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rosi Apr 26. 2023

내겐 너무 가벼운 5월

싱그럽고 징그러운 너




다들 좋겠네~가족여행 가는구나.
가정의 달이긴 한가 봐?


체험학습신청서가 오늘만 벌써 네 장 째다.


'싱그러운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의 친목을 도모하고자...'

'어버이날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여간해서는 읽을 새도 없이 사인을 하고 교감선생님께 가기 바쁘다.


교사라 체험학습 신청을 할 리 만무하고, 개인적으로도 5월이라고 해서 딱히 특별할 것 없다. 의미를 부여하자니 그것 참 가볍다. 어마어마한 노동에 젖어 살지만 휴교하지 않는 한 쉴 수 없는 노동절,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축나는 시기,

운동회, 체험학습 등  나 이외의 대상을 위한 행사 준비가 많아지는 시기,

아빠의 기일이 어버이날보다 닷새 먼저  다가오는 시기,

어린이날 이벤트란 애초에 없기에 딸들과의 언쟁도 없는 건조한 시기,

청렴연수를 다시 한번 상기받는 시기이자 오히려 주말이기를 바라는 스승의 날이 5월이지 아마? 멍 때리고 지나다간 눈에 담지도 못할 풍경 중 사이좋게 어깨를 나란히 한 연등을 보고 그제야 떠올리는 부처님 오신 날 정도.



5월은 그래서 보기에 싱그럽고 겪기에 징그럽다.


특별히.

새들도 푸른 하늘을 날고(날아라 새들아아~~~)

냇물도 푸른 벌판을 달리고(달려라 냇물아아~~~)

우리들은 심지어 자란다는데.


내겐 너무 다를 것 없는 가벼운 5월이 오고 있다.


심심한데

뭘 좀 새롭게 해 볼까. 







작가의 이전글 뻔뻔함의 필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