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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이 Jun 09. 2017

넌 내가 짐이 된다 했다.

난 끝내 이해할 수 없었다.

넌 내가 짐이 된다 했다. 너무 잘해주는 것이 부담스럽다며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멍한 표정으로 네 이야기를 듣고 있는 나를 한 번 보더니 한숨을 깊게 내쉬고는, 헤어지자고 말했다. 난 알 수 없었다. 너무 잘해준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어떻게 하면 사람이 짐처럼 느껴지는 것인지. 헤어지잔 말 외엔 이해할 수 없는 것뿐이라서 난 그저 미안하다 했다. 넌 다시 한 번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잘 지내라 말하고 일어섰다. 멀어지는 네 뒷모습에서 무거운 짐을 벗어던진 홀가분함이 느껴졌다. 헤어지자, 미안해, 잘 지내. 고작 세 마디의 말로 너와 나의 관계가 끝이 났다. 순식간에 난 버려진 짐이 되었다. 너무 잘해줘서 부담스러운 짐. 갑작스럽게 이뤄진 이별이라 받아들이는 데는 오히려 긴 시간이 필요했다. 어떤 말을 해야 했을까. 잘못했어. 다시 생각해보면 안 될까. 내가 더 잘할게. 잘할게. 그래서 버려졌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곤 잘할게 뿐이었다.
어떻게 하면 사람이 짐처럼 느껴지는 것인지, 난 끝내 이해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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