다?  웃기시네.


숨겨놓지도 않은 걸 지들이 굳이 찾은거지.

그게 자기연민, 자기위로 아닐까?


어찌됐든간에  인간의 그 기술 덕분에

우리는 꾸역꾸역 잘 살아간다.


드라마틱한 삶도 받아들여가며

그럭저럭 사는거다.

주인공을 토닥이며, 오늘도 수고했다며.

가끔은

저 진상!진상~~소리 들어가며 울어보자.

시원~~하게^^



이미지출처: 픽사베이,구글이미지

작가의 이전글 덕분에, 마음놓지 맙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