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의 회상

넌 그런 자식이었다

by orosi




자라는 동안 너는 송곳같은 자식이었다.

볼썽 사나운 힐난을 일삼는.


성정이 고우면 속마음이 더 힘들다기에

더러운 성질머리로 살기로 마음먹은 딸처럼.


너만 감히 아비에게 화살이었다.



사는 데에 마음이 바빠,

첫 사랑 첫 아이를 구제해 내느라,

종종 잊고야만 순간에도 그저 고요하던.

잊는 횟수만 늘어가던 넌 그런 자식이었다.



지척에 잦은 추락을 목도하고도

한 건 한 건 씹고, 삼키고, 우물거리며 자라듯

심히 고요한 아이였다.


올 것이 오고야 만 건지.

도무지 해결되지 않는 질문들이 맞닿아

기어이 부서지고야 만 건지.


물리적으로 네 가슴이 아프기 시작하면서

온 구멍을 메우느라 아비를 구석구석 쑤셔놓는 통에 혼이 나가고야 말았다.


나와 너만 회상할 수 있는

너는 내게 하필 구체적인 슬픔이었다.


나의 불안을.

나의 불평을.

그리고 나의 불행을.


곳곳 어디하나 빠짐없이 알아차리도록

꼼꼼히도 내가슴에 기록하던 너는

내게 송곳같은 아이였다.



이미지출처.픽사베이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